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하면서도 완전한 간사이 7박 8일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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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본 방문, 이 정도면 중독?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일본 여행입니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당분간 해외여행은 못하겠지?'라는 생각을 품은 저 자신에게 보란 듯이 다녀왔습니다. 단 이번에는 혼자가 아닌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 거기다 2번째 방문하는 간사이 여행.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다는 오사카를 중심으로 근교에 고베와 교토, 나라를 두고 있는 아주 여행하기 좋은 관광지이죠.
7박 8일의 여정
처음 간사이 지방을 방문한 건 친한 지인과 함께였습니다. 지인은 지금의 나와 마찬가지로 2번째 간사이 방문을 하게 된 상황이었고 첫 번째 여행엔 친구들과 함께 왔었고 친구들과의 일본 여행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여행 내내 들어서인지 계속 혼자 여행을 다니면서도 친구들과의 여행을 기리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그것이 이루어졌죠. 해외여행이 처음이자, 일본 여행이 처음인 친구들을 위해 가이드를 자처하며 나섰습니다. 또 경비가 부담이 될까 우려되어 경비도 정말 알차게 맞췄죠. 처음엔 하루 식비가 이 정도로 되겠냐? 싶었던 친구들도 하루, 이틀이 지나고 나니 저의 깊은 뜻(?)을 동조해주었습니다.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예약한 패스권을 먼저 찾았았고 저의 교통편 선택엔 길게 고민할 것 없이 7박의 일정에 맞는 ICOCA & HARUKA를 선택했습니다. 간사이공항에서 바로 교토로 갈 수 있으며, 우리의 여행 일정 자체가 '교토 -고베 - 오사카' 루트 이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이었습니다. 또한 500엔의 보증금을 가지고 1500엔을 사용할 수 있는 ICOCA 카드는 교토에서 고베로, 고베에서 오사카로 향할 때 사용했습니다. 남은 돈은 지하철을 타거나 편의점을 사용하면 되니 말이죠.
Kyoto
간사이 지방에서 제일 운치 있고 감수성이 풍부한 도시를 꼽자면 교토라고 말하고 싶네요. 처음 지인과 교토를 방문했을 때, 지인이 제가 짠 계획에 상당히 만족하여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애석하게도 지인의 첫 간사이여행에서의 교토 일정은 당일치기의 계획만 존재했던 터라 제대로 숨도 못 쉬고 돌아간 것이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간사이 공항에서 하루카를 탑승합니다. 4, 5, 6번은 자율 입석 제라 줄을 서서 빈자리에 앉으면 됩니다. 입구 쪽에 캐리어를 놓는 공간이 따로 있어 전혀 불편함도 없습니다. 처음엔 일본과 한국의 차이를 아직 잘 모르겠다며 시큰둥한 친구들이 기차가 점점 시내권으로 진입하자 일본의 지나가는 풍경을 보고 설레는 맘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무사히 교토역에 도착하여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 숙소로 이동합니다. ICOCA 카드로 지하철을 타고 시조 역에서 내려 숙소로 이동했습니다. 친구들 뿐 아닌 태풍 난마돌과 함께한 여행이라 길쭉길쭉한 비가 쏟아져내린 하루였습니다.
친구들과 처음 숙박을 하게 된 곳은 가와라마치 역 근처에 위치해있는 카오산 교토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한 블록 넘어서 다이마루 백화점과 아케이드가 위치해있고 도보 2분에 가와라마치 역, 도보 5분에 카모 강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위치를 지닌 호스텔이죠. 3인실이 따로 있어 굉장히 편하게 지냈습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마찬가지로 공용이지만 남 눈치 안보며 짐을 풀어헤친다는 것이 얼마나 호화스러운 일인지 여행을 다녀본 사람들은 공감해 주실 겁니다. 직원들의 굉장히 나이스 한 마인드를 가졌고 시설도 평균 이상입니다.
亀八
간사이 지방에, 교토에 도착하여 첫 식사를 한 곳은 폰토쵸쪽에 위치한 亀八(가메 하치) 란 모츠나베 집입니다. 거북이 여덟(?)이라는 귀여운 이름을 가진 곱창전골 집이죠. 후쿠오카의 음식이긴 하지만 먹어본 적이 없는 요리라 상당히 구미가 당겨 도전해 봤습니다. 베이스는 미소로 나중에 추가로 라멘 사리까지 시켰는데 일본에 와 친구들에게 먹인 첫끼로는 정말 훌륭한 식사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한국에서 먹던 곱창보다는 좀 더 부드럽고 고소하며 양배추의 식감이 정말 일품입니다. 직원들의 극진한 서비스 또한 한몫해 처음 일본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되었습니다. 다만 요리가 무척이나 늦게 나온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겠지요..
단 하루라도 교토에서 버스를 타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하철도 잘 구성되어있는 도시이지만 저는 언제나 그 도시의 모습을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면 버스를 추천합니다. 버스 창가에 앉아 지나가는 그 도시의 풍경을 보며 즐기는 그 감정이 너무나 좋아서 말이죠. 특히나 교토에서 후지이 미나리나 아라시야마를 간다면 도보로는 굉장히 힘든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이때 지하철보다는 좀 더 여유 있게 버스를 타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버스를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1-Day Pass(500엔) 권을 구입해 3번만 승차를 해도 이미 제값은 한 것이죠.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뒷문으로 탑승을 하고 앞문으로 하차를 하며 요금을 계산합니다. 패스권 구입도 자판기나 매점에서 구매 가능하지만 앞문으로 하차 시 버스운전 사분에게도 구입이 가능합니다. 교토 국립미술관 쪽에 위치해있는 츠타야 서점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버스패스권을 구입하고 츠타야 서점을 본 후 헤이안 신궁을 둘러본 후 아라시야마로 이동했습니다. 언제나 아라시야마는 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치쿠린은 마음을 가볍게 만들어줍니다.
Bar Rocking chair(ロッキングチェア)
교토의 다치바 나초에 위치한 Bar Rocking chair 란 곳입니다. 가와라마치에서 걸어서 5분 이내의 거리이고 우리의 숙소 바로 밑에 위치해있어 교토에 있는 동안 즐겨 찾았었죠.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칵테일 장인이 계신 곳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손님들은 칵테일을 주문하더군요. 싱글몰트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 언제나 저에게 1순위인 라프로익을 주문했습니다. 아쉽게도 10년 산이 전부였지만 이 가격에 라프로익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차지 값을 받는 만큼 (500엔) 바텐더들의 서비스는 지극정성입니다. 비교적 늦게 담배를 배운 터라 실내 흡연은 언제나 신기하면서도 좋습니다. 일본에 들려 맥주와 사케도 좋지만 분위기 좋은 바에서 위스키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겠죠.
Kobe
운치와 아름다운 도시는 교토이지만 '일본에서 살고 싶다' 란 생각이 처음 든 것은 2년 전 고베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대부분 고베규, 와규를 먹기 위해 잠시 들리거나 반나절 정도면 구경하는 게 전부인 고베이지만 2년 전에도 이번 여행에서도 하룻밤을 보낸 것은 후회가 없습니다. 후일담으로 참 신기하면서 고맙게도 친구들도 고베에 와서 일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군요. 사람 감정이란 게 다 비슷비슷한 걸까요? 점심으로 값싸게 맞이 할 수 있는 와규는 언제나 훌륭하고 작은 대도시의 느낌이 물씬 나는 고베는 고즈넉한 교토와는 색다른 색을 강하게 내뿜습니다. 확실히 출장이나 고베 대학 때문이 아니면 숙박을 하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교토와 오사카에 비해서 상당히 호텔 값이 저렴합니다. 이번에 묵은 호텔은 모자이크와 포트 타워에서 굉장히 가까운 Hotel Okura Kobe 에 묶었습니다. 1인당 4만 원 정도 낸 것으로 기억합니다. 밤에는 호텔에서 보는 뷰를 보며 가볍게 한잔하는 것도 단순하지만 꽤나 기분 좋은 일이더군요. 교토에서 고베를 오는 방법은 여러 루트가 있는데 가장 깔끔한 것은 한큐 전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한큐 패스를 가지고 있거나 ICOCA 카드를 가지고 있으면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큐 가와라마치에서 탑승해 주소 역에서 1번 플랫폼으로 이동해 환승하고 산노미야 역에서 내리면 됩니다. 오쿠라 고베 호텔뿐만 아니라 여러 곳의 호텔에서 셔틀버스를 상시 운행 중이라 Mint KOBE 정류장에서 이용하실 수 있습니다.
Guten Appetit!
이번엔 친구들이 직접 찍은 음식 사진을 사용해봤다. 평소 음식 사진을 잘 찍지를 않아서.. 는 변명이다.
Osaka
이번 간사이 여행에서는 먹방의 향연이었습니다. 평소 혼자 여행할 때에는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않았습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랄까요.. 워낙에 음식 욕심이 크지 않아서인 점도 있겠지만 혼자 맛집을 찾아다니면서 먹고 감탄하던 초반의 여행의 비해 날이 가면 갈수록 맛있는 걸 먹게 되면 뭔가 더 외로워지더군요. 이 맛있음을 함께 공유하고 맛없음을 함께 욕할 친구나 연인, 가족이 필요한데 매번 혼자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다 보니 식당은 피하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음 음식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친구들과의 여행에서도 그럴 순 없죠.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의 맛집을 여럿 알아봤습니다. 일본은 4번째 방문인데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 너무 많았다는 것에 놀라웠습니다. 오사카는 큰 일정이 없었습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과감히 포기하고 호텔과 번화가를 오가며 정말 여유 있게 보냈습니다. 옛것의 느낌이 물씬 나는 도시이지만 언제나 즐거운 곳이죠. 아메리카무라, 오렌지 스트릿, 덴덴타운, 난바 파크 등등 정말 뻔한 일정과 볼거리이지만 친구들이 만족해주니 저 또한 기분이 좋았습니다.
고베에서 오사카로 이동하는 방법은 한신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ICOCA 카드에 금액이 남아있기에 한신 산노미야로 이동하여 난바역까지 이동했습니다. 직행이며 중간에 알아서 환승이 되는 시스템이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한 오사카에서 간사이 공항에 이동할 때 라피드를 미리 구입하지 않았거나 급행과 고민 중인 분들이 있으시다면 저는 여유만 있다면 920엔짜리 급행 티켓을 추천합니다. 지하철이라 시간대에 따라 인파가 많이 몰리지만 난카이 난바가 출발점이라 자리만 잡으면 문제없습니다. 10~20분 정도의 차이와 편안함 치곤 가격차이가 많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선 개인의 기호에 따라 선택하면 될 것 같습니다.
Gokaitachizushi(豪快立ち寿司)
오꼬노미야끼로 유명한 후쿠타로에서 두 블록 건너에 위치한 고 카이 다치즈시 란 참치회 식당입니다. 기준의 차이겠지만 저렴한 가격에 참치를 먹을 수 있습니다. 평소 회나 초밥을 안 좋아하는데 참기름에 절여 나오는 참치회는 정말 제 스타일이더군요. 회를 못 먹어도 육회를 먹는 분들이라면 필히 좋아할 것입니다. 일하는 직원들과 사장님의 서비스도 역시 훌륭합니다. 차가운 사케를 추천받아 고 카이 나마 사케를 주문했습니다. 평소 한국 술에만 적응돼있던 친구는 신세계를 경험했다며 소주에서 은퇴했습니다. 참치초밥도 크기가 어마어마합니다. 1인당 1000엔 정도 예상.
mr.kanso(本店)
교토에서 추천했던 위스키가 괜찮았는지 친구들이 한잔 더 하고 싶다 하여 찾은 오사카의 mr.kanso 도톤보리 강에 위치해있으며 글리코상 맞은편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오는 곳입니다. 일본 여러 도시에 체인점이 있고 통조림을 파는 가게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한쪽 코너에 각양각색의 통조림이 위치해있는데 정말 아기자기하며 리스본에서 보았던 통조림 가게가 생각이 나더군요. 가격은 착하지 않아 여러 개를 도전하지는 못하였고 간단한 땅콩 정도만 도전을 해봤습니다. 라프로익 한잔에 한화 약 8000원 정도라니.. 그 이상의 부가세도 받지 않아 정말 저렴하게 맘껏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곳. 위치도 도시 중심가에 위치해있어 언제는 갈 수 있고 새벽 2시까지 운영하기 때문에 오사카의 하루를 마무리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친구와 여행을 간다는 것은
혼자서의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그에 적응한 탓일까요, 물론 혼자 하는 여행과 친구와 함께하는 여행의 장단점과 즐기고 느끼는 요소가 다르지만 어느덧 저는 혼자만의 여행에 너무 녹아들어 버린 듯합니다. 두 명의 친구와 함께한 여행, 가이드를 자처하며 친구들을 이끌었고 군말 없이 내 말에 따라준 친구들에게 고마웠습니다.
저 포함 3명 전부가 처음 마주하는 도시였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들더군요. 저에겐 두 번째 간사이여행에 계획도 저번의 여행과 거의 비슷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제 친구들에겐 그저 한없이 설레고 신기했을 테지만 저에겐 감흥이 덜 할 수밖에 없었죠. 때문에 미안함 마음도 들더군요. 첫 해외여행이자 첫 도시이니 만큼 신나고 설레서 이것저것 한창 보고 싶을 때인데 저는 그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앞만 보고 걸었습니다. 물론 2명에게 실수 없이 제대로 된 여행을 시켜주기 위해 집중하고 있던 바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이것에 대하여 후회를 한다기보단 우리 모두가 첫 도시이며 첫 여행이었다면 또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여졌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는 했습니다.
함께 하루를 마무리한 다는 것
하루가 끝나고 저녁노을이 질 무렵엔 언제나 혼자였습니다. 이번엔 달랐습니다. 친구들과 함께했죠. 밤이 찾아오는 만큼 하루가 끝났다는 느낌이 더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밤이 찾아오고 혼자였던 여태 껏의 여행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함께 하니 그 밤 또한 너무 좋더군요. 맥주 한 캔을 하며 교토의 밤거리를 거닐며 오늘 보았던, 먹었던 곳을 다시 이야기하며 그저 그런 소박한 이야기들이지만 저에겐 그 어떤 무엇보다도 행복했습니다.
맛있는 걸 먹어도, 속으로 '맛있구나.. 음' 하고 끝내는 게 다반사. 친구들과 함께하니 먹자마자 나는 미슐랭 식당의 주방장이라도 된 듯이 맛을 평가하며 으름장을 놓더군요. 맛있다, 간이 짜다, 이게 별미다 등등 혼자였으면 튀어나오지도 생각나지도 않았을 말과 행동들이 친구들과 함께하니 저절로 나옵니다. 물론 2명을 가이드한다는 것은 몸적으로 특히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에게도 부담이 되고 무언가를 묻거나, 하고 싶은 친구들에게도 부담이 크게 됐을 터이니 말이죠. 친구들에게 바란 점은 이제 첫 여행은 무사히 끝났으니, 다음에 다시 한번 여행을 하게 된다면 각자의 정체성이 좀 더 뚜렷한 여행을 하는 게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