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rgieon Apr 04. 2017

유럽 버스의 낭만

유럽 버스를 고민 중 이시라면 환영합니다.

저렴한 버스를

유럽 여행을 계획할 때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부분 중 하나는 교통 일 것이다. 도시 내의 대중교통은 여행자를 위한 패스권과 도보로 커버가 가능하지만, 도시에서 도시를 또는 국가에서 국가를 이동할 때는 상당히 많은 고민을 한다. 값은 비싸지만 시간이 절약되는 비행기, 저렴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버스, 그 중간에 위치한 기차를 말이다.


나 같은 경우는 상확이 넉넉지 않아 고민할 것 없이 저렴한 버스를 이용했다. 정말 저렴하게는 1 EUR (Mega bus 기준)에서 5~20 EUR 사이가 적정선이다. 성수기 때는 30~40 EUR 정도로 올라간다. 물론 비행기와 기차 또한 성수기에는 가격을 훌쩍 뛰어넘기에 편도 값이 버스의 왕복 값을 넘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번은 함부르크를 16 EUR 에 다녀왔다. 독일 내의 이동이라 쳐도, 버스를 타고 대략 7시간이 걸린다. 이 시간은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스의 파리를 갈 때의 시간과 비슷하다. 아마 이런 맛에 버스를 타는 게 아닐까?


비교적 많은 국가를 가진 않았지만 국가에서 국가를 이동할 때 비행기를 이용한 건 딱 한 번이다. 도저히 버스로는 힘든,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르셀로나라는 일정 때문에, 그것도 저가항공이었다. 버스와 비행기의 중간이라 생각되는 기차도 좋지만, 간혹 비행기 값보다 더 나갈 때도 있다. 기차 이용도 많이 해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가격적인 면에선 버스가 우세하다.


몇구간은 객실형태로 되어있는 OBB,  상당히 낭만적이다.
생애 첫 유럽버스, 프라하에서 체스키로 향했던


유럽에서 낭만을 위해 기차여행을 하는 사람도 많을 거다. 공감한다. 나도 유럽 기차여행에 대한 로망이 꽤나 크고, 실제로도 잘츠에서 비엔나로 이어지는 기차는 영화 비 포 선라이즈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낭만 있었다. 다만 비용에 대한 부담과 버스에 대한 걱정이 있는 사람을 위해 버스 이용에 대해 설명을 해보려 한다. 그리고 버스를 탄다는 것에 대한 인식이 값싸게 이동하자 라는 게 좀 아쉬웠다. 버스도 버스 나름대로의 낭만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또는 서유럽의 웬만한 버스회사는 다 타본 것 같다. 독일에선 예를 들어 meinfernbus과 합쳐진 flixbus, 그 외 Post Bus, Euroline, Mega bus, Student agency, Alsa 등 Go EURO 어플을 사용해 자신의 원하는 시간과 노선도를 입력해 검색할 수 있다. 결제 또한 간단하며, 버스회사의 사이트에서 직접 구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유명한 버스회사들은 전용 어플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우처를 따로 프린트할 것 없이 QR코드로 대신할 수 있다. 아마 기차나 비행기가 운행되지 않는 근교 도시들 때문이라도 버스를 이용해본 여행객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대략 3시간 이내의 거리.


내가 말하고자, 그리고 가장 큰 고민거리로 생각하는 버스는 최소 7시간을 달리는 장거리 버스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나 독일회사에 있을 때 인턴으로 온 몇몇 분들이 생각보다 같은 이유로 고민을 했다. 저렴하게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버스, 하지만 그에 따른 시간과 피로도, 그리고 안정성 때문에 고민을 한다. 우선 국가에서 국가를 이동할 때 최소 7시간 정도 소비가 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수도 베를린까지 얼추 7시간인걸 감안하면 정말 낮게 잡은 기준치이다. 제일 장거리로 타본 게 프랑크푸르트에서 브뤼셀을 경유해 런던으로 가는 대략 19시간 정도의 일정이었다.


베를린에서 돌아오는 풍경, 저녁이라 거의 안보인다.
야간 버스의 장점?

맞다. 하루를 홀랑 잡아먹는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상관없지만 대부분 시간을 쪼개서 휴가로 온 여행이라 하루라는 시간은 상당히 아깝다. 그래서 대부분 생각하는 게 야간 버스이다. 오후 11시 이후 운행되는 야간 버스를 타고 다음 날 새벽 6~7시쯤 목적지에 도착해있는다. 시간도 아끼고 숙박비도 아낀다고 생각하겠지만 결국엔 그 피로도로 인해 숙소에 들어가 잠을 청해 하루를 날릴 수도 있다. 웬만한 숙박업체의 체크인 시간은 대부분 오후 1시 이후이다. 아침 7시부터 체크인 시간까지 로비에서 기다리거나, 짐을 맡기고 문도 안연 도심을 구경하거나 둘 중 하나이다. 한 번은 파리를 야간 버스를 타고 갔는데 오전 7시에 도착해 숙소에서 체크인도 못하고 로비에서 시간을 보냈다. 짐을 맡길 수도 씻지도 못하는 상황이라 발이 묶일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잠을 청하지도, 눕지도 못해 그 피로도는 상당했다. 아무리 신나는 여행 일정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안전성, 이건 케바케이지만 간혹 위험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사람들과 함께 버스를 탄 적도 있다. 또한 버스에 실린 내 캐리어를 도둑맞을까 봐 제대로 잠도 청하지 못하고 정차할 때마다 살펴봤다. 운이 나빠 가방을 도둑맞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을 바짝 차렸다. 하지만 결과는 잠을 청하지 못해 피곤한 내 모습뿐이다. 하루를 아껴보려다가 또다시 하루를 날릴 수도 있다.


오후 시간대의 버스를 이용하면 대부분 휴게소를 들린다. 이 것 또한 묘미.
요 정도 먹거리 사는데 REWE에서도 5유로도 안든다. 7시간을 버티기에는 충분하다.
가장 이상적인 시간대

그렇기에 만약 장거리 버스를 이용한다면 내가 추천하는 시간대는 오후 1시에서 오후 3시 사이다. 그렇게 되면 하루 일정을 포기해야 되는 것 아니냐, 라고 생각할 텐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이 야간 버스를 이용해서 숙박비를 아끼고 여행을 재밌게 했다, 라는 전제는 그 사람의 경우이다. 사람마다 체력은 다르고 의지도 다르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체력의 모험을 건다는 건 상당히 위험하다. 위에서도 말했듯이 숙박비와 하루를 벌 겸 야간 버스를 이용했다가 다음날 도착해서 녹초가 되어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다. 이 시간대에 추천한 이유는 하루를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밤늦게 도착하고 장거리로 지친 몸이지만, 적어도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 푹 식 푹신한 침대에서 잠을 청할 수 있다. 다음날의 컨디션은 걱정거리가 아니게 된다. 그렇기에 이 시간대를 추천한다. 오전대의 버스도 괜찮다. 나 같은 경우는 여유 있게 짜고 싶어 오후대를 선택하였다. 기본적으로 체크아웃이 기본적으로 10시란 가정하에 움직이면, 짐을 챙기고 근처 식당이나 카페에서 몸을 추스른 뒤 간단한 먹거리를 들고 오후에 탑승을 하는 것이다. 중간에 졸리면 낮잠을 자도 된다. 피곤함은 확실히 야간 버스보다 덜하고 밤새 내 짐을 사수하느라 잠을 못 잘 필요도 없다. 또 버스를 타는 묘미는 도로 위를 달리며 보는 풍경인데, 야간 버스는 암흑 그 자체이다. 오후에서 저녁으로 넘어가며 슬슬 해질 녘이 보이며 매직 아워 시간대로 된다면 유럽 고속도로에서 보는 하늘과 풍경은 정말 예술이다. 아무래도 넓다 보니까.


타보니까 굳이

야간 버스도 좋은 선택이긴 하지만 굳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 나 또한 야간 버스 이용을 많이 했는데, 후폭풍을 경험한 이후 다음부턴 오후 2 시대 정도의 버스를 탔다. 먹거리와 음료수를 사들고 노트북에 있는 영화를 보거나 또는 책을 읽으면서 말이다. 버스 타는 것을 상당히 즐겼다. 그것 또한 여행의 묘미라고 받아들였다. 인상 깊은 추억이 남을 수도 있다. 아직도 나는 베를린에서 돌아오는 버스에서 보았던 이준익 감독님의 동주 가 기억이 남는다. 정말 아련했다. 동주라는 영화도 아련하지만 동주를 다시 볼 때마다, 베를린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쉬움을 남기며 돌아오던 그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원래 차멀미가 있어 차에서 책이나 영상은 일절 보지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유럽의 장거리 버스에서는 그 모든 것이 가능했다. 마트에서 산 과자와 음료수를 마시며 영화를 보다가 피곤이 몰려와 약간의 잠을 청하고, 눈을 떠보니 창가에서는 해 질 녘의 노을이 마주하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이제 앞으로 마주하게 될 새로운 도시, 또는 나라를 상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 시간은 정말 행복했다.


선택은 자신의 몫

물론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편의성을 중점으로 두는 사람들한테는 버스는 사실 최악이다. 비행기와 기차보다는 불편한 좌석에, 화장실이 구비되어있지만 달리는 차 안에서 볼일을 본다는 건 사실 참 힘들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저 나처럼 저렴하게, 조금이라도 경비에 부담을 느낄 때, 주저 말고 버스에 한번 몸을 실어봐라! 정도의 추천이다. 물론 어느 정도의 준비성 또한 갖추면 더 좋다. 특히 젊은 분들, 나도 아직 젊은 나이이지만 장거리 버스여행을 나이 들어서는 도저히 할 용기가 안 생긴다. 물론 간혹 외국의 노인분들도 문제없이 이용하지만 그분들에겐 익숙한 시간과 익숙한 거리라 그런 게 아닐까? 란 생각을 가진다. 유럽에서 버스를 타는 건 꽤나 낭만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야 예술인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