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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Jun 27. 2021

멋진 공간 속의 게르하르트 리히터 작품

자본의 쓰임에 대한 단상.....

  <작가 미상>이란 영화를 통해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포토리얼리즘 탄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었죠.  그는 1932년 동독에서 태어나 1961년 베를린 장벽이 세워지기 직전 서독으로 탈출합니다.  본인을 그렇게도 예뻐해 주던 이모가 나치의 우생학 정책의 희생자가 되었던 아픈 기억,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던 장인이 그 우생학 실험을 담당했던 나쁜 의사였으나 본인의 과거를 감추고 살아가는 현실....  그러한 삶의 상처로부터 그의 포토리얼리즘은 이루어집니다.

<작가 미상>  중 스틸 컷

그의 이러한 경향은 1960년대 독일 화단의 신표현주의 노선(앵포르멜과 팝아트에 맞서 독일 표현주의의 전통을 이어가고자 한) 게오르크 바첼리츠와 안젤름 키퍼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그는 개인적 경험으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더 이상 독일만의 예술은 가능하지 않다고 보았고, 회화가 역사에 관해 진리를 말할 수 있는지  회의하며  차라리 사진을 신뢰하였지요.

사진보다 더욱 사진 같은 그의 작품입니다.

그의 딸 '베티'를 그린 유명한 작품입니다.

게르할트 리히터 <베티>,1988

 1966년 어느 날  게르하르트 리히터는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나는 어떤 목표도, 어떤 체계도, 어떤 경향도 추구하지 않는다. 나는 어떤 강령도, 어떤 양식도, 어떤 방향도 갖고 있지 않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일관성이 없고, 충성심도 없고, 수동적이다.  나는 무규정적인 것을, 무제약적인 것을 좋아한다.  나는 끝없는 불확실성을 좋아한다.

" 리히터의 말처럼 그의 작품세계는 온갖 예술 언어로 짜인 모자이크다"라고 표현하기도 하더군요.  왜냐면 그는 카멜레온처럼 계속 변신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포토 리얼리즘처럼 사진적 재현이 있는가 하면, 구상성이 배제된 회화적 추상이 있고, 구성주의나 미니멀리즘, 색면추상이나 모노크롬을 연상시키는 작품, 개념미술에 가까운 게 있는 반면 초현실주의적 공간감을 주는 표현도 합니다.

그리하여  리히터는 포스트모더니즘 작가로 불리지요.

그런 리히터가 2차 세계대전으로 파괴된 독일 쾰른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을 의뢰받게 됩니다. 모두들 신앙심의 징표를 기대하고 있을 때, 그는 중세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72가지 색을 뽑아내어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1만 1500개의 유리 조각에 배치합니다.

쾰른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그 작업과 동시에 4900개의 에나멜 색채 패널로 만든 <4900가지 색채>라는 작품이 탄생합니다.

이러한 아이디어는 오래전 그가 산업용 페인트 색상표를 보고 그것을 확대 재현한 색채판 그림을 통한 색면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으로부터 기인했다고 합니다.

이는 정사각형 패널 196개를 여러 가지 크기의 작은 격자판으로 조합한 작업부터 하나의 대형 패널로 완성한 작업까지 11개 버전이 있다네요.

그중 9번째 버전이 이번에 에스파스 루이뷔통 서울 갤러리에서 전시 중입니다.

전시실 전경

 루이뷔통 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국내 최초로 전시하는 중인데요. 파리 루이뷔통 재단 건축 설계를 담당했던 해체주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에스파스 루이뷔통 서울'의 설계도 하였다니 더욱 뜻깊은 장소에서의 전시 관람이 되었던 느낌입니다.

프랭크 게리의 건축 스케치들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전경

루이비통은 비영리 재단을 만들어 많은 미술품을 소장하고 일반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건축물도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 LA의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등 전 세계 랜드마크가 된 유수의 건축물을 설계한 프리츠커상 수상자 프랭크 게리에게 맡겨 파리의 새로운 명소를 탄생시켰습니다.

얼마나 멋진 행보인지요.


 요즘 이건희 컬렉션에 대한 설왕설래가 있었죠.

그 역시 엄청난 자본으로 많은 미술품을 모으고 기증하여 국민들에게 혜택을 주고 있는데요.

현존 작가 중 가장 싼 작품 가격을 기록했던 리히터의 작품도 그의 소장품에 있다고 합니다.

그중 <두 개의 촛불>입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 두개의 촛불, 1982

 간송 전형필이 막대한 자본으로 우리의 문화재를 사들여 보존함으로써 민족의 영웅이 되었듯, 심미안을 가진 많은 자본가들이 그런 역할을 담당하고 일반 대중들에게 혜택을 주는 세상이었으면 합니다.


 오랜만에 들른 '에스파스 루이뷔통 서울'이 있는 청담동 거리의 멋진 건축물들이 정서적 고양감을 일으킴을 느끼며, 예술의 가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는 전시회 나들이를 즐긴 하루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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