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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May 10. 2020

Dancing 하는 삶

도전하는 인생에 바르게 응전하기

 그해 겨울 삭풍은 유난히 매서웠습니다.

외출하고 난 저녁 내 손엔 와인잔이 들려있곤 했으니까요.  이유인즉슨, 내 폐부 깊숙이 훑고 지나간 찬바람에 뚝 떨어진 체온을 높이기라도 하려는 듯.....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직장 일에 여념 없는 남편, 자기 꿈을 향해 열심인

아들.   나 또한 종교 생활도 취미 생활로도 나름 바쁜데.......

아!  문뜩 떠오른 단어,      


빈 둥지 증후군


 단지 삭풍 탓은 아님을 직감했습니다.

전업주부로 살아온 시간들......


보수적인 부모님의 교육 탓에 특별히 직업을 갖겠단 생각도 없이, 대학 졸업 후엔 취집을 하는 수순이 어색하지 않았죠.

당시 사회 분위기도 그렇고,  특별히 아버지는 말씀하시곤 하셨죠. "딸들을 대학 보내는 건 시집 잘 보내기 위한 거야"라고요.


영화 조조 래빗 포스터

 2차 세계대전 즈음 독일에 사는 조조 베츨러라는 소년의 성장기를 코믹하게 다룬 영화입니다. 조조는 나치의 상징들에 매료되어 소년단 훈련에 참가합니다.  그의 부모는 레지스탕스였으나 그런 조조를 물리적으로 막지는 않는 상황인데요.

그러나 조조는 소년단 훈련에서 토끼를 죽여보라는 명령을 겁내고, 조조 래빗이란 별명을 얻죠. 상상 속의 친구 히틀러와 대화하며 갖은 우여곡절을 겪어나갑니다. 그러던 중 자기 집에 엄마가 숨겨준 유대인 소녀 엘사를 찾게 되면서,

그동안 얻어 들었던 것처럼 유대인이 괴물이 아님을 알아갑니다.  그의 엄마 로지는 항상 유쾌하게 조조를 양육하며 나치에 탐닉하는 아이를 지켜보지만,  신발끈도 제대로 묶지 못하는 아들이

나치에 의해 처형당한 사람들을 외면하는 것을 막는 장면이 있습니다.

나치의 처형대를 외면하는 조조를 돌려세우는로지

 영화를 보는 내내 조조처럼 나름의 꿈도 제대로 시도 못해봤던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올랐고, 영화 속 엄마와는 다른 훈육을 했던 부모님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게 살아오던 내가 중년 시기에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

고민하기 시작했고,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

심리상담이라는 분야를 공부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죠.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은 꽤나 지난했습니다.  전공 공부뿐 아니라 수련 과정을 통한 커리어 쌓기까지....

물론 컴퓨터 작업은, 배워두긴 했지만, 손에 익지 않아 계속 익혀가며 하는 수준이었고......

그동안 잊고 살았던, 짜인 과정에 맞춰나가는 일이 또한 생경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포기하는 학우들도 많았으나, 다른 동료들과 함께 꾸준히 매진하며 자격증을 받게 되던 날,

성취감에 많이 기뻤습니다.

그리곤 계속 공부하며 상담 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상담을 한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고, 좀 더 성숙해가는 지름길임을  느끼는 그런 일입니다.

많은 인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 날 문뜩, 학창 시절 일장에서 장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글쓰기를 즐기는 본인을 초대하듯 브런치란 플랫폼이 있음을 알게 되었니다.  우연처럼.

그리곤 도전했죠. 많이 듣느라 풀어낼 이야기가 많았다는 듯이. 브런치에서 작가로 초대해 주었을 땐 또 한 번

"내 인생에서의 도전에 제대로 응전한 뿌듯함이 밀려왔고요."


 영화를 좋아하는 난 영화에 대한 글을 브런치에 올리곤 했는데요.  그던 중 <브런치 무비 패스>

도 참여하는 즐거움도 맛보았니다.

브런치팀을 통해 글 청탁을 받았을 때는,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었나 보다'  교감에서 오는 따스함이 마음에 스미기도 했답니다.


  조조의 엄마 로지는 아들과 함께 있을 때 춤추기를 즐깁니다.   춤추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아들에게 말합니다.

자유로운 사람들이 춤추는 거야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 주거든

  


  나의 글쓰기는 예전과는 다르게 자유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몸짓입니다.

상담을 하면서 많은 분야에 관심 가지며 공부하고,

많이 경험하려 노력하는 일 모두가 자유로운 관계를 원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나이 듦에 불안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며 지평을 넓히는 삶,  그리하여 노년기에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고 긍정적 감정을 만끽하며 통합된 성격으로 진정한 어른 역할을 하기 위해서 삶의 도전에 두려움 없이 응전하려 합니다.

호기심을 가지고 사는 인생은 청춘이라 했던가요?!


 마침내 연합군이 독일에 들어오고, 나치가 폐망한 날, 다락에 숨어 지내던 엘사와 조조는 조심스럽게 현관문을 열고 거리로 나옵니다.  그리곤 둘은 춤을 춥니다.  자유를 만끽하며......


그들을 격려하듯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가

자막으로 올라갑니다.

아름다움도 두려움도
모두 경험하라
오직 걸어가기만 하라
감정에는 이르지 못하는
먼 곳이란 없으니

 맺힌 감정을 함께 풀어나가는 작업인 심리상담,

본인의 감정을 풀어내는 글쓰기,

그리하여 자유롭게 dancing 하는 삶.

나의 도전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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