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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진 Jul 03. 2023

#45 소확행의 함정

몇 년 전 '소확행'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인데 일상의 작은 것에서 기쁨을 느끼고 만족을 얻는 것이라고 했다. 소확행이 유행하기 몇 년 전에는 'YOLO'라는 말이 유행이었다. 당신의 인생은 단 한 번뿐(You only live  once)이라는 뜻으로 사람들은 주로 하고 싶으나 망설여지는 것을 저지를 때 이 말을 쓰곤 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저런 유행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표현보다도 아니라 유행어로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사람들을.


소확행이든, 욜로든 결국 하나의 신념이나 태도를 상징하는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유행어로 설명할 때, 나는 그 사람이 철학적으로 빈곤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유행에 따라 신념을 바꾸는 사람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실제 단어의 유래나 뜻과는 다르게 남용하는 경우도 적잖게 봐왔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했다는 소확행은 일상의 소소한 부분에서 큰 기쁨과 만족감을 얻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일상에서 저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불필요한 지출을 할 때, 그 지출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근거처럼 소확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유튜브에서 한 철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보았다. 그는 소확행의 함정을 주의하라고 했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도 큰 기쁨을 느끼고, 그 기쁨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이 세계를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시작해 세계를 노래하고 우주를 노래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그것이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작용할 것이나 삶에 고민도, 질문도 없으며 그저 사소한 것에서 기뻐하는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라 단순히 기분전환에 지나지 않다는 것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을 누가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라는 그의 말에 한참 동안 생각에 빠졌다.


타인들이 소확행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는 모습을 보며 못마땅해했던 나. 그러나 나 역시 그저 소확행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이들을 하찮게 생각하며 그저 그들보다 내가 더 낫다는 '기분전환'에만 몰두해 있었던 것이다. 소확행을 떠들어 대는 이들을 속으로 비웃는 것이 '나의 소확행'이었던 것이다. 부끄러웠다. 스스로가 한심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 마디가 파도처럼 다가왔다. 


"스스로 주인이 된 자는 자신의 밖에서 무엇을 구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스스로 독립된 질문을 던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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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14일 처음 쓰다.

2023년 7월 3일 다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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