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정 Aug 30. 2020

성장통을 그린 두 영화

<소년 시절의 너>와 <블루 아워>

 중국 영화 <소년 시절의 너>는 그야말로 입시 전쟁으로 힘든 청소년기를 지내는 우등생 소녀 첸니엔과 그녀에게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라고 말하는 양아치 소년 베이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말하죠.  '공부 열심히 해서 일류 대학에 들어가면 천국에 들어간다'라고......

그 말에 내몰린 순수 영혼들은 여지없이  지옥 같은 삶으로 초대되고.  

중국의 현실도 우리의 경우나 일본처럼, 극심한 입시 스트레스와 전쟁 같은 경쟁으로 학교 폭력이 심각한 수준이고 왕따 문화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아버지 없이 합법적이지 못한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엄마 밑에서 자라고 있는 첸니엔은, 그마저도 엄마와 떨어져 홀로 생활합니다.

성실하고 공부 잘하는 그녀는 베이징 대학 입학이 삶의 목적입니다.  두 모녀는 첸니엔이 대학 입학하는 순간 함께 살면서 꽃길만 걸으리라 믿는 듯합니다.

우등생이지만 첸니엔은 따뜻한 맘씨를 가진 소녀입니다. 왕따를 당해 그 괴로움을 못 이겨 투신자살한 친구에게 옷을 벗어 덥어줍니다.

투신한 친구를 향해 홀로 걸어나가는 첸니엔

 그녀는 베이가 양아치들에게 폭력을 당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경찰에 신고하려다 베이와 함께 그들에게 고초를 당합니다.  학교도 다니지 않고 혼자 배회하던 베이에게 그녀는 천사와도 같은 존재가 된 거죠.  그 후 베이는 첸니엔의 수호무사를 자청합니다.

거리를 두고 첸니엔을 보호하는 베이

 그러던  베이에게 특별한 사정이 생긴 날, 첸니엔은 못된 친구들에게 되게 폭력을 당하고 맙니다.   뜯어먹힌 듯 엉망이 된 첸니엔의 머리를 깎아주고 본인도 함께 삭발하는 베이의 섬세함.

위: 왕따 당하는 첸니엔, 아래: 삭발한 두 사람

그러나 D-day 전날 첸니엔은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리고, 끝까지 그녀를 지키려는 베이가 뒤처리와 모든 것을 책임지려 하나 

그들은 진실을 털어놓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순수 영혼입니다.

첸니엔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어린 학생들을 교육하고 베이는 그런 그녀를 지키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잔인한 청소년기를 겪는 두 젊은이의 성장통은 혹독한 편이지요.

어른들이 약속한 천국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그러나 삶은 이어집니다.


 첸니엔 役의 주동우 배우는 역시 증국상 감독과 함께 한 영화 <안녕, 나의 소울

메이트>를  보면서, 개성 있고 강한 자아를 지닌 역할이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는데요.

감독 曰, '실제 그녀의 캐릭터가 자아가 강한 편'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 영화를 찍을 때는 배우가 화를 낼만큼 자주 '자기 색을 빼라'라고 주문했다고 합니다.  그 어려운 역할을 잘 소화하여 '첸니엔'이란 인물을 창조해 낸 배우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영화 <블루 아워>에 대한 얘기입니다.  감독 하코다 유코가 자전적 내용을 영화화했다고 하더군요.

번 아웃된 상태의  잘 나가는 CF 감독 스나다는

요양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를 찾아뵙게 고향에 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았으나, 오래도록 가지 않던 그곳에 가고 싶진 않습니다.   아이 없이 이어지는 결혼 생활 역시 서로의 무관심 속에 권태로울 뿐이고,

같이 일하는 스텝과의 외도나  능력은 인정받으나 새로운 자극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 모두가 그녀를 소진되게 합니다.

그러던 차에, 밝고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친구 기요무라가 당장 고향 이바라키현으로 떠나자고 제안하고, 둘은 기요무라의 중고차에  올라타고 고향으로 향합니다.

이바라키현을 향해 떠나는 두 사람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 친정이지만 폭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머물게 됩니다.

엄마는 가정 일을 돌보지 않아 집은 엉망진창, 아버지는 일은 하지 않고 고물건 수집에만 관심 가지며, 교사인 오빠는 끔찍한 음담패설로 사람을 당황케 만듭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바라키 주민들까지 포함, 이상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기요무라를 보며,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주었던 할머니를 뵈러 요양병원에 간 스나다는 그 시절 할머니가 해주었던 손톱깎이를 이젠 대신해주고, 할머니가 꼬깃꼬깃 내미는 용돈도 받으면서 부담스럽기만 했던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됩니다.

어릴 적 사진 찍기를 즐기던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스나다를 다시금 느끼는 순간, 이미 본인은 그 꿈을 이룬 멋진 성인임을 인지합니다.  

어린시절 스나다가 쓰던 캠코더로 찍는 기요무라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남편의 문자를 받습니다. 내일 아침에 먹을 빵을 사 오라네요.  스나다는 전화하여 '나는 빵보다는 밥과 된장국을 먹고 싶다'라고, '하지만 빵도 사가겠다'라고 말하죠.

그리곤 운전석을 쳐다보는데 기요무라는 사라지고 스나다 본인이 그 자리에 있는 거죠.

인간은 양가감정을 느끼는 존재이죠. 어떤 상황에 오로지 하나의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 쪽을 선택하여 키워주느냐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며 살게 될 겁니다.  주동우 배우가 상반된 역할을 잘도 해내는 것처럼 누구라도 다른 모습을 연출하며 살 수 있을 텐데요.

때론 삶에 지쳐 가까이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힘들어하기도 하지만 성장통을 겪으며 한 단계 성숙한 모습으로,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는 시간, 그 시간을

블루 아워

라 부르는 영화입니다.

블루 아워란 하루에 두 차례 동틀 녘과 해 질 녘 하늘이 푸르스름해지는 시간을 부르는 말이랍니다.

성장통은 한참 키가 자라는 어린 시절에만 겪는 아픔이 아닌 거죠.  30대의 잘 나가는 CF 감독 스나다가 말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어른이 되어버린 느낌, 너도 알지?

 충분히 공감되는 말입니다.


  많은 철학자들이나 종교인들이 우리는

''되어가는 존재(becoming myself)'라고 표현하더군요.  그러하니 고비고비마다 성장통을 느끼며, 그 통증을 즐길 일입니다.

고통을 느끼는 삶이 허락됨을 감사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Dancing 하는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