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몰고 다니는 남자들
또 비야? 우린 언제 매미 잡아?
고베에서는 하루를 더 보냈다. 로코산에서 민민매미를 잡는 것은 무리라 생각해서 코지마 씨의 비밀 장소로 가서 더 잡는 것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딱히 소득은 없었다. 작은 공원 정도의 동산이어서 개체수가 많진 않았다. 민민매미가 많이 보이는 절정의 시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각 지역마다 20마리를 잡아했다. 돌아가는 길에 '쿠마제미'라 부르는 곰매미에 좋은 사진이나 몇 장 찍고 숙소로 향했다. 운 좋게도 곰매미가 알을 낳는 장면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다. 곰매미는 우리나라에 사는 말매미와 자매종이다. 전체적인 외형이 말매미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곰매미의 배 색깔이 흰색이라 단번에 차이를 알기가 쉽다.
우리는 숙소로 돌아가서 채집한 매미의 개체수를 세어보니 딱 20마리였다. 다행히 우리는 원하는 양의 민민매미를 채집하고 측정할 수 있었다. 다음날은 오사카를 가야 했기에 이날은 정리하고 정리하고 또 정리했다. 지만이가 삼각대를 가져와서 순조롭게 색이 빠지기 전의 사진을 찍어놓을 수 있었다.
우리는 고베에서 마지막 밤을 보낸 뒤 오사카로 향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지하철이 환승 제도가 없고 지역적으로 통합되어 있지 않아서 한참을 헤매야 했다. 오사카에 도착하니 비가 내렸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갔단 곳 중 비가 내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우리는 비를 몰고 다녔다. 한 손에는 캐리어를 다른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숙소로 향했다. 중간중간에 멈춰서 휴대폰으로 숙소에 위치를 확인하였다. 무사히 오사카에서 머물 숙소에 도착했다. 특가로 방이 나와서 꽤 좋은 방에서 지낼 수 있었다.
호텔 직원분에게 영어로 말을 하다가 나와 지만이가 우리말로 대화를 하니 직원분께서 우리말로 한국분이시냐고 물었다. 한국분 직원이 호텔에 있으시다니 너무 반가웠다. 우리는 가장 급하게 해결해야 할 빨래방의 위치를 물었고 덕분에 오랜만에 빨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짐을 정리한 뒤 나는 곧장 오사카시립자연사박물관에 계씬 신야케 박사님께 메일을 보냈다. 신야케 박사님과 오사카에서 20일에 뵙기로 약속을 잡았고 우리가 무사히 오사카에 온 것을 말씀드렸다. 박사님께 연락을 드린 뒤 한국에 있는 호아랑도 간단히 이야기를 했다. 생각보다 민민매미를 채집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날씨 등 여러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호아는 안전에 유의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야기가 끝나고 나와 지만이는 모리야마 박사님께서 알려주신 채집지를 확인하러 갔다. 비가 오지만 가는 방법과 채집지를 한 번 둘러볼 필요가 있었다. 민민매미가 있을 것 같은 채집지를 미리 확인해두면 채집 포인트를 찾으려는 노력을 안 해도 되기 때문이다. 비가 오기 때문에 채집은 무리였고 내일은 오사카시립자연사박물관에 가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지만이는 힘들어하고 가기 싫어했지만 막상 나오면 나보다 더 잘 돌아다녔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가 더 거세져 시야가 확보가 어려워져서 이만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