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izi Apr 29. 2022

나만의 북극성을 쫓기

두번의 이직으로 스타트업에서 대기업까지

'13년 10월에 출근을 시작해 어느덧 9년째

나는 주 5일간 하루의 삼분의 일을 오롯이 책상에서 보내는 사무직 회사원이다. 세상 물정 모르던 학부생이 어느덧 대리/과장급이 되었더라. 서른명을 갓 넘긴 스타트업부터 1만명 짜리 대기업까지 세개의 회사를 거치는 사이에 겪은 에피소드를 적어본다.


"우리의 예상과 기대보다 너무 잘해줘서" - 인정과 보상

 첫 회사에 입사할 때의 일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2학기에 한 스타트업에 '시간제 정규직'이라는 형태로 출근을 시작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취업난이 한창이기도 했고, 삼일은 출근을 하고 이틀은 학교를 가도 된다는 유연한 근무방식이 그저 신기하고 매력적일 뿐이었다. '스타트업은 이렇게 신비로운 것인가?' 라는 생각 뿐이었지 사실 사회에선 소위 비정규직의 한 부류로 분류된다는 것은 알아차리지 못 했다.

 난 그냥 일을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고 학교에선 접할 수 없던 'B2B비즈니스'의 세계 속에서 새로운 것 투성이였다. 하루하루 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담당하는 프로젝트의 규모와 양이 늘어났고 나름대로 업무 잡목을 개선하는 작은 프로젝트도 공유했다. 그렇게 3개월이 될 무렵, 예상치 못한 얘기를 듣게 되었다.

 원래 회사가 생각했던 그림은 3개월 단위로 2차례에 걸쳐서 '시간제 정규직'으로 고용을 한 이후에 일반적인 풀타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었단다. 그런데 회사의 예상과 기대를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보이니, 정식 정규직으로 함께 하자고 제안(조기전환)을 해야겠다더라. 그렇게 정식 동료로 전환을 하게 되었고 연봉도 올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열정페이', '정규직 전환 조건을 이용한 희망고문'의 사례로 읽을 수도 있을거 같다. 당시의 나는 생각보다 눈치가 없던 것도 같다. 하지만 언제나 현재의 상태값은 개인의 선택에 기인한 것이고 평가와 보상을 얻어내는 것은 각각의 상태 속에서 노력한 결과라는 사실이다.



"업무는 배워가면 되니까" - 무모와 용감 사이 어디쯤

 경력개발의 목표점, 방향정은 계속 바뀌기 마련이다. 언론학 전공이던 내가 서버에 쿼리를 날리며 데이터분석과 프로덕션을 할 줄은 정말 몰랐다. SELECT, FROM, WHER의 기초적인 SQL쿼리 구조만 간신히 아는 맨주먹 뿐인 상황에서 Program Manager로 일하게 된 연유는 자신감과 투지가 전달되어서 였다.

 면접을 볼 때였다. 인터넷 서비스에 대한 프로덕트매니저로 일한 적이 있는지, 통계적 지식은 어떤지, 기계학습 모델링을 해본 적은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내가 명확히 답을 할 수 있는 것은 몇 없었다. 그저 내가 알고 있고 생각이 되는 선에서 답변을 하고 문제를 풀 뿐이었다. 업무역량을 체크하는 면접관들의 표정이 마냥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웃음기가 생기고 좋은 결과를 받게된 것은 성장의 의지였다.

업무스킬은 지속적으로 배우며 쌓아왔다. 새 직무와 프로젝트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또 배우고 익히면 되지 않냐. 내가 가고자하는 비전의 방향성에 이 회사와 이 업무가 결이 맞더라. 회사가 성장하는 속도 이상으로 나도 성장할 것이다.

(딱 만3년 채워가는 시점이었으니 가능한 소리긴하다.)



"일에서 보람을 찾으면 안돼" -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가기

 경력사원으로의 커리어 고민을 토로할 때마다 대기업 시니어들은 "회사원은 조직의 뜻에 따라 움직이고 월급을 받는 존재"이기에 "보람은 퇴근하고 찾는 것"이라고 말을 해준다.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직을 하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한국의 대기업 사무직의 업무결과는 언제나 보고서로 귀결된다. 수천 수만의 임직원의 업무는 모두 회사의 대표가 받아보는 하나의 장표양식으로 수렴한다. 물론 사람들마다 실무는 다르지만 다음달, 다음주에 내가 어떤 일을 할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지금은 빅데이터 활용 신사업기획을 하고 있더라도 내년에는 지역별 영업실적 목표관리나 정부 뉴딜정책에 대비한 사업부별 전략방안을 보고장표에 올리기도 한다. 내가 갖고 있는 스페셜리티(특기, 전문성)가 아닌, 인사이동과 조직의 뜻에 따라서.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얘기를 조직이 부여하는 업무를 가려받겠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경우도 있더라. 거대한 기업에서 개개인의 비전과 업무지향을 충족하는게 원체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비전을 쫓아 커리어를 쌓아왔던 이로서는 잘못 살아온 것일까? 하는 막막함이 들기 마련다.

 제너럴리스트로 산다는 것. 사업을 안정적이고 충실하게 관리하는 스킬을 지닌 일반관리자로 성장하는 것은 많은 것을 내포한다. 업무에 감정을 싣지 않는 법을 익혀야하며, 업무 성격과 비즈니스 도메인에 얽매이지 않고 어떤 이슈에서도 비즈니스적 관점에서 사안을 해석하고 목표와 해법을 세울 수 있어야 했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타협을 할 줄 알고, 적절한 조건에서 최적의 효율을 얻어내는 스킬.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한다는 것은 경영의 원리를 조금씩 체득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양한 일을 하셨네요" - 명함은 여럿이지만 언제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데이터로 읽는 사람입니다

 직장이 바뀌고 직무나 세부 업무가 변하는 상황에서 내가 바라보는 커리어의 북극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리서치스타트업, 광고플랫폼, 대기업에서 일할 때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데이터로 읽어내는' 사람을 지향하며 커리어를 쌓아왔다. 매해 경력이 쌓이면서 직무스킬과 일하는 방식에 나만의 색채가 생기고 나름의 뾰족함도 생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경력을 쌓아갈지는 나도 알 수가 없다. 그저 밤하늘에서 찾은 나만의 북극성을 바라보며 계속 진로를 수정하고 지나온 여정에 담긴 의미를 반추해 성장의 추진력으로 삼을 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업무 만족도와 상태 알아보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