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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Sep 12. 2016

33. 펀드, 팔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펀드 투자를 할 때 “언제 살 것인가?”하는 문제와 더불어 “언제 팔 것인가?”하는 문제는 영원한 화두다. 주식시장이 큰 폭의 하락을 겪은 후 언제 상승세로 돌아설지 확신을 하지 못할 때는 더욱 고민이 커진다. 진작 팔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후회하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팔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누구는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하면서 기다리라고만 한다. 또 누구는 장기투자만이 능사가 아니니 손절매를 해야 한다고 하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는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느 신문기사를 보니 어떤 전문가는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손절매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주가는 급락해 있어 손절매를 말하기에는 늦은 시점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미 20% 이상 손실을 보고 있는 투자자에게 10% 손실이 나면 손절매하라고 이야기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나는 단순한 주가 하락으로 인한 손절매는 하지 않는다. 투자한 기업의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그 기업을 선택할 때의 투자 아이디어가 여전히 건재하다면 오히려 주식을 더 매입할 기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다른 전문가는 정반대의 말을 한다. 장기투자만이 능사가 아니라 손실 폭이 깊어지면 손절매를 하라고 한다. 예를 들면 10%의 손실을 입었다면 과감히 손절매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틀렸다”라고 생각될 때, 일찌감치 팔아버리고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오히려 나중에 보면 잘한 선택이 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매수한 가격에 비하여 주가가 10% 이상 하락한다면 상승하기보다는 자칫 '대세 하락'이 될 공산이 높다고 보아 이를 매도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10%를 기준으로 하고, 그보다 더 하락폭이 커지면 재빨리 팔면 된다. 허울 좋은 장기투자, 다시 말해 무작정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누구의 조언을 따라야 할지 여간 헷갈리는 것이 아니다. 동일한 주식시장을 놓고 왜 이렇게 대처하는 방법이 다를까? 바로 투자 철학의 문제다. 전자의 경우는 가치투자 철학을 추구하는 투자가이다. 가치투자자들은 가격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와 가격의 괴리가 큰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한다.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은 무시를 하고 투자한 종목의 펀더멘탈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가격이 제 가치를 반영할 때까지 장기간 보유한다.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의 변동성에 따라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모멘텀 투자가라 할 수 있다. 주식시장의 추세를 보고 투자를 결정한다. 따라서 시장의 추세가 깨졌다면 손절매를 하라고 권한다. 


   투자자들은 누구나 저점에서 주식을 매수하여 고점에서 매도하기를 바라고 주식을 산다.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바보가 분명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지면서 말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떤가? 높은 가격에 사서 낮은 가격에 팔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펀드를 투자를 할 때 시장 타이밍보다는 장기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다.


   ‘언제 펀드를 팔 것인가?’ 하는 문제도 마찬가지다. 한번 펀드 포트폴리오가 정해지면 장기 투자를 해야 한다. 적어도 5년 이상 보유할 것을 권한다. 주식투자의 대가인 워렌 버핏은 “종목을 골라 주식투자를 할 때 앞으로 5년 동안 주식시장이 폐쇄된다는 가정 하에 투자를 한다”라고 했다. 5년 동안 주식시장에 얼마나 많은 변동성이 있겠는가? 중국 쇼크도 있을 수 있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문제, 북한 핵 문제 등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수가 주식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것이다. 팔고 싶어도 5년 동안 주식시장이 폐쇄되었다면 팔 수 없지 않은가? 바로 장기투자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면 언제 펀드를 팔면 되는가? 첫째, 펀드의 투자전략이 바뀐 경우다. 배당주에 투자하고자 펀드를 가입했는데,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기보다는 시장 추세에 부합하는 인기 종목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의 경우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투자자의 의도와는 달리 운용된 것이다. 배당주에 투자한 투자자라면 필시 높은 수익보다는 안정성에 더 중점을 두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오랜 기간 동안 저조한 성과를 보이는 펀드를 말한다. 일 년 정도의 저조한 성과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지만, 3 ~ 4년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매도를 검토해봐야 한다. 그러나 팔기 전에 몇 가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 펀드매니저의 투자전략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벤치마크와 동일한 유형의 다른 펀드와 비교를 해봐서 운용상의 문제점이 드러나면 팔아야 한다. 


  셋째, 투자자의 투자목표가 변경된 경우이다. 투자의 핵심은 투자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이나, 자녀교육, 노후준비 등의 목표가 변경된 경우 그에 따라 펀드 포트폴리오도 재점검해야 한다. 펀드의 환매 또는 갈아타기는 분명한 기준을 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행에 따라 펀드를 환매하거나 갈아타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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