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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수복 Oct 03. 2016

37. 증시 패닉,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두 번째 펀드 투자일기 - 과거를 통해 미래를 본다

2007년 8월 16일 목요일 코스피 지수 1,691.68  

하루에 코스피 지수가 125 포인트가 하락하는 폭락 장세에 망연자실한 투자자들이 많을 것이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금까지 분산투자, 장기투자에 대하여 누누이 강조했듯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기다려야 한다. 지금의 하락 장세가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장기적으로 주식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인내심과 평정심이 필요한 때이다. 주식투자의 대가들은 지금과 같은 폭락 장세를 맞아 어떤 관점을 가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형주 투자의 개척자로 일컬어지는 랄프 웬저가 그의 저서 『작지만 강한 기업에 투자하라』에서 밝힌 주식시장 대폭락의 의미에 대해 인용해보고자 한다. 폭락 장세에서의 지혜를 배우는데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1987년 10월 19일 주식시장이 마치 절벽에서 추락하듯이 급전직하했을 때 나 역시 동요했던 게 사실이다. 그 날 하루 다우존스 산업평균 주가는 508포인트(22.6%)나 폭락했고,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벌어 놓은 수익을 일주일 만에 날려버렸다.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뒤 병원에서 깨어나니 자신의 한쪽 다리가 사라져 버린 것을 발견했을 때의 심정이 이와 비슷할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을 당한 건지 믿을 수가 없는 그런 경우다. 그러나 나는 대혼란을 겪고 난 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이렇게 물어봤다. “자네들은 하늘에서 가장 크고 밝게 빛나는 게 뭐라고 생각하나?” 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당연히 태양이라고 대답했다. “하늘에 떠있는 태양은 지난주와 똑같지?” 내가 다시 묻자 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주식시장이 좀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는 않았을 거야.” 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나는 주식시장의 대폭락이 상당히 훌륭한 교훈을 한 가지 남겼다고 생각한다. 1987년 10월처럼 아주 극적인 사건이 벌어지거나, 혹은 저점에서 회복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린다 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1987년 10월의 주식시장 대폭락은 시장의 타이밍을 재는 일부 예언가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주었다. 바로 그 해 여름과 초가을 잇달아 경고성 발언을 터뜨렸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더 이상 예언을 적중시키지 못했고, 이들의 이름은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렸다. 1987년 대폭락 당시 큰 손실을 입었고, 이때의 충격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곧이어 랠리를 보이자 보유 주식을 다 팔고 시장을 빠져나와 빈손으로 있었다. 이들은 그 뒤에 나타난 주식시장 역사상 가장 길고 상승폭도 가장 컸던 강세장을 놓쳐 버렸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1987년의 교훈은 시장의 타이밍을 재는 게 부질없음을 가르쳐준 것이다. 그저 시장에 가만히 머물러 있으면 되는 것이다.』 


   최근의 주식시장의 폭락을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기적으로 시장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 주식시장이 강세장일수록, 또는 큰 폭의 하락장일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자신이 정한 투자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 성공투자의 지름길임을 명심하자.    


지금 생각

    이 글을 쓴 후 불과 2개월이 조금 지난 2007년 10월 2일 코스피 지수는 다시 2014.09 포인트 고지에 올라선다.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폭락에 흔들리지 말라”는 필자의 말은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왜냐하면 이 말을 한 후 불과 2개월 만에 주식시장이 거의 20%나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한 불과 1년 만에 1,000 포인트가 무너지는 엄청난 폭락을 겪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기로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투자전략가들도 마찬가지다. 2007년 4월경 코스피 지수가 1,400 포인트일 때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증권사의 투자전략가가 “지금 투자하지 말고 기다려라”라고 했다. 조만간 코스피 지수가 1,200 포인트로 떨어질 테니 그때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코스피 지수는 이 전문가의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쉼 없이 올라가 2007년 7월 25일 역사상 처음으로 2,004.22 포인트에 올라선다. 이 전문가는 이 당시 투자자들로부터 엄청나게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당신 때문에 돈을 못 벌었다는 것이다. 이때 이 전문가는 “나는 장기적으로는 낙관론자다. 2008년 말에 코스피 지수가 2,300 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다”라고 전망을 했다. 그러나 실제 2008년 말 코스피 지수는 금융위기 여파로 반 토막이 났다. 


   이 전문가를 비난하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이 전문가는 우리나라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경제분석가이자 투자전략가로 이름을 날렸다. 아무리 뛰어난 전문가라 하더라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란 쉽지가 않다. 시장을 예측하기보다는 자산배분전략에 따라 시장에 순응하는 것이 성공투자의 길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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