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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04. 2023

#46 일간 김무진 시즌 1을 마무리하며

어느덧 50일의 시간이 흘렀다. 5월 16일부터 하루에 한편씩 600자 이상의 글을 쓰기로 다짐했다. 오늘이 바로 그 마지막날이다. 시즌을 마무리하며 그간의 소회를 밝혀본다. 50일 동안 46편의 글을 썼으니 꾸준함으로 본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글을 매일 쓴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근 몇 년간 적어도 주말에는 빠짐없이 글을 써왔기 때문에 글을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었다. 오히려 시작할 즈음엔 자신감도 있었다. 50일쯤이야 금방 써버리고 곧이어 시즌2를 시작할 것만 같았다.


그런데 50일 글쓰기를 시작하자 오래지 않아 글 감아 고갈되었다. 글을 쓰기 전에는 글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은 막상 활자로 옮기기에는 부적절하거나 부족하거나 모호한 것들이 많았다. 머릿속에 있을 때는 훌륭함 영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도 정작 문단으로 나누어보면 볼품없이 사그라들었다. 글감은 모호한 기분이 아니라 눈에 보이고 살아 움직이는 생선 같은 것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2. 독자를 생각하며 글을 쓴다는 것은 여전히 낯설다.

여러 차례 글쓰기 강의를 들으며 공통적으로 들었던 조언은 매일 같은 분량을 글을 쓸 것, 그리고 독자를 생각하면서 글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일기는 기록일 뿐 글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들었으나 매일 마감의 압박에 쫓기다 보니 구체적인 독자를 설정하는 것은 언제나 뒷전이었다. 


단지 일기를 쓰던 방식에서 분량을 추가하고 표현을 덧대는 수준으로는 타인에게 보여주기 민망한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완성도보다 꾸준함이 중요하다는 핑계로 매일 글을 기계적으로 '배출'했지만 그런 글이 쌓여갈수록 스스로 자괴감이 커졌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전날의 글을 반드시 퇴고하자는 기준을 세우긴 했지만 애초에 잘 쓰지 못한 글이 한 번의 퇴고로 호전될 리 만무했다. 시즌2부터는 글을 업로드한 다음에 퇴고하지 않고 퇴고까지 완료된 글을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상반기 건강이 좋지 않아 내원과 휴직을 반복했다. 계획과 일상이 틀어진 것에 대한 보상심리가 일간 글쓰기를 시작하게 한 가장 큰 동인이었다. 그리고 이 글쓰기를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게 한 것은 바로 독자분들의 응원이었다. 


출근길 버스에서, 점심시간 산책길에서, 퇴근길 골목에서 내 글을 읽고 응원해 주신 분들이 있었기에 지치지 않고, 아니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지친 와중에도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50일을 완주할 수 있었다. 이 글을 빌려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스스로 보기에도 부끄러운 수준의 글을 여러 사람들이 함께 보았다는 것은 그것이 공감이나 감동을 불러일으켜서라기보다는 글을 쓴다는 행위 자체에 동감하고 응원을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에 그 마음이 더 소중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글을 꾸준히 쓸 것이다. 글을 업로드하는 곳이야 브런치가 될 수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도 있겠지만 50일간의 경험을 잊지 않고 멀지 않은 시점에 다시 책상을 달굴 장작으로 쓸 것이다. 50일간의 글쓰기를 7번만 반복하면 1년 내내 글을 쓰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일간 김무진 시즌1은 여기서 마칩니다. 시즌1을 읽고 함께 공감해 주셨던 분들을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 글을 쓸 때마다 이 시간을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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