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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이린 Nov 08. 2024

시선

241107

세 번의 '구태여'가 있는 날이었다. 기희씨는 이 단어가 계속해서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바다 앞 숙소로 떠나 읽고 싶어 책을 아껴두었다가, 예쁜 자리에서 다 보았다고 했다. 그걸 손글씨에 담았고, 또 폴라로이드를 찍어 붙였다. 또 조개를 챙겼다. 나는 불편함이 느껴지는 친구에게 구태여 연락을 했다. 답을 보고 마음이 좋지는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만큼은 아니구나, 씁쓸했다. 그래도 정리가 되었으니, 그것으로 되었네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글에 담긴 문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분에게 책을 드렸다. 진심도 종이에 눌러 담아 상자에 포장했다. 조금은 형식적인 대답 같아, '그렇구나' 하였는데 조금 후 살뜰히 살피는 시선을 보았다. 그 시선과 짧은 문장이 마음을 두드렸다. 나도 다시 내 글을 보게 했고, 계속해서 쓰자고 다짐하게 했다. 마음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 같았다. 세 번 중 두 번이 좋았다. 그러니 계속해서 맑고, 또 믿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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