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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Aug 25. 2021

그 작가의 '메타포' 기법

영화 <생각의 여름>과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

 무릇 모든 예술 작품에는 '메타포'가 있기 마련이지만 영화와 라는 장르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그런데 그 영화와 를 버무려 찾아온 작품 <생각의 여름>에 눈길이 갔습니다. 33세 김종재 감독이 동갑내기 시인 황인찬의 를 사이사이 끼어넣어 만든 영화.   감독은 황 시인의 <무화과 숲>을 보고 <생각의 여름>을 기획했다 합니다.

무화과 숲
                                                         황인찬
쌀을 씻다가
창밖을 봤다
숲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오지 않았다
옛날 일이다

저녁에는 저녁을 먹어야지
아침에는 아침을 먹고

밤에는 눈을 감았다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이었다


 극 중 주인공 현실은 시인 지망생입니다.  그녀는 공모전을 앞두고 제대로 시상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 중입니다. 요즘 세대답게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며 1인 가구의 삶을 이어가고 있고요. 호구라는 반려견과 함께.

시가 산으로 가버린 상황에서 등산화의 끈을 매고 산으로 갑니다.  하루 동안 몇몇 사람을 우연히 마주치기도 하고 스스로 전화하여 불러내기도 합니다. 그 과정에 황 시인의 가 스토리화 기도 하고......

<생각의 여름> 스틸 컷

 현실은 최근 본인을 버리고 간 남친 민구에 대한 좌절감으로 '초원의 남자'라는 시제로 시를 쓰려하나 시상은 떠오르지 않고.....  그녀가 하루 동안 만났던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마침내 민구를 불러내어 "왜 나를 버렸냐?"라고 항변도 합니다. 그런 시간들을 지나 '초원의 남자'는 새로운 시 <소실>로 탈바꿈합니다.  드디어 공모전에 출품할 다섯 작품을 들고 호구와 함께 우체통을 찾아가고.....

그렇게 현실에 충실한 현실의 여름이 소실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김종재 감독은 인터뷰에서 말하더군요.

학부 때 교수님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웰메이드' 영화였고, '영화제를 가는' 영화였다.  그렇지만 나는 '웰메이드'가 아닌, 내가 원하는 영화, 내 색이 들어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더라.

 그런 영화를 만들기 위해 밤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모은 돈 1600만 원으로 탄생한 상큼한 영화입니다.

황인찬 시인이     "사랑해도 혼나지 않는 꿈"

을 노래할 때, 현실이 완성한 詩 <소실>에서 처럼

"      ᆢ ᆢ ᆢ

또 보다 많은 것들이 수챗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래도록 그것을 지켜보는 이가 있었다


이 손을 언제 놓아야 할까

그 생각만 하면서  "

지나간 시간의 상처를 적극적으로 치유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는 29세 젊은이의 더욱 단단해지는 여름을 그린 그들의 영화가 있었습니다.

라스트 씬에서 건널목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변할 때 민구와 현실은 한껏 웃으며 뒤돌아 같은 방향으로 뜀박질합니다.  이미 주어진 길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가면서도 즐겁게 그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리라는 메타포.......


 한가람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후지시로 세이지의 <빛과 그림자의 판타지 展>을 관람했습니다.

현재 <피카소 전시회>가 성황을 이루는 것과 대비해서 관심이 적은 듯 하지만, 카게에의 대가 98세 후지시로 세이지 작가의 오랜 작업을 집대성해놓은 영혼이 맑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은 시간이었습니다.

老 작가는  이미 10대 시절 회화에 남다른 소질을 보여 일본의 독립미술협회전 등 유수의 전시에 작품을 출품하여 극찬을 받았다 합니다.

작가의 <어부바>

19세에 그린 <어부바>는 時에 연약함을 표현했다는 이유로 몰수되기도 했다는데, 이미 그의 심성의 부드러움이 그 시절부터 표현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사 그리고 잡지사 등에서 근무하던 작가가 유능한 편집자이며 예술가이던 하나모리 야스지를 만나면서 그리고 그 당시 잦은 정전을 겪으면서 우연하게 '카게에'라는 장르를 개척합니다.

카게에 작품과 수작업 모습


 2차 세계대전 이후 초토화된 도쿄에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평화를 기원하며, 잿더미가 된 들판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골판지와 전구를 이용하여 빛과 그림자의 '카게에'를 제작하여 보급합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정교한 작업인 '카게에'

 그 후 작가는 극단을 결성하여 인형극을 선보이기도 하며' 60년대 일본의 빅스타 '캐로용' 이야기를 담은 방송 콘텐츠도 제작합니다.


작가의 세월은 성경 이야기뿐 아니라 인도의 '라마야나' 그리고 '서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까지 관심을 가지고 작품화하는 과정으로 이어집니다.

이젠 세계 여러 곳에서 작가의 '카게에'를 극찬하며 즐깁니다.  사람들은 말하죠.

         

          "19세기 인상파에 큰 영향을 준 우키요에 그리고 21세기 일본 미술의 새로운 진보 '카게에'"

라고요.


 작가는 친필로 메시지를 남기고 계시더군요.


    전람회를 찾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여기에서 만났던 것을 마음속에 간직해 주세요.
그리고 문득 떠올려 주세요.
그때 아름다운 빛이 마음속에
들어온다는 것을
마음에 그늘이 있다면
밝은 빛으로 감싸 준다는 것을
빛과 그림자가 조화를 이뤄
마음에 평온을 주고 작은 꿈이,
커다란 희망이 삶의 기쁨으로 될 수 있기를
또 만납시다.

               

 극단적인 이분법으로 나뉜 사고에서 벌어졌던 전쟁, 그 고통 속에서도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를 이용하여 인생을 표현한 그의 메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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