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정 Nov 25. 2021

화가의  삶.....

畵人 정재은, 그리고 박수근 화백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보았습니다.  

미국 대북특사로 알려진 성 김 대사의 아내라더군요.  서양화를 전공했던 그녀가 민화를 그려 전시회를 연다기에 부쩍 관심이 갔습니다.

민화 중 책가도를 무척 좋아합니다.

 '문자향 서권기' 깃든 그 그림의 아기자기한 느낌에 특별히 매료되곤 하니까요.

인터뷰 기사에는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프랑스 낭트와 파리를 거쳐 현재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책거리 순회전'에 '첩첩서중(Lost in Books)'을 출품했다. 전시를 기획한 정병모 교수는 "책들의 겹겹이 쌓임을 통해 인생의 파노라마를 펼쳐 보여주는 작품으로, 건축적 구성미가 뛰어나 스페인 현지에서도 정재은의 책가도를 대표작으로 소개한다.

 그녀의 책가도가 궁금해 처음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을 찾았습니다.

사직동 언덕배기 조그맣고 오래된 한옥에 자리한 '최정아 갤러리'에서 정말 단출한 모습으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작가는 못되고, 그냥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며 스스로를 畵人이라 칭합니다.


 "외국을 떠돌며 살아서 그런가, 시선이 오히려 안으로 들어오더라. 나이가 있어 그런 것도 같고, 서양화를 할 땐 모르는 것에 무작정 다가가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뭔가 잡힐 듯한 것을 향해 가는 느낌이다. 다시 대학 가라고 하면 동양화나 도예를 할 것 같다."


 그녀는 유머와 해학이 있고 틀에 매여 있지 않고, 시점이 여럿 합쳐져 있어 재밌는, 현대미술처럼 어렵지 않고, 한눈에도 무슨 이야기인지, 무엇을 소망하는지 알 수 있는 그림이라 좋아한다고 민화에 대한 생각을 피력합니다.

작가와 전시장 모습

 그녀의 민화는 조금 특별합니다. 채도를 낮춰 자극적이지 않고 고급스러운 은은함을 풍깁니다.

일찍이 성 김 대사와 결혼하여 딸 둘 낳아 기르며 외교관 내조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던 서양화 전공자.  한국 대사로 부임한 고국에서 다시 붓을 잡았고 그렇게 시작한 그녀의 민화는 이제 정재은 작가만의 특별한 삶이 묻어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전시장에서도 살갑게 질문에 답해 주던  정감 어린 모습이 그녀의 작품과 일맥상통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전 이전에도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일월오봉도', '모란도'등의 작업을 했던 작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됩니다.

"복을 부르는 그림" 민화를 그려 <召福召福>전이라 명명한 멋진 그녀.



  가을입니다. 사직동 골목길을 내려와 덕수궁 돌담길을 걷습니다. 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박수근 화백의 <봄을 기다리는 나목> 전시가 기 때문이죠.

 우리 민족의 일상적인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냈던 화가. 그의 손길에서 탄생한 나물 캐는 아낙, 아기 업은 소녀, 빨래 빠는 여인 등은 그의 아내와 딸이 모델이 되어주었던, 고단한 노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인물들이었습니다.

시대 상황이 그 누구나 가난하던 시절, 그 역시 제대로 된 미술 교육도 받지 못하였지만, 화강암 재질이 살아있는 단순한 형태와 선묘로 '가장 한국적인 美를 담아낸' 화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는 고향 양구에서 월남하여 서울로 와 창신동에 살며 그 좁은 집 대청마루에서 그림을 그렸다 합니다. 변변한 화실도 없이 그려낸 작품은 방에 하나 가득 쌓여 가고.......

나는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예술에 대한 대단히 평범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내가 그리는 인간상은 단순할 뿐 다채롭지 않다. 나는 그들의 가정에 있는 평범한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어린아이를 가장 즐겨 그린다.

 화가의 말처럼 그의 가족 사랑은 남달랐습니다.

자녀들을 위해 '낙랑 공주' '광개토대왕' '평강 공주와 바보 온달'등의 그림책을 만들어주기도 했습니다.

박 화백의  나무 그림에 대해, 전후 미 8군 PX에서 잠시 함께 일했던 소설가 박완서는, 이렇게 소회를 밝힙니다.

"그와 내가 같은 일터에서 일한 것은 일 년 미만이었지만 그동안에는 봄, 여름, 가을도 있었을 텐데, 왠지 그와 같이 걸었던 길가엔 겨울 풍경만 있었던 것처럼 회상된다. 그가 즐겨 그린 나목(裸木) 때문일까,  그가 그린 나목을 볼 때마다 내 눈엔 마냥 춥고 헐벗어만 보이던 겨울나무가 그의 눈엔 어찌 그리 늠름하고도 숨 쉬듯이 정겹게 비쳤을까가 가슴 저리게 신기해지곤 한다."

다른 시각으로 우리의 강산과 인물들을 보고 담아낸 화백이 있었기에 어려운 시절을 건너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건 아닐까요?!


 화가의 삶 그리고 그들의 남다른 시선........

그들의 예술혼으로 오늘도 위로를 받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창의성'에 대한 小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