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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던민화 May 28. 2021

모던민화: 모란이 피기까지는...

부귀영화의 상징

<Peonies> ⓒ 서하나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학창 시절 교과서로 배운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첫 구절이다.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 채 그저 달달 외우기식 공부에 바빠 그 의미를 제대로 음미하지 못했던 그때 그 시절이 지나고 그림을 그리면서 그제야 모란꽃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매년 4~5월 무렵이 되면 가끔씩 지나가다가도 길가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워낙 잠깐 피고 져버려서 운이 좋아야 볼 수 있다. 목단이라고도 불리며 우아한 자줏빛에 커다랗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보면 과연 부귀영화라는 뜻이 정말 잘 어울리는 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봄에는 자주 산책하는 동네 어느 부동산 앞 자그마한 화단에 모란이 가득 심겨 있는 걸 발견해서 꽃망울이 터질 무렵부터 마치 하루의 중요한 의식을 치르듯 매일 그 앞을 지나가며 꽃이 피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골프공처럼 단단하게 맺혀 있던 꽃망울이 순식간에 숨구멍을 틔우며 하늘거리는 치맛자락 같은 꽃잎들을 몇 장이고 펼쳐낸다. 옛날에 왕비가 입었던 한복이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이 꽃이 부귀영화라는 의미를갖게된게아닐까하는혼자만의상상을해본다. 부동산앞모란은 일주일 사이에 화려하게 피었다가 장렬히 꽃잎을 떨구고 씨앗을 맺을 준비에 들어갔다. 금세 꽃이 진 게 아쉬우면서도 그 잠깐 동안이나마 만개한 모란을 볼 수 있어 올해도 행운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단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스럽게도 모란 바로 옆에 작약을 몇 포기 심어놓아서 곧이어 작약꽃이 피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위가 모란이고, 아래가 작약이다. ⓒ 서하나

모란과 작약을 헷갈려 하는 사람이 많은데, 둘 다 작약과의 식물이긴 하나 모란은 나무이고, 작약은 알뿌리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땅에 닿은 식물의 줄기 부분이 목질화가 되어 있는지 보면 나무와 풀을 구분하기가 쉽고, 이파리를보면생김새가많이달라더쉽게구별할수있다. 모란은세 갈래로나뉜오리발모양의잎이고, 작약은갈라지지않은잎들이여러개 붙어 있다. 이렇게 관찰하면서 그림을 그리다 보면 점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일 것이다. 





모던민화 수업 by 서하나



www.seoha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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