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 Oct 30. 2022

2022.10 월간 회고

운수 좋은 날

개인전 마무리


예선전을 7위로 마무리했다. 똑같은 와드를 3번씩 하고, 아침저녁으로 연습했던 보람이 있었다. 운동을 하면서 물이 올랐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됐다. 어쩐 일인지 잘하는 박스 점프가 나오고, 잘못하는 스트릭 푸시업에서도 괜찮은 순위가 나왔다. 이건 잘 될 거라는 계시 같았다. 정말 너무 힘들었지만 결국엔 해냈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어서 좋았다. 부상으로 아쉽게 본선은 참여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목표까지 생겼다. 내년엔 좀 더 성장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다리가..


날씨가 좋았다. 하늘도 맑았고, 한참 춥던 며칠에 비해 따뜻해진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오랜만에 하늘을 보면서 걷다가, 정신이 팔렸다. 그리고 외마디 소리와 함께 주저앉았다. 발목을 접질렸다. 어쩐지 날씨가 좋더라니, 하늘이 예쁘더라니. 살짝 패인 도로에 내 발목은 견디지 못했다. 잘 접질리는 편이라 그냥 넘어갈 줄 알았으나,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날씨가 좋던 어느 날 반깁스를 했다. 그 덕에, 개인전, 팀전 대회를 줄줄이 취소해야 했다. 바로 다음 주가 개인전이었는데. 그렇게 2주째 집에서 칩거 상태다. 총체적 난국인 건, 발목이 아파서 목발을 집어야 하는데, 어깨까지 아프니 양쪽 다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는 것. 엑스레이에 보이던 얇은 금을 보고 눈물이 찔끔 난건 비밀이다.


사고 경위와 진행상황을 랩으로 표현하세요


아파서 속상하지만, 오히려 행복한 기억이 더 많이 남았다. 내 발을 보고, 고민도 않고 병원에 데려 가주고, 운동중에 땀을 뻘뻘 흘리며 나와서 걱정해주고, 걱정되니 택시타고 가라며 모범 택시 불러주고, 차 태워주고, 약사다주고, 뼈 빨리 붙으라며 곰탕을 두 박스나 보내주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보내주고, 요리를 해주고, 약을 보내주고, 최애 빵집 배달까지. 많은 분들의 걱정 덕에 잘 나아가고 있다.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아프지만 행복한. 그때의 문자와, 사람들의 얼굴을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웃고있다. 얼른 나아서 돌아갈게요!

내 최애 빵 배달



아코는 촬영중


강의 촬영을 시작했다. 생각보다 시작이 늦어져서 마음이 조급했지만, 준비해놓은 게 있어서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다. 강의 제안을 받고 생각이 많았었다. 그런데 역시, 시간이 갈수록 찍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주니어 시절을 돌아보게 하고, 놓치고 있던 개념을 다시 공부하게 한다. 내가 이 강의를 준비하지 않았더라면 놓치고 지나갔을 부분인데.  나의 이력에, 경험에 이렇게 한 줄이 또 생긴다는 게, 노력하는 나를 보는 게 좋다. 대학원 끝나면 쉴 줄 알았는데 정말 나는 계속 바쁠 운명일지도.


우아한 형제들에 입사하면 목표했던 것 중 하나가 우아콘에서 발표하기였다. 그리고 해냈다. 발표 준비나, 촬영은 이미 지난달에 끝났지만 오픈이 이번 달이라 이제야 마무리가 된 느낌이다. 촬영이 끝나고도 내 영상을 보는 사람이 있을까, 너무 쉽진 않나, 재미없진 않나 생각했었다. 근데 늘 끝나면 느끼는 거지만, 결국 다 좋은 경험이었다 생각하게 된다. 댓글과 함께하는 소소한 행복까지. 정성스런 댓글이 정말 많았다. 가끔 들어가서 보는데, 쑥스러워 대댓글을 남기진 못했지만. 너무 감사하다. 


https://woowacon.com/ko/detailVideo/9


짧게 말하고, 짧게 쓰기


강의를 하다 보니, 말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쉽게 말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오해 없이 전달할 수 있을지. 더불어 계속되는 재택근무 상황에서 의사표현의 수단이 글이 될 때가 더 많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최근에 지인의 사내추천 글을 써준 적이 있다. 어떤 내용을 쓰고 싶은지 작성해준 글을 보고 내가 더 추가하거나 다듬게 됐다. 글을 보고 처음 느낀 건 “길다”였다. 한 문장이 너무 길었다. 나눠서 해도 되는 얘기도 굳이 긴 문장에 긴 호흡을 사용하는 게 불편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긴 문장을 나눴다. 되도록 한 문장은 한 줄을 넘지 않으려 한다. 이렇게 하면, 별다른 규칙 없이도, 자연스럽게 문장이 짧아진다. 더불어 한 문장에 한 가지 내용만 전달하려는 목적도 달성할 수 있다. 정리를 하고 나니 의도가 명확해지고, 모호한 부분을 수정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아래와 같다.


처음 받은 문장

000과는 2019년 1월 000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000 시간 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000에 나오면서 운동하는 000과 대화를 통해 서로 4차 산업혁명 관련 업계에서 일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며 000의 업무가 000 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수정한 문장

000과는 2019년 1월 000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 000 시간 동안 꾸준하고 성실하게 운동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 시간 동안 000과 대화를 통해 000가 000 관한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2 문장이었던 내용을 3 문장으로 변경했다.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뽑았다. 결국 말하고 싶은 내용은 3가지였다. 정확히 문장 수와 일치한다.   

지원자를 알고 지낸 기간

지원자의 성향

지원자가 하는 일


가능한 수치화 해서 말하고, 모호한 표현은 빼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설명하는 건 어쩔 수 없이 “성실”, “꾸준” 같은 단어가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대신 위와 같은 단어를 썼을 땐 반드시, 이 표현에 대한 예를 추가했다. 내가 쓰는 회고록도 이런 글쓰기의 연습이다.


최근에 읽었던 글인데 왜 우리가 단문을 사용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특히나 기억에 남았던 부분이,  우리말의 구조상, 더더욱 단문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말은 동사에 해당하는 말이 주어 바로 뒤가 아닌 문장 맨 뒤에 나온다. 그래서 말이 길어지면 주어와 동사의 간극이 벌어져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그것의 풀이가 헷갈리게 된다. 그래서 한국말을 쉽게 하려면 중간에 주어를 설명하는 동사를 적절하게 넣어줘야 한다. 의도적으로 주어와 동사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다. 그래서 한국말은 짧게 쓰면 좋다.


https://ppss.kr/archives/227902


나는 글을 쓸 때 쉼표를 많이 쓴다. 문장을 끊기 애매하지만 내용을 분리하고 싶을 때 많이 쓰는데, 앞의 문장도 그렇다. 단문을 쓰려는 노력이 과해지다 보니, 쉼표를 많이 쓰는 습관이 생겼다. 특히나 접속사 대신, 줄임말로 쓸 때 더 그렇다. 맞춤법에 위배되는지는 모르겠으나, 의사 전달이 더 잘되기만 한다면 계속 쓸 생각이다. 글을 쓰는 목적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함이지, 문법과 규칙을 지키려는 것은 아니니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쉼표를 얼마나 많이 쓰는지. 다 쓰고 나서 세어 봐야겠다. 아, 그리고 다음 달 회고에는 쉼표 문법에 대해 공부해야겠다.


강의를 하다 보니 더 명확해졌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준비가 잘 되어 있으면, 짧게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준비가 부족하거나, 헷갈리는 내용은 말이 길어졌다.


내가 생각한 이유는 안일함 때문이다. 어떻게 표현할지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말을 던져놓고 그중에 이해하길 바라는 안일함. 닭발로 비유하자면 뼈 있는 닭발과 무뼈 닭발의 차이점 정도(개인의 선호사항은 뒤로하고).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이기심 때문이다. 나는 편하게, 상대는 어렵게. 김봉진 대표가 한 말을 인용한다. 정말 좋아하고 공감하는 문장인데, 말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인간의 뇌는 게으르다. 그렇게 긴 문장을, 긴 호흡을 놓치지 않고 이해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가능한 뼈는 다 바르고, 살코기만 입에 넣길 원한다. 강의를 듣게 될 수많은 수강생의 수고스러움을 생각한다면, 더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함을 다시 되새긴다.


만드는 사람이 수고로우면 쓰는 사람이 편하고
만드는 사람이 편하면 쓰는 사람이 수고롭다


그래서 나는 말이 긴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나 회의처럼 여러 사람이 참석할 때 더 그렇다. 회의에서 말이 길어진다는 건, 준비되지 않았음과 동시에,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시간을 뺏음을 의미한다. 팀의 생산성에 치명적이다. 나는 회의 전에 해야 할 말을 정리해놓는다. 빼먹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 짧게 말하기 위해서이다. 정리가 되면 간결해진다.


“지금 A를 하고 있고, 특별한 이슈 없습니다. 차주까지 B를 완성해서,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지난주 업무 공유 시간에, 내가 말한 시간은 30초가 채 넘지 않았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A 대한 이슈가 있었으나, 이 부분은 전체 개발자를 대상으로 할 내용이 아니었다. 나와 함께 일하는 개발자 한 분에게만 공유하면 되는 내용이라 일부러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렇게 듣는 사람을 생각하면, 내용이 덜어지기도 한다.


내가 이런 성향임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 반대로 내가 너무 생략하는 상황을 경계하기 때문이다. 아, 말하기, 글쓰기에 대한 건, 따로 글을 써야겠다. (이렇게나 써놓고 또?)




그리고,


다쳐서 운동을 못하니까 더 하고싶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내가 마음을 먹고 하면 얼만큼 할 수 있나. 내년엔 그렇게 해보려한다. 내가 이 운동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최선을 다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