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ference for Women In Computing 후기
지난 10월 8일부터 11일까지 GHC에 참여하기 위해서 시애틀에서 6시간 비행기를 타고 필라델피아에 다녀왔다. GHC는 북미에서 가장 큰 Women in Computing 컨퍼런스이다. 매 해 다른 도시에서 하는데, 올해에는 필라델피아에서 했다. 매 해 만명 이상 참여하는 컨퍼런스로 출발하는 비행기부터 여자들이 많았고, 컨퍼런스 장소 주변의 호텔은 주변을 둘러보면 다 여자였다. 주변이 전부 여자인 상황이 생소하면서도, 여대를 나온 나는 약간의 추억같기도 하고, 헌데 전부 외국인인이다 보니 색다르기도 했달까.
회사에서 컨퍼런스 티켓+여행경비(항공/숙박/우버 등)+식비까지 지원해줘서 신나는 마음으로 다녀왔다. 총 4일간 진행된 행사는, 크게 1. 발표 세션들 2. 채용 엑스포 3. 네트워킹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 발표 세션들은 테크 업계에 종사하는 여성 리더들이 자기만의 주제를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몇몇 리더들이 함께 디스커션 하는 시간, 좀 더 테크니컬한 주제들은 워크샵으로 직접 참여하는 등의 구성들이 있었다. 하루에 진행되는 세션이 100개를 훌쩍 넘고,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에 내가 물리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세션은 하루에 5개 정도였다. 100개중에 시간이 겹치지 않는 한에서 듣고싶은곳에 참여하기 위해 매일 밤 호텔에 돌아와서 다음날 세션 들을 계획을 세웠다. 빅테크에 다니다 스타트업을 시작하여 Y Combinator 같은 스타트업 프로그램에 들어간 파운더부터, 큰 회사들의 부사장이나, Head of AI 같은 이그제큐티드 (소위 C레벨 리더들이 자신들의 커리어 여정을 공유하고 조언을 아낌없이 해 주었다. 새삼 이렇게 많은 여성 리더들이 테크업계에 있다니, 동기부여도 되고, 나도 리더가 될 수 있겠다! 라는 용기가 생겨났다. 백문이 불여일견 이라고, 미디어나 글을 통해 보던 리더들보다 앞에서 실제로 커리어를 멋지게 쌓아가는 여성 리더들을 4일동안 계속 보니 자부심, 용기, 그리고 동기부여가 쭉 올랐다. 자세한 내용은 이후 다른 포스팅을 통해 공유하겠다.
2. 채용 엑스포는 많은 회사들이 와서 자기 회사들을 소개하고 인턴/풀타임을 채용하는 자리였다. 나는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 않았기에 몇번 회사 사은품들을 받으러 갔다 금방 나왔는데, 여기 있으면 학생들은 최소 한군데에는 오퍼를 받을 것 같았다. 수많은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있었고, 준비만 열심히 해 간다면 기회가 부족하지는 않은 느낌이였다. 기본적인 테크 회사들 (아마존, 메타, 링크드인 등), 금융계 (시중 은행, 헤지펀드 회사 시타델, 제인 스트리트 등), 게임 (로블록스)회사 부터 디즈니, 맥도날드나 웨이페어같은 모든 회사들에서 개발자 포지션을 뽑고 있었다. 한켠엔 학교부스들이 있어서 MIT, Stanford, University of Washington, CMU 등 다양한 학교들이 자신들의 마스터나 닥터 디그리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3. 네트워킹은 네트워킹 라운지, 브레인 데이트, 그리고 프라이빗 파티를 주축으로 이루어 진다. 네트워킹 라운지는 GHC 측에서 시간별로 자리를 마련해준다, 예를들면 Seattle Community나 Canadian Community같이 한 가지 주제로 모일 수 있는 자리를 1시간정도 마련해준다. 나도 캐내디언 커뮤니티 라운지 시간에 가서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캐나다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과 네트워킹 했는데, 역시 배경이 비슷한 부분이 있다 보니 쉽게 아이스 브레이킹도 되고 남인데도 은근히 반가웠다. 브레인 데이트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사람 모두가 개설할 수 있는데, 어떤 주제를 정하고 시간을 포스팅 하면 그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일종의 번개같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프라이빗 파티는 회사들이 주최하는 이벤트인데, 퍼블릭하게 공지하는 회사도 있고 엑스포에서 이야기 나눈 사람 들 중 채용하고 싶은 사람들을 따로 초청하여 호텔 라운지같은 공간에서 저녁을 먹고 네트워킹을 하는 이벤트들이다.
GHC는 북미권에서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는 여자라면 모두다 알고 있고, 한번쯤 참여하고 싶어 하는 컨퍼런스이다. 나도 항상 참여하고 싶었는데, 어마어마한 티켓값 (약 150만원 정도)에 체류비까지 개인이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금액이라 엄두를 내지 못하였었다. 이번에 회사에 비용을 청구하고 보니 총 500만원정도 들었다. 회사에서 나를 스폰 해 준 이유를 생각해 보았을 때, 내 뇌피셜 가장 큰 요인은 나의 스킵 매니저 (나의 매니저의 매니저, 한국으로 치면 부장님)의 추천인 것 같다.
이 다음 포스팅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 중 하나가 멘토 vs 스폰서 인데, 멘토는 내가 터놓고 말하고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존재라면 스폰서는 내가 원하는 승진이나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나를 홍보하고 지원해주는 존재를 의미한다. 내 스킵 매니저는 우리 부서에서 아주 가뭄에 콩 나듯 있는 여자 리더인데, 내가 뽑힐 수 있도록 나는 알지 못하는 리더들의 회의들에서 힘을 많이 써 준 것 같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 있지만) 커리어 스폰서가 생겼다는 것이 든든하고 뭔가 보여줘야 할 것 같은, 더 잘 해야 할 것 같은 부담도 된다. 이 애매모호한 마음을 지켜보다 결국엔, "에라이 어쩌겠어, 내가 할 수 있는 것까지 해보자.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생각한다.
커리어를 쌓아가면서 예상외로 중요한 것들은
1. 낯짝이 두꺼워 지는 것 -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고 지르는 것, 흑역사를 계속 써야 성장한다. 그리고 오늘 흑역사를 써야 내일 안씀..ㅋㅋ
2. 내가 최고가 아님을 자존감을 태우지 않고 받아들이고 거기서 발전하는 것 -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고 거기서 배울점을 흡수하고 내 장점과 융합하기. 나 또한 타인의 눈엔 유니크 한 사람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