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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an 26. 2020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을 보는 시각....

강신주 박사의 '가면, 맨얼굴 그리고 사랑의 정, 반, 합'을 듣고...

https://youtu.be/TaaH09v3GKk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엔딩 장면입니다.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의 강렬함과 함께 사랑을 기억하는 여인 엘로이즈의  표정 연기가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앞부분에서 마리안느가 합시코드로 띄엄띄엄 들려줬던 그 곡......

   

 이 영화는 여성들에 의해 만들어지고 여성들만 등장하는(몇몇 남성이 있지만 별 의미 없는) 그런 특별한 영화이죠.

18세기 프랑스 여성들의 삶.....

귀족 아가씨 엘로이즈, 그녀의 결혼을 위해 초상화를 그려주러 온 화가 마리안느,  그리고 하녀 소피.  이 세 여인이 외딴섬 제한된 공간에서, 그리고 감시하는 어떠한 방해꾼 없는 상황에서 벌이는  순수하게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며 보여주는 맨얼굴의 이야기입니다.

귀족 아가씨가 음식을 준비하고, 하녀 소피는 우아하게 수를 놓고 있습니다.  마리안느는 와인을 따르고 있죠.  그리고 그들은 원탁에 앉아 즐겁게 카드게임을 하며 자유를 만끽하죠.

그뿐만이 아닙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소피를 위해 그녀들은 힘을 모아 낙태를 돕기도 하고, 여성 화가이기에 제한된 소재의 그림만 허용되는 마리안느가 낙태 장면을 그림으로 남기도록 합니다.

소피의 낙태를 위한 그녀들의 노력

 결혼을 거부하여 수녀원에 칩거했던 엘로이즈는 결혼 상대에게 건네질 초상화의 모델이 되기를 거부합니다. 힐끗힐끗 그녀를 훔쳐본 기억으로 그럴싸한 상품용 초상화가 마리안느에 의해 완성되지만, 둘은 그 그림을 파기하고 함께 생명이 깃든 엘로이즈의 모습을 담기 시작합니다.

"당신이 날 볼 때, 난 누구를 보겠어요?"

엘로이즈의 대사입니다. 그녀들은 그렇게 사랑에 빠지게 되죠. 그리곤 엘로이즈가 마리안느에게 묻습니다. '언제 그림이 끝나?'느냐고.  화가는 대답합니다. '그리기를 멈출 때'라 하죠.

모델 엘로이즈와 화가 마리안느

 그들의 사랑이 궁금해질 즈음,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 중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신화를 함께 읽으며 세 여인은 각자의 견해를 밝힙니다.  이 영화에  칸느 영화제가 각본상을 안긴 이유를 짐작케  하는 좋은 모티브가 되어주는 내용이죠.


오르페우스는 트라키아 사람으로, 어머니는 영웅시의 뮤즈인 칼리오페였습니다. 그가 어디를 가든, 사람들은 그가 연주하는 리라의 황금빛 선율과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목소리에 홀렸다 하죠. 동물들도 그의 음악에 모여들었고, 나무들도 그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는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고, 결혼으로 결실을 맺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에우리디케는 들판에서 오르페우스에게 줄 꽃을 꺾다가 양봉업자인 아리스타이오스에게 쫓겨 도망칩니다. 그러다 실수로 뱀을 밟고 물려 죽지요.

사랑하는 아내를 허망하게 잃게 된 오르페우스는 전에 없던 가장 슬픈 노래를 부르며 정처 없이 떠돕니다. 그러다 아내의 영혼이 갇혀 있는 지하 세계로 향하지요.

지하 세계의 왕 하데스와 여왕 페르세포네는 오르페우스의 노래에 넋을 잃고.....

드디어 에우리디케를 지상으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해줍니다. 하지막 여기에는 조건이 붙지요.


"바깥세상에 도착하기 전에 절대 뒤돌아 네 아내를 봐서는 안된다."


하지만 지상에 거의 다다랐을 즈음, 아내가 자신을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궁금했던 오르페우스는 세상의 빛을 보자마자 에우리디케를 향해 뒤돌아서고 말지요.  바로 그 순간에 에우리디케는 오르페우스의 눈에서 영원히 사라집니다.

영화 속 '오르페우스'를 그린 마리안느가 작품 앞에 서있슴

 세 여인의 평은 각각입니다.

 소피는 남자의 어리석음을 문책하는 쪽이고, 마리안느는 오르페우스가 연인보다 예술가로서의 삶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엘로이즈는 결정을 내린 사람은 에우리디케라고, '뒤돌아봐' 했을 수도 있다고 견해를 밝힙니다.

  이 부분에서 강신주 철학가는 말하더군요.

본인은 여자들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그녀들의 생리통이 어떤 것인지.... 

그러면서 신화 내용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말하던  엘로이즈가 약하디 약한 모습으로 결혼이라는 선택을 했다고. 또한 가장 당당하게 낙태를 결행하던 소피가 오르페우스를 책망하는 모습을 보인다고요.

'사랑이란 그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배경이 되는, 사랑하는 이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경험'이라고요.

강신주 박사의 강연 모습

  내가 듣기론 강 철학가는 남성들의 본질처럼 직진하는 사랑을 말하고 있다고 들리더군요.

하나 예술가인 마리안느가 말했죠.

오르페우스는 연인이 아닌 예술가의 삶을 택했을 수도.....

그렇죠.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는 엘로이즈가 예술가인 마리안느의 깊은 속내를 읽어내고,

후회하지 말고, 기억해

라고 말하며, 헤어지는 순간,

뒤돌아봐

라고 말했으리라고.....

'뒤돌아봐'라고 말하는 엘로이즈

 마지막 장면의 엘로이즈의 울면서 웃던 표정은

 후회하지 않고, 기억함

을 표현하는 듯 느껴졌습니다.


 좋은 영화는 백인백색의 영화평을 양산하겠죠.  강신주 박사가  자주 표현하는 화엄 세계를 이루도록.

 아마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동성애를 처음 트라키아 지방에 퍼뜨린 오르페우스에 대한 응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닐는지요?!

에우리디케를 두 번이나 잃고 지상으로 돌아온 오르페우스는, 그 후 미소년들에게만 정을 주었기에 많은 여인네들에게 미움을 샀다고 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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