글을 쓰기 앞서서 이때를 생각하면 부들부들합니다. 2017년 제주도에 있을 때도 태풍을 만났고 2018년 대마도에 있을 때는 양 옆에 태풍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저는 일본에서 태풍을 직격으로 맞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나와 지만이는 아침 일찍부터 일어났다. 뜨거운 여름날이었는데 날씨가 더워지면 민민매미가 노래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뜨거운 햇살을 피해 더 깊숙한 음지로 피하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가서 잡아야 했다. 아침 7시, 전날 밤새고 산을 타서 그런지 온몸이 쑤신다. 다리도 후들거린다. 창문을 열어보니 여전히 햇살 따가워 보였다. 우리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이끌고 산으로 향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준비하느라 아침 9시가 돼서야 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순조롭진 않지만 매미를 잡고 있던 우리는 뜻하지 않는 위기를 맞게 되었다. 내 휴대폰은 계속 진동이 울렸다. 고베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인 Kojima 씨가 메시지로 지금 당장 기타큐슈에서 나와야 한다고 했다. 태풍으로 인해 며칠 동안 기차와 비행기가 다니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심각성을 깨닫고 지만이에게 전속력으로 내려가자 했다. 지만이는 날씨가 맑은데 무슨 일이냐고 했지만 난 산에서 보이는 먼바다를 가리키며 구름을 보라고 했다. 어마어마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다.
지만이와 나는 전속력으로 하산했다. 언제가 이야기를 쓰기 위해서 사진을 항상 많이 찍어두는 편인데 상황이 상황인지라 남긴 사진이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호텔에서 체크 아웃을 하고 나왔다. 신칸센 기차를 타고 고베까지 가야 하는데 일본의 추석인 '오봉절'과 겹쳐서 사람이 많았다. 더군다나 많은 사름들이 태풍을 피해 이동하기 위해 기차로 몰렸다. 내일부터는 기차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석이라 할 지라도 타야만 했다.
우리는 2시간 동안 기다린 끝에 표를 구했다. 그렇게 4~5시간 정도 기차를 타고 가서야 고베에 도착할 수 있었고 호텔에서 나와서 기차역까지 가는데 바람 때문에 우산이 부러졌다. 고베에 와서 다시 샀지만 다시 한번 바람 때문에 부러졌다. 호텔 앞, 모든 상점들이 문을 닫았고 우린 무사히 고베에 도착했으나 고베 내에 모든 기차와 버스가 이틀 동안 운행되지 않았다.
우리는 호텔에 들어와서 안도에 한숨을 쉬었으나 다시 한국에 돌아가서 뜻하지 않게 돈을 더 쓰게 된 사유를 써야 될 미래에 대해 걱정하였는데 뉴스를 보니 사망자가 나올 정도 태풍이 가타 규슈 지역을 강타했다. 나는 Kojima 씨에게 감사 인사와 안전하게 고베에 왔음을 알리고 한국에도 내 안전한 소식을 알렸다.
일본에서 2명이서 활동하였지만 어쨌든 나는 지만이를 책임져야 할 사람으로서 최고의 선택을 했다. 비록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한국에 돌아가서 고통스러운 사유서를 쓰는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2020. 08. 14. 태풍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안내판
P.S.
일본에서 함께 고난도 많이 겪었고 몇 년 동안 우리나라와 해외에 매미를 함께 연구한 제 친동생과 같은 지만이의 블로그도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연구에 도움 주신 오사카시립자연박물관의 Shinyake 박사님, 동경대의 Moriyama 박사님, 교토대에 계신 Numat 교수님, Sota 교수님, 그리고 매미 연구에 평생을 바치고 계신 Kojima 씨, 신동훈 박사님, 어린이 과학동아에 김원섭 소장님. 마지막으로 연구에 총책임자이신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님과 이화여대 있을 당시 매미팀의 제 멘토이자 친구인 Hoa 박사에게 감사드리며 이 글을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