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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동이 Nov 28. 2020

상실하는 나날

한 날, 꿈에서조차 외로웠던 날, 눈 감은 저편에서조차 위로받지 못하던 날의 찰나 같던 의미 없는 하루가 무기력했다. 

우울하다는 감정에 눈물을 흘린다면, 그 뒤편에서 고대하는 속마음에겐 꿈이 있는 것이다.

내 안의 무언가를, 나는 또 잃어버리고 말았다.

잃어버린 것은 외로움도 아니요, 행복도 아니요, 눈물이다.


슬픔을 잃어버리면, 행복할 수 있다는 명제가 머리를 스친다.

상실하는 데에 행복이 있다는 말도 되는가 하니 머리가 아파온다.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얼 하는가, 알 수도 없는 질문만은 선명하다.

회의감과 무력감, 이들마저 상실할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근래 강도 높은 운동에 부족한 식단으로 무력감이 동반되는 것이라고 상담을 해주더라.

이리도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내 감정이 탄수화물의 부족이기에는, 나의 고통이 그리 단순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집이 있지만, 삶의 기록이 알려주는 통계는 제삼자의 눈에서 더욱 명확한 듯하다.

그렇다면 무력감도 내 것이 아닌가? 

영양이 부족하다고 나에게 무력을 주는 것이라면, 내게 필요한 것은 희망도 아니요, 고찰도 아니요, 고작 탄수화물의 덩어리라는 것인가?

내가 고통받던 시간, 그 응어리가 탄수화물 30그람 정도면 치환 가능하다는 것인가?

 

생각이 이즈음에 도달하고 나서 주저 없이 청소를 하고, 몸을 씻고, 잠에 들었다.

지긋지긋했기 때문이다.

세 시간이 지나고 나는 잠에서 깼다.

피곤한데도 도저히 잠이 오지 않는다.

도대체가 쉴 수도 없으니, 짜증이 나서 참을 수가 없다. 

탄수화물 덩어리 따위 같은 게 또 부족한가 보지? 

피로감과 동량의 탄수화물 같은 게 부족한가 보다.

이토록 지겨운 인생만큼의 밥 덩어리 같은 게 부족해서 나는 이리도 힘든가 보다.


억울해서 눈물이 좀 흘렀다.

되찾은 기분이 홀가분한 것 같다가, 이내 황량하다.





Photo by José Ignacio Pompé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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