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끄고 나면, 어김없이 집 앞 선로에선 전철이 달린다.
몇 시간 못 잔 눈이 시리다. 애플 워치를 누르면 미키마우스가 좋은 아침이라고 말이나 걸어준다.
미팅을 시작하니깐, 다들 말이 없다.
하늘이 뿌옇다.
비행기는 천둥 치기 전의 하늘 울림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구나.
어디선가 개가 짖는다. 짖을 때마다 눈이 시리다.
미팅이 끝날 때쯤, '밥을 먹곤 수업을 가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눈을 감기게 한다.
밥을 안 먹으면 워크숍 수업에 안 가도 될까? 수업을 마치면 오후 일곱 시, 가슴이 푹 하고 꺼진다.
삼차 신경통이 온 적이 있었다.
밤을 새운 후였을텐데, 온 이가 시리고, 얼굴에 지렁이가 기어 다녔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얼굴을 몇 번 만지시더니, 아픈 곳을 잘도 찾아내셨다.
진료는 2분도 안되어 끝났다.
나는 거대한 무언가 앞에 선 느낌이 들었다.
그 앞에 서면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지만, 가슴이 푹 꺼지고 만다.
내 안의 무언가가, 내게 경고하는 듯했다.
다음번엔 약으로만 끝나지는 않을 거라고.
그래서 규칙을 만들었다.
- 6시간 자고, 삼시 세 끼, 2000 칼로리, 기상후 운동 30분
잠을 자도 세 시간만 자면 눈이 시려 깨고는 했지만,
베개 없이 잔 날에는 정말 편히 잤다.
규칙을 추가했다.
- 6시간 자고, 삼시 세 끼, 2000 칼로리, 기상후 운동 30분, 베개 없이 자기
수업에서 마침 유학생들끼리 모이게 되었고, 마침 주제는 "근래의 좋았던/좋지 않았던 일"이었다.
마침 다들 좋지 않았던 일들만 얘기했다.
나보다 힘든 애들이 많더라.
분위기가 처지길래, 우리는 좋은 일들이 뭔지 찾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이 섞이고, 유학생 반, 일본인 반.
좋은 일로서 '잠을 푹잤다'라고 얘기하니 옆에서 실소가 들린다. 나도 웃겼다.
일본애는 여행 얘기를 좋아하더라. 삿포로의 바다를 보여줬다.
'그런 것보단 비에 젖어 어두워진 나무 밑동이 이쁘던데'라고 생각했다.
일본애들은 밝은 것 같다. 내가 어둡다는 건 아닌데, 운동을 할 때면 자꾸 한국이 떠오른다.
수업이 끝난 뒤 어두워진 거리에는 나만이 홀로 걸었다.
점심 해를 보면서 멍하니 있고 싶었는데,
주말엔 온통 수업, 화요일엔 발표.
그래도 장마라서 오늘 경치는 운치 있었지.
비가 오면, 나무의 초록잎과 어두운 밑동의 대비가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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