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영화 <슈퍼노바>를 만났습니다. 해리 맥퀸 감독에 콜린 퍼스와 스탠리 투치란 걸출한 두 남배우가 연기한........
<슈퍼노바>, 즉 초신성이란 급격히 밝아졌다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신성 중에서도 그 폭발 순간 특별한 에너지를 발생하며 활동하는 별로서 일생을 마감한다는 정말 특별한 별입니다. 역사적으로 7개만 기록에 남아있는.
영화에서 별 관찰을 즐기는 터스커 역 스탠리 투치가 별밤에 대녀와 함께 대화합니다.
'초신성이 폭발할 때 떨어져 나온 조각들이 너의 두 귀가 되었다'고요.
영화 속 대녀와의 샷
그러면서 대녀에게 말하죠.
늘 질문해야 한다는 거지
작가인 터스커와 피아니스트인 샘(콜린 퍼스 분)은 오랜 연인이자 인생의 단짝 친구입니다.
그런 그들 앞에 닥쳐온 위기, 터스커의 기억이 사라져 간다는 현실. 그들은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의 여행 장면
여행 중 강아지를 산책시키다 길을 잃은 터스커를 찾아 헤매던 샘, 스스로에게 좌절하는 터스커, 그들의 안타까운 모습에 가슴이 아려옵니다.
작가이지만 글을 쓸 수 없는 터스커, 더 이상 본인의 변화해 가는 모습을 용납하기 싫어 비장한 결심을 하고 떠났던 여행입니다.
샘의 누이 집에 들러 지인들과 함께 서프라이즈 파티도 기획하고, 샘의 콘서트로 향한 여정을 즐깁니다. 하나 터스커의 계획을 눈치채고 절규하는 샘......
그들의 사랑이 참 아름답습니다. 초신성처럼 폭발하여 그 조각들이 마음에 와 박히는 듯합니다.
마지막 장면은 콜린 퍼스가 직접 콘서트에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모습입니다.
연주하는 샘
그의 표정과 음악 모두가 절절하게 느껴지던 장면이었습니다.
영국 북부에서 촬영된 장면들은 짙은 가을향을 품고 다시금 그곳을 가보고픈 마음을 내게 하였고요.그들이 함께 한 젊은 시절 들었을 음악들이 여행 중 OST로 흐릅니다.
데이빗 보위의 'Heroes', 도노반의 'Catch the wind', 카렌 달톤의 'Little bit of rain' 등......
두 명배우의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영화는 더욱 빛났고, 동성애라는 장치를 의식하지 못할 만큼 두 사람의 사랑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이런 명품 영화를 선사해준 모두에게 감사할 따름이었고요.
몇 해 전 <미 비포 유>도 영국 영화였죠.
존엄사에 대해 생각하게 해 주었던.
아마도 그들의 나라에선 서서히 존엄사에 대한 공론이 시작되는 것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터스커의 결정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던 <슈퍼노바>를 보면서 문득.
남겨진 이가 겪어야 할 고통 또한 공감하면서.
이렇게 가슴 시린 사랑 때문에 우리는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거죠?!
그런 의미로 일인 가구가 엄청 늘어나는 우리의 현실을 그리고 있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진아(공승연 분)가 더욱 안타깝게 느껴지더군요.
바람나서 집을 나갔던 아버지, 무기력하게 다시 받아준 엄마 그들 모두에게 상처 입고 혼자 사는 콜센터 직원 진아...... 그녀는 항상 이어폰을 끼고 세상에 귀 닫은 것뿐 아니라 마음마저 닫고 사는 인물입니다. 장르를 파괴하는 연출 기법을 선보이는 영화는 안쓰러움을 넘어 으스스하기까지 합니다.
때론 아프더라도 초신성에서 날아온 별 조각 하나가 진아의 가슴에도 박혔으면 기원했던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