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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동이 Dec 24. 2019

동경 연구원의 우울 문제집

서문

브런치


글을 쓰는 것이 취미인 저에게 있어서 적당한 공간입니다.

어떻게 제가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지는 가물가물 합니다.

무작정 작가 신청을 저지르는 시도 끝에 브런치 직원분의 시간을 빼앗은 죄송함과, 나만의 글만을 모아두는 곳이 필요하다는 감상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개인 블로그를 만드려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리곤, 무료 웹 호스팅 업체를 물색하게 되는 귀찮음 앞에서, 저는 다시 이곳으로 이끌려, 반갑게도 돌아왔습니다. 하하! 변절자!


취미 삼아 수필, 산문 시등으로 저의 생각을 간결히 담아내는 글을 스스로에게 쓰곤 합니다.

시작한 지도 5년이 지났으나, 보여줄 만한 글이 써진다고 생각한 것이 채 반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스무 살이 되고 얼마 되지 않은 여름 어느 날이었습니다.

막연히 나는 이과니까 글도 연습을 해야지 하고 시작한 습관이 어느새 취미가 되었네요.

지금은 동경에서 석사 과정으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일본에서의 시간이 만으로 5년이니 6년차입니다.


해외 유학, 5년이라는 시간


수능을 피해 무작정 응시했던 시험을 합격했습니다. 국가 장학생이라는 이름을 달아주고, 저에게 일본의 국립대학에 입학하게 해 준 한일 이공계 장학생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꿈이었습니다. 무료로, 해외 유학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쉬이 찾아오는 기회는 아닐 테지요. 그저 꿈에 부풀어 입학만을 고대하던 그때의 저는 몰랐습니다. 많은 이들이 동경하며, 멋있다고 말해주는 유학이라는 동전의 이면을요.


폐쇄적 집단, 외로움


이 것을 누군가는 단점이라고, 혹은 장점이라고 논합니다. 해외에 가면 늘 있는 유학생 집단, 그 존재가 내 일상으로 들어올 때의 이질감과 대면하는 것이, 어리숙한 스무 살의 순진함으로는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사회라는 것을 맛본답시고 입장한 바보 같은 내가 자의적, 타의적으로 만났던 문제들을 앞에 두고 그것에 지쳐가며 우울과 마주했습니다. 해결되지 못한 문제는 가슴에 쌓여 응어리 지곤 융해되지 못했습니다. 지금껏 인생에서의 고통, 종국에 대학을 졸업하며, 석사로 진학하여서 마주하게 되는, 자괴감, 혹은 외로움을 돌아보며 저는 저 만의 답을 찾아 왔습니다. 따라서, 서문 후의 글들은 여러분들을 저의 문제집과 해설집으로 안내할 겁니다.



이 글을 쓰는 제 소회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진입장벽이 낮으면서, 높은 일인지 글을 쓰며 절감하는 것이 저에겐 나름의 재미입니다. 때문에, 제가 쓴 글 모든 것을 보여드리지는 않을 겁니다. 더욱이, 저의 민낯 그대로를 보여드림으로써 브런치의 존재가치를 깎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내 글로 인해 브런치가 멋있어지지도 않을 테니 참말로 원대한 꿈이군요.


이 곳은 저의 글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몇 자 적는 글 따위로 제가 작가가 될 수는 없으니, 이름만 멋있게 '서문'이라고 적어봅니다.


해설집, 문제집과는 다르게, 제가 취미로 쓴 목적 없는 글을 다듬어 올릴 수도 있습니다. 다듬어 올리게 되는 글들은 부제목에 작성한 날짜를 달곤, 다듬은 글과 함께 간략한 혹은 장황한 생각을 읊어놓습니다. 당신의 시간에 심심한 반찬정도 된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


저 만을 위한, 저에 의한 글을 여러분께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에 올리지만,  무엇을 올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오늘 점심은 무엇으로 할까 와 같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겠습니다. 다만, 제가 고른 것이 발행 심사위원의 맘에 든다면, 그때 여러분들께도 오늘 내가 무엇을 골랐는지 소개해 드릴 수 있을 겁니다. 작가가 아닌, 범인, 이름도 모르는 제가 쓰는 글을 읽어주실 분들이 계실까 모르겠지만, 어쨌든 쓰는 것은 내 마음일 것이고, 보여주는 것은 심사위원의 마음 이겠죠.


다만, 이 글들이 울적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지, 기쁜 마음을 가지고 있던지 그것은 저의 자유입니다만, 이 글들이 여러분의 감정을 상하게 만드는 일만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혹여나, 누군가의 기분이 나빠져 그만 글을 읽기 싫어졌을 때는, 부디 제가 그것을 알아채서 바로 글을 수정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Photo by Antoine Pelti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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