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Vergieon May 21. 2016

Midnight In Paris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남은 생 동안 그대 곁에 머물게 되리라.

에펠탑으로 가는 길목마저 황홀하게

관광 책에는 실리지 않은, 왠지 나만이 걷고 있는 듯한 길과 장소.

나만의 감성에 빠질 수 있는 여행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 한 남 들다 하는 인증사진 남기는 여행, 먹방을 위해 맛집을 찾는 여행, 가이드 책자가 설명해준 전형적인 여행 또 한 좋아합니다.


여행엔 편식이 없다.

 

여행엔 각자의 개성과 각자 즐길 수 있는 콘셉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제가 좋아하는 콘셉트 중 하나인 좋아하는 영화의 촬영지를 찾는 것이죠. 2번째 방문한 파리에선 영화 촬영지를 찾아가 보는 콘셉트를 잡고 우디 앨런의 'Midnight In Paris'가 주제가 되어 그의 발자취를 밟아보았습니다.



2011년에 개봉한 우디 앨런(Woody Allen)의 41번째 작품입니다. 아마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으며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극 중 내용은 약혼녀와 파리로 여행을 오게 된 길(오웬 윌슨) , 자정을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꿈에 기리던 1920년대 파리의 황금시대로 넘어가 파리의 옛 유명인사들을 만나는 판타지스러운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좀 더 디테일한 시놉시스를 원한다면 이곳을 클릭해주시길. 우디 앨런 영화엔 여러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단연 그중 하나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배경이 되는 도시를 정말 아름답게 담아낸다는 것이죠.  파리라는 도시를 여타 다른 도시와 같이 유럽 한 나라의 수도, 관광지 그 이상으로 생각해본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후 저는 파리에 대한 로망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유럽의 핵심적인 관광지 중 한 곳인 파리(Paris)를 배경 삼아 시대적 유명 인물의 등장으로써 한층 더 재미요소를 가지게 해주었죠. 각각의 영화 촬영지를 알아보기에 앞서 실제로 파리에 여행을 갔을 때 보기 좋은 순서의 루트를 설명해드리려 합니다.



(이미지 출처: Google map)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파리의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한 곳인 노트르 담 성당(Notre-Dame de Paris)을 찾게 될 것입니다. 노트르담 성당의 뒤편의 작은 정원은 극 중 길(오웬 윌슨)이 가이드에게 불어로 적힌 일기를 해석해달라던 장면의 장소입니다. 아쉽게도 수많은 인파와 아름다운 광경에 넋이 나가 사진은 남겨오지 못했습니다. 노트르담을 구경한 후에 작은 다리를 건너 셰익스피어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를 지나 뒤몽성당(Saint-Étienne-du-Mont)을 본 후 폴리도르(Le Polidor)를 감상한다면 아주 좋은 루트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중간중간 지나가며 보게 될 파리의 일상적인 모습 또한 정말 아름다우니 큰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목을 누르시면 구글맵에 연결됩니다.


Notre-Dame de Paris
밤에 찍은 노트르 담 성당(Notre-Dame de Paris)
다리 밑에서 본 노트르 담 성당 (Notre-Dame de Paris)

불어로 '우리의 귀부인(Notre-Dame)' 뜻이 이름을 가진 대성당 노트르담 성당(Notre-Dame de Paris) 입니다. 프랑스에 있는 관광지 중 외국인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다음인 루브르 박물관(Le musée du Louvre)과  꽤나 압도적인 차이를 보인다고 합니다. 성모 마리아가 프랑스의 주보성인 중 한 명이기 때문에 프랑스 어디를 가든지 중소 도시 정도 되는 곳의 성당은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겐 아마 노트르담의 꼽추(The Hunchback of Notre Dame)란 디즈니 회사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익숙하실 겁니다. 빅토르 위고의 원작 소설과는 다르게 해피엔딩이지만 제 마음속에서도 그 엔딩을 바라고 있었습니다. 재미나게도 성당 앞 광장에는 영점이 위치해있는데 그곳을 밟으면 파리에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도 존재한다고 합니다. 왜 나는 밟지 않았을까, 란 후회도 살짝 하고 있습니다.


Shakespeare & Company
평일 아침에 찾아간다면 여유롭게 서점을 볼 수 있다.

파리 배경의 영화에서 익숙한 곳이죠. 굳이 미드나잇 인 파리가 아니더라도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를 본 사람이라면 눈에 익으실 겁니다.


두 번째로 소개하여 드릴 곳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Shakespeare & Company)'입니다. 1919년 파리에 살던 미국인 실비아 비치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시와 희곡 등의 희귀한 판본들을 판매하는 서점을 개점하며 시작되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엔 나치에 의해 잠시 폐점하였다가 종전 이후 1951년 이 곳에 위치를 옮겨 새롭게 개점하였습니다.


핫플레이스 답게 이곳을 자주 방문한 문인들은 아일랜드의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James Joyce) 그리고 미국인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등이 있었습니다. 불어로 서술되어있는 오래된 서적을 보는 재미와 현대시대의 베스트셀러 책들이 맞물려 위치한 모습을 보는 것 또한 재미난 요소 중 하나입니다.


2층에는 조용하게 독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소박하게 마련되어있고 책을 사고 읽는 곳의 취지에 맞게 엄숙함을 굉장히 중요시 여깁니다. 촬영 금지라는 표시에도 굴하지 않고 많은 관광객들이 셔터 소리를 내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면 괜스레 부끄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카운터 앞쪽엔 이 서점에 관련된 굿즈를 판매하고 있어 에코백이라든지 노트나 스티커를 지인들에게 선물해주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Saint-Étienne-du-Mont
밤내음을 마시며 길을 걷던 길은 결국 길을 헤메어 낯선 이 곳 까지 오게 됩니다.
자정을 넘겨 이미 택시는 할증이 붙겠죠.
부르릉
대리 부르셨죠 ?
정면에서 좌측 첫번째에 위치한 성당의 문.
계단에서 돌아온 언덕길을 돌아보면 영화의 장면이 머리속에 바로 떠오를 것 입니다.

영화의 가장 핵심적인 장면의 장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곳에서 모든 게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황금시대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장소이죠. 과연 이 곳은 어디일까요? 노트르담 성당을 본 후 판테옹(Panthéon)이 위치한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보이는 셍테티엔느 뒤몽 성당(Saint-Étienne-du-Mont)입니다.  성당의 정면에서 좌측 첫 번째에 위치한 이 계단이 바로 길이 잠시 숨을 돌린 계단이죠.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 이 곳은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생전 처음 파리를 방문했을 때 일행은 있고 시간은 없었습니다. 정말 강행군으로 관광만 했다고 해도 될 정도였죠. 그래도 곧 죽어도 폴리도르 하나는 보고 가자라는 마음을 강하게 내비치어 일행들을 설득해 폴리도르에 가게 되었습니다. 마침내 폴리도르를 영접(?) 한 후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누면서 길을 걸었고 판테옹에 다 달았을 때쯤 해도 지고 시간이 늦어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노트르담에 있는 지하철역을 가기 위해 길을 찾아 내려갔죠. 그 내려가던 언덕길에 위 사진에 보이는 언덕길입니다.

아주 간단하게 구글맵에 미드나잇 인 파리라고 쳐도 나오는 그 명소를 그냥 지나친 것이죠. 두 번째 방문했을 때, 드디어 오게 되는구나! 라며 감상에 빠졌는데 뭔가 굉장히 낯이 익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기억을 더듬어보니 지하철을 타기 위해 내려가던 내리막길이었던 거죠. 내심 혼자 평행이론급 소름에 감탄해 기분이 묘했다랄까..


 Le Polidor
사진이 이 사진밖에 없었다..

세 번째로 소개드릴 곳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술집에서 젤다, 스콧 피츠제럴드 부부를 만난 길이 헤밍웨이를 만나게 되는 장소인 폴리도르(Le Polidor)입니다. 영화 전체 러닝타임 시간에서는 비교적 짧지만 코리 스톨이 연기한 헤밍웨이의 모습이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시인 랭보의 단골가게이며 영화 속에선 그 황금시대의 문인들의 주요 접선 장소였습니다.


실제론 영화 속 떠들썩한 이미지와는 다르게 현지인들이 주로 찾는 프랑스 가정식을 판매하는 집입니다. 커피 한잔을 할까, 란 마음으로 가게에 들어가 마담에게 인사를 했습니다. 아쉽게도 식사만 가능한 곳이라 착석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맞은 편의 일식집에서 식사를 마친 후였기에..


대체 무슨 생각으로 파리까지 와서 일식을 먹었는지 그때의 머릿속은 아직도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저렴한 가격으로 모시는 오늘의 메뉴도 존재하니 식사시간에 맞추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 식사를 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Orangerie Museum
현학적인 남자 폴의 허세를 경청 중.
황홀함에 다리에 힘이 풀려 앉아서 볼수 밖에 없는 두 남자.

네 번째로는 파리의 미술관 중 가장 행복했던 오랑주리(Orangerie Museum)입니다. 클로드 모네(Claude Mone)의 대작 수련(Water Lilies)이 전시되어있으며 그 외에 피카소(Picasso), 마티스(Matisse), 르느와르(Renoir), 세잔(Cézanne), 루소(Rousseau), 모딜리아니(Modigliani) 등 많은 화가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콩코드 광장(Place de la Concorde)에서도, 뛸르히 정원(Jardin des Tuileries)에서도, 루브르(Louvre)에서도 접근이 쉬운 위치에 있습니다. 여느 미술관 과는 다른 분위기에 압도될 정도였죠. 무슨 어려운 말로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요? 그냥 좋고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이 미술관의 원래의 용도는 오렌지 나무를 위한 온실이었습니다. 이름에서 이미 메시지를 던져주었죠. 그전부터 원래의 목적보다 전시장으로 쓰이던 이 곳은 1922년 모네가 자신의 수련 그림을 기증하면서 이 미술관은 거대한 수련을 담기 위한 미술관으로 재설계됩니다.


유럽의 미술관은 학생들에겐 무료이지만 관광객 들이겐 살갑지 않습니다. 오르셰 입장권과 동시에 구매해서 보면 상당히 이득이라더군요. 매달 첫째 일요일에 행사하는 무료입장의 방법도 있습니다. 저는 독일에 살 당시 무슨 연유에서 인지 독일 보험 카드를 보여주었을 뿐인데 무료로 입장을 시켜주었습니다. 그들에겐 아마 독일의 학생증으로 보였나 봅니다. 참 몹쓸 짓인데 마치 스파이 영화에서 처럼 위조 신분증으로 사람들을 속여 당당히 입장하는 그런 비슷한 느낌이 들어 괜스레 기분 좋았던 게 생각납니다. 따라 하진 마세요.


Marche aux Puces de Saint-Ouen
친구먹은 콜 포터의 음악이 흘러나오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말 우연히 찍은 사진인데 나중에 찾아보니 영화의 그 장소

익숙한 콜 포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5번째 장소는 파리 3대 벼룩시장 중 한 곳인 생투앙 벼룩시장(Marche aux Puces de Saint-Ouen)입니다.


예전부터 옛것들이나 누군가의 손때 묻은 물건들이 좋았습니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저에겐 천국이었죠. 소장의 가치라는 의미보단 한 사람의 인생을 간접적으로 만지고 볼 수 있는 곳이 벼룩시장이라 생각해서입니다. 큰 유리창에 막혀 만질 수도 자세히 볼 수도 없는 박물관보다 더 생기 있는 곳이 벼룩시장이죠. 특히나 이곳 생투앙 벼룩시장은 제가 보았던 벼룩시장들의 상식을 깨준 곳이기도 합니다.


파리의 북쪽에 위치해있어 사실 상 중심가에 자리를 잡고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저는 별로 개의치 않았지만 몇몇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치안이 안 좋은 동네 같다는 오해를 하기도 합니다. 물론 비교적 중심가보다는 안 좋은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이 날은 비가 무수히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비를 피하기 위해 실내에 위치한 공장 형태를 띤 건물에 들어가 비를 피하고 그곳을 탐방했습니다. 예정에 없던 3시간이 순식간에 사라진 일이었죠. 2층에 가보면 재미난 곳이 있습니다. 개당 1~2유로에 판매하는 엽서들인데 새 제품은 아니더군요. 이름 모를 누군가 연인에게, 친구에게, 가족에게 쓴 편지들이었습니다. 애당초 불어도 모르고 수필로 쓴 불어는 더더욱 몰라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편지 속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집니다. 당시엔 감상에 빠져 사 올 생각도 못했는데 너무나 아쉽더군요. 누군가의 이야기를 잠시 훔쳐볼 수 있는 기회였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다시 밖으로 나가면 골목골목 골동품 샵과 구제 옷가게들이 들어서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집에 골동품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부자들이 와서 구경할법한 상점들도 꽤나 있었습니다. 무수히 내리던 비가 한몫을 했는지 많은 가게가 열진 않았지만 비 내리던 그 조용한 벼룩시장의 풍경은 아직도 인상 깊습니다.


원래의 목적인 영화 속 장면의 장소를 찾으려 해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오늘은 포기하고 다음에 다시 오자, 란 마음을 먹고 맘 편히 구경하며 사진을 찍었는데 나중에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사진을 확인해보니 정확히 그 장면, 그 구도에 맞게 사진을 찍어놨더군요. 정말 의도치 않게 찍은 장소라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거짓말 같을 수도 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우연의 일치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MXIM'S

마지막으로 소개할 곳은 파리의 유명 사교 인사들의 사랑받는 아지트인 막심(MXIM'S)입니다. 1893년 카페의 웨이터인 막심 가이아의 손에 시작되어 20세기의 아르누보 양식과 사교계 핫플레이스로 통했던 막심. 영화 속에서도 특히나 자주 등장했던 장소, 시대의 시대를 걸쳐 등장해 연출적인 연결고리를 잘 맞춰준 장소이기도 합니다. 현재도 레스토랑으로 운영되며 기념비적인 행사를 할 때에는 클럽처럼 탈바꿈을 하기도 합니다.


늦은 저녁 지나가는 길에 입구에서만 서성거리던 제 자신이 지금도 참 아쉽습니다. 가난한 워홀러 시절이 이기에 당당히 들어가 이거 주 쇼!라곤 할 수 없었죠. 솔직히 애착이 가는 장소는 아니지만 다시 파리를 찾게 된다면 저녁 한 끼 정도는 이곳에서 하고 싶네요.


마지막은 헤밍웨이의 명언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젊은 시절,
그대가 파리에서 살아보는 행운을 누렸다면
그 후 세상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든,
파리는 이동하는 축제처럼 남은 생 동안
그대 곁에 머물게 되리라

- <해밍웨이, 파리에서 보낸 7년>




매거진의 이전글 스치기엔 아쉬운, 머물기엔 좋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