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정 Jul 26. 2019

<누구나 아는 비밀>...  그러나....

조곤조곤 풀어내는 스토리텔링의 힘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에 참석했습니다.

 

 영화평론 보면, 가끔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라고 경고성 메시지를 띄우는 경우가 있죠.  그만큼 영화의 내용을 미리 알고 감상하면  감동이 줄기 때문일 겁니다.   <누구나 아는 비밀>에 대한 후기는 더욱더 스포일러가 없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를 보았을 때도 그의 리얼리즘적 이야기 흐름과 섬세한 상황, 그리고 인간들에 대한 묘사에 감탄했었는데요. <누구나 아는 비밀>을 보고선 그의 다른 작품을 찾아봐야겠다는 욕구가 마구 생기더군요.

한때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 푹 젖어 그의 영화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그래도 인생은 계속된다><올리브 나무 사이로><체리 향기> 등을 찾아보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이란 감독이라 그럴까요?!  두 감독 모두 섬세하게, 극히 국지적인 이야기를 이방인들도 전혀 어색하지 않게 극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극도로 계산된 듯 그러나 눈치 채지 못하도록, 스토리텔링과 영화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란,  한때 페르시아 제국이었던 그 나라는 탁월한 문명을 자랑했고,  그중 수학 분야는 세계 최고였다고 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이란인의 유전자에는 섬세하고도 잘 짜인,  극히 계산적으로 표현해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듯합니다.


 시사회 이후 GV에, <기생충>을 쓴 김대환 감독님이 함께 했는데요.  감독님 왈, '시나리오를 쓸 때 2~3분 내에 영화 전체적인 맥락이 잡히도록 하라는 것이 정설인데, 이 영화는 30분이 넘도록 스페인 시골 마을의 결혼식 참석 차 온 라우라와 그녀의 자녀들을 중심으로 별다른 사건 전개 없이 분위기만 보여주고 있다'라고 표현하면서, "전개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세련된 장르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러하기에 관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이고 있는 것일 수도.......



시골 자그마한 동네이기에, 오래도록 그들은 가족처럼 친척처럼 살아왔기에, 서로서로 입 밖에 내진 않지만 공공연한 비밀이 존재하고,  쌓인 세월만큼 애증의 역사가 있음을, 불미스러운 사건 해결 과정에서 드러내게 됩니다.

그러면서 갈등의 심리를 표현하는 제로 두 여인을 대비시키는데요.

라우라 (넬로페 크루즈 분)와 베아(바바라 레니 분)의 대비되는 개성을, 파코(하비에르 바르뎀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어떻게 표출하고 있는지가  멋진 연출 기법으로 비치더군요.

파코의 과거 여인 라우라, 그녀는 영화 내내 검정 계열의 의상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섹시한 매력을 장착하고요.  반면 파코의 현재의 여인 베아는 교사라는 직업과 함께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이미지로 비치는데요.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아는 라우라와 파코의 연애사가 레아에게는 항상 부담스러운 과거였을까요?! 흔들리는 파코를 잡기 위한 수단으로 그녀에게는 생소한 카르멘 같은 화장과 검은색에 붉은 꽃무늬가 있는 드레스로 변신하고 파코에게 묻습니다. "아직도 라우라를 사랑해?"라고.

위사진 레아와 파코,  아래 사진 라우라와 파코

  나비효과 이론이 있죠.  사노라면 우리의 작은 행동이 미래에 거대한 결과로 드러나는 경우들.

그렇다고 알더라도 순간순간 어찌 자신의 욕구를 통제하며 살 수 있을까요?!  우린 미성숙한 인간일 뿐인데........


 그래서일까요?!

내가 봤던 아쉬가르 파라디 영화 두 편 모두 종교에 열심인 사람들을 표현합니다.  이란인을 등장시킨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에서는 당연히 이슬람 체제에 열심인 인물들이 그려지고요. 감독이 외관을 넓혀 보여준 <누구나 아는 비밀>의 스페인인들은 기독교 문화 안에서 신앙에 열심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어떻든 어느 문화권의 어느 인물이던지 모두 가여운, 상처 많은 인간들인 것을..........  그리하여 마지막 장면이 보여주는 인간들의 현실,  '누구나 아는 비밀'로 인해 벌어진 사건이 해결되고 다들 떠나버린 광장에서, 청소부들이 뿌리는 물의 포말들이 흐드러지는데, 라우라의 언니가 감지한 또 다른 비밀이 다시 '누구나 아는 비밀'이 되어 새로운 역사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감.......  감독은 엔딩 크레디트를 여타 영화들과는 다르게,  흰 바탕에 검정 글씨로 올리고 있더군요.


 그리하여 생각이 났습니다.

토마스 머튼의 그 말이.

우리의 보잘것없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의 것인 그 무엇도, 우리가 가진 그 무엇도, 우리 자신의 그 어떤 모습도 거부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그 모든 것이 하느님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그 실체가 선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인정해야 한다. 우리의 무력함, 또는 우리의 도덕적 또는 영적 비참함이 하느님의 자비를 끌어당기기 때문에 우리의 결함 조차도 선하다.

  하비에르 바르뎀과 페넬로페 크루즈 부부는 많은 작품에 함께 출연하면서도 더욱 멋지게 그들의 매력을 발산하더군요.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롱 샷>의 큰 그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