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코 Nov 30. 2022

2022.11 월간 회고

아파도 행복했던 한 달

어깨 수술

발목을 다치기 전부터 있던 어깨 통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다친 거니, 운동을 쉬면 나아질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이 무색했다. 그래서 발목 깁스를 풀자마자 한 건, 어깨 치료였다. 부디 이전에 맞았던 염증 주사가 이번에도 효과가 있길 빌었다. 하지만, 바람은 바람으로 끝났다. 아무래도 회전근개가 파열된 것 같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이후 과정은 빠르게 진행됐다. MRI를 촬영하고,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대표 원장님께 진료를 받았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제발 수술해야 하는 정도만 아니기를 바랐으나, 수술이 답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당장 내년에 해외에서 일할 계획도 있고, 운동도 얼른 하고 싶은데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보존적 치료를 계속 시도해볼 수 있으나 장담할 수 없다는 내용이 머리에 박혔다. 나아질 확률이 높지 않은 치료 방법보단, 고생은 하겠지만 확실한 해결방법인 수술을 선택했다.

진단을 받고 이튿날,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에서는 바로 수술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해서,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리 가벼운 수술은 아니었다. 한쪽 팔 엔 신경 마취를 하고, 수면 마취까지 해야 했다. 몰라서 겁이 없었다. 수술 소식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병문안을 온다고 했지만, 혼자서 잘할 수 있다며 만류했다. 그런데 막상 입원하고 나니, 간호사 선생님이 보호자 없냐고 계속 물어보셨다. 그제야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불안한 상태로 수술실에 들어갔다. 초록색 수술복이나, 엄청 아팠던 신경주사나, 눈이 부시던 조명을 무서워하다가 수면마취에 금방 잠이 들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끝났다. 신경마취가 되어있어서 잠에서 깨고도 그다지 아프지 않았다. 다만 빨리 자고 싶었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심전도 비프음도 무서웠고, 병실보다 더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누워있다가, 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병실로 이동을 했다. 바로 눕는 건 안된다고 하셔서 자세를 고치고 있는데, 친구들이 왔다. 괜찮다고 센척했지만, 친구들이 오니 역시 마음이 놓였다. 점심 도시락이며, 음료수, 간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왔는데, 든든했다. 신경마취가 채 풀리지 않아, 몸도 제대로 못 가누는 내 옆에 한참이고 걱정을 해주다 돌아갔다. 점심, 저녁 친구들이 오고, 밤엔 당직 간호사 선생님이 돌봐주셨다. 우리 엄마 또래 정도 돼 보이는 분이셨는데, 아직도 일하는 모습도 멋지고, 친절하게 챙겨주셔서 감사했다.

병원에서 먹는 사식


어깨도 그렇고, 발도 그렇고 다쳐서 힘들고 아프기만 할 줄 알았다. 운동도 못하고, 움직이도 못해서 우울할 줄 알았는데, 그럴 틈 없이 고마운 사람들이 병문안을 와주고, 밥을 사 오고, 연락해왔다. 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든 내가, 이렇게 정 많고 고마운 사람이 곁에 많은 건 얼마나 큰 행운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다. 그래서인지, 아파도 행복했던 한 달이었다.


강의 촬영

10월에 시작했던 강의 촬영을 마쳤다. 책 쓰는 것보다 오래 걸렸지만, 훨씬 수월했다. 책을 쓸 땐, 정말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했고, 틀도 없고, 참고할만한 내용도 많지 않았다. 오히려 참고를 하게 되면, 나만의 글이라는 정체성을 잃을까 걱정했었다. 반면 강의는 어느 정도 틀이 있었다. 크게 프로젝트 강의와 개념 강의로 나뉘었다. 촬영 시간은 개념 강의가 더 짧았지만, 올바른 내용을 전달하고, 쉽게 설명하기 위해 시간을 더 할애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땐, 내가 할 수 있을까? 잘못하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하나 가득이었다. 뭐든 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생각을 갖고 도전했는데, 역시나 잘한 선택이었다. 공교롭게, 다치는 바람에 한 달 넘게 운동도 못하고, 밖에도 못 나갔지만, 그 시간을 온전히 강의를 준비하고 촬영하는데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정말 인생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는 걸 또 한 번 느꼈다.


마지막 촬영 끗!


새로운 기술

드디어, 도입하겠다 마음 먹인지 1년이나 지난 Compose를 프로젝트에 도입했다. 어느 정도 연차가 찬 후에 공부를 하는 개념은 점점 더 추상적이라, 이해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특히나 Compsoe에서 강조하는 선언형 UI라는 부분도 어떤 개념인지 와닿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Compsoe를 쓰다 보니, 선언형이라는 게 어떤 건지 어렴풋이 느낌이 왔다.

Compose를 도입하게 된 계기야 여러 가지지만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2명이 되면서, 업무에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역시나, 여유가 있어야 새로운 걸 도전해볼 마음적 여유도 생기는 것 같다. Compose로 전환해야 해 하고 누가 시키는 건 아니지만, 새로운 UI 구현 방법이자 패러다임이니 꼭 사용해보고 싶었다. 또 공부하는 시간도 정말 재밌었다. 회사에 와서 처음, 자발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쓴 것 같다.

두 번째는, 강의 촬영이 더 동기부여를 해줬다. 강의 내용은 트렌드를 따라가야 하다 보니, 강의 구성 때도 새로운 기술을 많이 넣길 바라셨다. 내가 맡은 부분은 기초라 강의에 새로운 기술을 쓰진 않았다. 하지만 확실한 시장에 니즈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인생은 타이밍이란 말이 딱 10, 11월을 두고 한 말 같았다. 다쳐서 집에만 있느라, 강의 촬영에 집중할 수 있었다. 또, 여유가 좀 있었던 덕에, 수술도 빠르게 끝낼 수 있었다. 올해 아픈 거, 바빴던 거 다 훌훌 털어버리고 2023 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다. 12월은 열심히 놀고! 잘 마무리하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