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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던민화 Feb 24. 2021

모던민화 수업을 펴내기까지

책을 만든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이제는 검색도 유튜브에서 한다고 할 정도로 영상이 대세가 된지도 이미 몇 해는 지난 것 같다. 나는 평소에 유튜브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넷플릭스나 왓챠로 영화를 가끔 보는 것 말고는 영상을 감상하거나 정보를 찾아보거나 하진 않아서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매체이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엔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음악인들의 뮤직비디오를 찾아보고, 목록을 만들어 저장하곤 했는데 그 취미는 사라진지 오래다. 요즘도 가끔 TV를 보면 어느 날은 유아인이 광고에 많이 나오고, 또 어느 날은 정우성이 광고에 많이 나오고, 또 어느 날은 전지현이 광고에 많이 나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십 년 이십 년째 광고모델의 세대교체가 되지 않은 것이 신기. 역시 요즘 젊은이들이 TV를 보지 않아서일까?  


코로나 이전부터 최근까지도 종종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강좌 개설 요청을 해오기도 하지만, 그림 수업을 녹화된 인터넷 강의로 전달하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그림 수업의 방향과는 맞지 않아 진행할 수가 없다는 이유 혹은 핑계로 대세를 거스르고 있다. 정말 여러 번 진지하게 고민해 봤는데, 난 아닌 것 같다. 분명 요즘 시대에 아주 좋은 매체임은 틀림없는데 말이다. 실시간 수업은 테스트 삼아 해봤지만 역시 직접 대면 수업하는 것을 따라올 순 없다. 특히나 그림은... 


그런데 '책'을 만들었다고?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과연 책으로 그림을 배우는 이가 몇이나 될까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던민화 수업>을 책으로 엮은 이유가 뭘까. 이미 시중에 민화 기법서는 여러 권 출간되어 있고, 그것들이 집에서 따라 해보며 기법을 익히기에 좋은 도구라고 생각한다. 내가 책을 만들게 된 계기는 비슷한 책을 한 권 더 내고 싶어서가 아니라 결이 다른 책을 만들고 싶어서다. 


민화가 뭘까? 나는 민화 선생은 맞지만, 민화 작가는 아니다. '모던민화'라는 이름을 만들어 붙인 화가일 뿐이다. 내게 그림을 배우러 오는 이들에게 들어보면 사람들은 의의로 민화의 정의를 다들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있어 가끔 놀라게 된다. 분채, 아교와 같은 재료를 쓰는 것이 민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얼추 옛날 그림 같으면서 테두리가 있는 그림들을 민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민화'라는 명칭은 20세기 초에 야나기 무네요시가 명명하면서 그렇게 불리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보통 우리가 취미 미술에 있어 물 조절로 그려내는 '수채화', 오일 베이스의  '유화', '판화, '색연필화' 등등 주로 재료로 장르를 나누지만 민화는 백성 민 자에 그림 화 자. 재료로 나눈 명칭은 아니니 각자의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법하다. 


나는 민화라는 것이 재료나 소재로 나뉜다기보다는 그것이 갖고 있는 컨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옛날 사람들이 그 시절 자신들의 소망이나 염원을 담아 소박하게 그려낸 그림들, 본으로 계속 반복되어 그려지며 재생산되는 것이 요점인 것이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아직도 다수가 옛날 그림을 그대로 베껴 그리고 있는 게 참 아쉽다. 머리를 식히기 위한 취미로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데, 예술성을 갖고 있다고 할 순 없으니까. 자 그렇다면, 우리가 가진 각자의 소울을 자신만의 색깔대로 그림으로 담아내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그림 수업 시간에도 모두가 똑같은 그림을 그리기를 원하지 않는다. 창작을 곁들여도 좋고, 아니 난 바쁘디 바쁜 현대 사회에 너무 지쳤어- 그저 머리를 비우고 따라 그리고만 싶어- 한다 하더라도 자신의 색을 끄집어 낼 수 있게 돕고자 한다. 시간이 걸리는 일이지만 분명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다. 당연히 "자 여러분 이번엔 모두 호분을 가세요, 칠하세요, 백록을 갈아요, 칠하세요. "하고 일률적으로 진행하면 에너지도 덜 소모되고 편하지만, 그림 선생의 입장으로는 보람이 적다. 


내가 생각하는 책의 장점은 스스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책에 그럴 수 있는 기회들을 많이 담고자 했다. 따라 해보기도 하고, 나의 생각을 담아보기도 하며 작업해 볼 수 있게. 아마도 실습을 하지 않고 그냥 책의 글자와 그림만 보면 어떤 얘긴지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첫 장부터 차근차근 따라 하다 보면 그 방향을 알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책이 가진 단점을 보완하고자 동영상도 첨부되어 있으니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모던민화는 단순히 옛 민화에 요즘의 것들을 더해 그린 그림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를 더 깊이 알아가며 자신만의 색을 찾고 그것을 표출해낼 수 있게 되는 과정과 결과물 그 자체이다. 이 책이 '민화'를 배워보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만족 시킬수는 없겠지만 한 명이라도 열린 마음으로 자신만의 그림을 그려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코로나가 퍼지기 전부터 만들기 시작한 책이 코로나가 대 창궐하고 어언 일 년이 지나고서야 나왔다. 글은 결코 술술 써지지 않았다. 글을 쓰는 세상 모든 이들에게 존경심이 드는 일 년 반의 시간이었다. 책을 제안해 준 미진사 (추은희 편집자& 신정민 디자이너님의 피 땀 눈물로 만들어진 책)에도 무척 감사하다.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미진사의 교과서로 수업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지은이 서하나라고 쓰여진 책을 펴내게 되다니 영광이다. 


이제 두다리 뻗고 그림 작업(만) 열심히 해야지. 





www.seo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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