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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Apr 25. 2021

우리 강산 낯설게 보기......

영화 <자산어보>와  임채욱의 <블루 마운틴>을 통해

 신유박해로 인해 흑산도에 유배되었던 정약전을 그린 영화  <자산어보> -  이준익 감독은 역사 속의 인물들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과히 독보적인 솜씨를 보여주곤 합니다.  이번에 감독이 선택한 인물은 <자산어보>를 집필한 정약전이었고, 그가 유배를 가서 전라도 섬에 열일곱 해를 머물며 집필한 저서가 탄생하게 되는 스토리를 잘 버무려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 <자산어보>의 스틸 컷

 호기심이 많은 인물, 그리고 '성리학 보다 백성의 삶이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실사구시의 정신을 갖고 있던 그인지라  순교를 선택한 형과는 다르게 동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 슬쩍 소신을 저버릴 줄 아는 합리적인 기질을 발휘하는 정약전.  

영화에서 나오던 대사에, 고관들이 그들 형제의 유배를 결정하면서 이야기하죠.  "동생 정약용 보다 형인 정약전이 더 똑똑하고 위험인물이니 흑산도 섬으로 보내고 동생은 강진으로 보내"라고요.

그는 유배 중 <목민심서> 등을 집필한 동생과는 다르게, 섬 청년 창대의 도움을 받아 <자산어보>를 집필합니다.

흑산도(黑山島), 그 의미가 흉흉하다 하여 자산으로 바꾸어 바다 생물들에 대한 백과사전을 집대성한 샘이지요.

https://tv.kakao.com/v/414617918

 

 그 이야기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감독은 흑백 영상을 선택합니다.

흑산도이기에 그리고 유배라는 상황에 처한 인물의 이야기 인지라 쪽빛 바다는 흑백으로 변신하여  찾아왔습니다.

첫 장면의, 드론으로 촬영했음 직한, 흑백의 바다에 덩그러니 떠있던 배 한 척이 제 마음 안으로 훅 들어오면서 우리의 바다를 낯설게 보도록 이끄는 듯하더군요.


  이번엔 자하미술관에서 전시한 임채욱 작가의 <블루 마운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산이 푸르다'고들 할 때, 그 푸름은 녹색을 의미하지요. 그런데 임 작가는 2009년도 어느 겨울 덕유산에 올라 굽이 굽이 능선을 촬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쪽빛의 푸른 산이 거기 있었습니다.

바로 그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작가

 그 이후 오래도록 그와 똑같은 쪽빛 산은 볼 수 없어서 <블루 마운틴> 전시를 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바람이 불지 않는 날 햇빛이 산을 등지고 비추는 역광이거나 측면에서 비출 때 오전 9시에서 12시 사이에만 가장 푸른 쪽빛의 산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작가의 설명입니다.

'블루 마운틴'이란 이름의 국립공원을 가지고 있는 호주나 메이카의 그것은 더운 지역이고 평평한 산세인지라 우리의 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러하기에 본인의 <블루 마운틴>을 보고 외국인들이 한국의 산을 찾게 되라라는 소망도 피력하면서요.

 그런데 작가는 그 사진 작업을 한지를  특수하게 개발하여 인화를 합니다. 그리하여 그의 사진은 진경산수화처럼 보이 효과를 갖습니다.   

전시 중인 <블루 마운틴>

 동양화를 전공한 그는 한지에 대한 지대한 관심으로 이미 대학 시절 한지를 설명하는 홈페이지를 만들어 상을 받기도 했고, 끊임없이 한지를 통한 인화 작업을 위해 전문가들과 협업으로 새로운 인화지를 개발하기에 이릅니다.

그리하여 실경을 관념산수화처럼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그의 특별한 이력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수필집에 있던 그림 속 수리를 따라 그리면서 미술에 대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는데, 대학 입학 후 바로 그 수필집의 저자인 이종상 교수님의 제자가 되고, 회화 료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한지에 남다른 관심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전시장 내의 방명록과 이종상 교수님의 흔적들

  그 스승님은 '청출어람'이라 제자를 칭찬하고 계셨고,  임 작가가 한지로 사진 작업을 하도록 영감을 주었던 김환기 화백의 '환기미술관'이 내려다 보이는 인왕산 자락에 터 잡은 자하미술관에서 <블루 마운틴> 전시는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작가는 말하더군요.  "우리 산에는 한국의 美, 色, 線, 情, 氣가 모두 담겨 있다"  그러므로 코로나 블루로 힘든 지금 <블루 마운틴>이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요.

그의 우리 산 낯설게 보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성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같은 산'이라고 표현한 지리산을 동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하고요.

https://youtu.be/drksgD-eZ2o

 


   우리를 위무하는 것은 결국은 아름다운 강산임을 다시금 되새기며, 오래전 읽었던 책 <오래된 미래>를 떠올립니다.  에콜로지 및 문화를 위한 국제 협회(ISEC)와 라다크 프로젝트의 설립자인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는 티베트 고원의 라다크족이 대화 압력에 시달리면서 자연이 망가지고 그들의 아름다운 심성과 문화가 훼손되는 상황을 목도하며, 글로벌 경제화와 진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지역 특수성의 파괴를 경고합니다. 책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미래는 오히려 오래된 자연에의 순응 태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요.

 책 <무탄트 메시지>에서 읽었던 오스트레일리아 '참사람 부족'은 오로지 개발과 현대화에만 매몰된 영적이지 못한 무탄트들이 망가뜨린 자연에서 그들의 후손을 키울 수는 없기에 현재 가장 어린 부족이 저 세상으로 가게 되면 더 이상 자신들의 후예는 존재하지 않도록 결혼을 금지합니다.  


자연과 교감하지 못하고 탐욕스러웠던 죗값으로 고통받지만, 우리의 강산을 예술혼으로 승화시켜준 작품에서  힘을 얻고 다시금 삶의  방향을 설정할 때임을 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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