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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Sep 26. 2016

36. 펀드의 투자시점은 돈이 있을 때이다

첫 번째 펀드 투자일기 -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

2007년 7월 25일 수요일. 코스피 지수 2,004.22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가 역사상 처음으로 14,000 포인트를 넘었다. 우리나라 코스피 지수도 2006년 1월 4일 1,400 포인트를 돌파한 후 거의 1년 이상을 1,400 포인트 언저리에서 횡보하다가 마침내 역사적인 2,000 포인트를 돌파했다. 요즘 증권회사 객장에 가면 주식투자를 시작하려는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언론에서도 낙관론 일색이다. 아직까지 펀드 투자를 시작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고민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주식시장의 조정을 기다리자니 기다리던 조정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이 들고, 막상 투자를 시작하자니 코스피 지수가 2,000포인트를 찍었으니 “꼭대기에서 덥석 덜미를 잡히지나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들고, 이래저래 갈피를 잡기 어렵다. 그러나 펀드는 투자 타이밍에 너무 많은 고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영원히 투자기회를 놓칠지도 모른다. 코스피지수가 1,800 포인트일 때 필자에게 문의를 한 투자자가 있었다.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변동성은 예측하기 어려우니 장기투자를 할 자세가 되어 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라고 조언을 했더니, “혹시 투자 후 주식시장이 내려가면 어떻게 하느냐” 는 걱정에 그럴 수도 있다고 답변을 했다. 그런데 “혹시 투자시기를 기다렸다가 2,000 포인트가 되면 또 어떻게 하느냐” 는 걱정에 역시 그럴 수 있다고 답변을 했다. 그 투자자는 아직도 투자를 못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코스피 주가지수가 1,600 포인트일 때도 지금처럼 똑같은 고민을 했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주식투자의 수익률은 자산배분이 90% 이상 영향을 미치고, 종목 선택이나 시장 타이밍은 10% 내외의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론 시장 예측을 정확하게 할 수만 있다면 시장 타이밍이 최고의 주식투자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 그래서 펀드 투자를 할 때에는 현재의 주가지수 수준을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주식시장의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투자원칙을 잘 살펴보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 원칙을 지키는 것만이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다.


   그러면 펀드 투자는 언제 시작하면 될까? 필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항상 동일한 답변을 한다. 돈이 있을 때 바로 시작하라. 단지 조건이 있다. 적어도 5년, 10년 이상 장기투자를 할 여유 돈이라면, 그리고 5년, 10년 이상 장기투자할 마음의 각오가 되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하면 된다. 그런 다음에는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흐름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된다. 필자가 조언해 주는 고객들은 한 가지 특징이 있다. 단기적으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더라도 별로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최근에 수익률이 고공비행을 하더라도 별로 연락도 없다. 바로 장기투자에 대한 약속 때문이다. 장기투자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 투자자가 주식시장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법칙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펀드 투자는 개별종목의 리스크는 펀드매니저들이 우리를 대신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있을 테니 말이다.

지금 생각

   2007년 7월 20일 코스피 지수가 2,004.22 포인트일 때 투자일기의 첫 번째 글에서 ‘펀드의 투자시점은 돈이 있을 때’라고 썼다. 그러나 2008년 9월부터 주식시장은 전대미문의 폭락장을 연출했다. 만약 2007년 7월 25일 이때 가지고 있는 모든 주식이나 펀드를 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면 필자는 2008년 10월쯤 주식시장의 스타로 등극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투자를 시작해도 된다고 했다. 엄청난 오류를 범한 것일까? 이후 코스피 지수는 2008년 8월까지 등락을 거듭하다가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된다. 만약 필자의 말을 듣고 투자를 했다면 그 이후 금융위기의 충격을 고스란히 안으면서 수익률 반 토막을 경험하게 된다. 불과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 이런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으니 투자를 해도 된다는 필자를 엄청나게 원망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투자를 시작해도 된다는 것은 그 이후 주식시장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한 말이 아니다.

아무도 시장을 정확하게 전망을 할 수는 없다. 2008년 1월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을 때 대부분의 투자전문가들도 불과 9개월 후의 파국을 예측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 민간 연구기관으로는 최고로 평가받는 삼성경제연구소조차도 미국의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에 대한 문제는 미국 정부에서 충분히 통제 가능할 것으로 예상을 한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이처럼 주식시장을 예측하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신의 영역이다. ‘펀드의 투자시점은 돈이 있을 때’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다만, 펀드에 돈을 넣는 순간 5년 이상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좋다. 2008년 10월 24일 938.75 포인트까지 떨어졌던 코스피 지수는 이 글을 쓰고 있는 2016년 9월 23일 현재 2,054.07 포인트이다.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1,000 포인트가 붕괴될 즈음에 필자의 강의를 들은 분이 있었다. 이 분도 2007년 주식시장의 꼭대기에서 펀드 투자를 시작했는데 지금 반 토막이 난 펀드를 어떻게 해야 좋은지 물어왔다. 당연히 기다릴 것을 주문했다. 2011년 우연한 기회에 그분을 다시 만났다. 자신과 비슷한 시기에 투자한 친구는 10억 원을 펀드에 투자했다가 2008년에 공포감을 이기지 못하고 펀드 환매를 했는데 결국은 5억 원을 날렸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은 들은 이야기도 있고 해서 무작정 기다렸는데 원금은 회복했다고 했다. 바로 장기투자의 힘이다. 만약 투자원금의 반을 날렸다면 어디서 다시 잃어버린 원금을 되찾을 수 있겠는가? 겨우 건진 투자원금의 반을 은행 정기예금에 넣는다면 어느 세월에 원금을 회복할 수 있겠는가? 요원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트폴리오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자는 이렇게 항변할 것이다. 장기투자를 했지만 결국 주가지수는 제자리걸음이니까 수익률도 0%에 가까우니 결국은 실패한 투자가 아니냐고 말이다. 앞으로 언급하겠지만, 만약 단일 펀드가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투자를 하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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