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미정 Dec 25. 2021

특별한 콜라보 전시

 <<불멸의 초상 : 권진규×목정욱>> 展

 권진규 조각가의 '지원의 얼굴'을 어느 전시장에서 보고는 그 조각가를 많이 알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테라코타 기법을 사용하였고 건칠로 이루어진 목이 긴 여성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지원이는 조각가가 홍대 미대 교수로 재직 시 제자였다고 하더군요.  이외에도 순박한 이름의 여인상 조각이 많답니다.  이는 외세에서 벗어나 "한국적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했던, 우리나라 근대 조각의 선구자다운 행보였다 여겨집니다.

그는 함흥 출신으로 도쿄 무사시노 미술학교 조각과에서 앙투안 브루델의 제자 시미즈 다카시를  사사했다 합니다.  일본에서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기도 한 작가는 후배인 가사이와 결혼했으나 1959년 집안 사정으로 귀국하여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자소상"들과 한 점의 불상과 예수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예수상은 머리 위 광배가 없다면 참으로 남루한 모습이라 불편한 느낌을 주는데요. 사실 어느 교회에서 의뢰한 작품이었는데, 결과물이 일반 대중에게 받아들여지기엔 어렵다는 이유로 인수를 거절당했다고 하더군요.  

이 작품들을 현재 최고의 평가를 받는  젊은 패션 포토그래퍼 목정욱 작가가 사진으로 재현하여 단출하게 전시하고 있었습니다. 삼청동 PKM 갤러리에서.

목 작가는 BTS의 '타임'지 표지 컷을 찍어 유명한데요. 그런 포토그래퍼가 한참 전 세대의 조각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목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인물  촬영 시에는  그 사람의 기운, 에너지를 어떻게 하면 사진에 담을까 생각하며 작업합니다. 권진규 선생님 작품 같은 경우에는 그냥 어떻게 보면 테라코타, 흙의 물질인데, 이게 정말 계속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그 눈빛이... 그게 저한테 너무 강력한 체험이어서 그날 밤에 진짜 잠도 못 자고 좀 많이 아팠어요. 저도 처음 경험해보는 일이었습니다."

그는  근대 조각가의 작품이 본인에게 다가오는 과정을 사진으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전시장 모습

 권진규 조각가는 작가 노트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리얼리즘을 정립하고 싶습니다. 만물에는 구조가 있습니다. 한국 조각에는 그 구조에 대한 근본 탐구가 결여돼 있습니다. 우리의 조각은 신라 때 위대했고, 고려 때 정지했고 조선조 때는 바로크화(장식화)했습니다;  지금의 조각은 외국 작품의 모방을 하게 되어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불쌍합니다."

 그리하여 신라 시대 반가사유상 두 점을 멋지게 전시 중인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권 작가가 극찬한 역사적 작품을 보기 위해.....

그리고 52세의 젊은 나이에 단 두 사람에게 보낸 유서에

인생은 공(空 ) 파멸(破滅)이다. 거사 오후 6시

라 쓰고 1973년 5월 4일 오후 6시 동선동 작업실에서 목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작가의 삶과 그리고 예술을 사유하기 위해.....


오른발을 왼쪽 무릎에 얹고
오른손을 살짝 뺨에 댄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
삶에 대한 깊은 고민과 깨달음의 상징입니다.
<사유의 방>

 신라시대 각각 6세기와 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두 점의 반가사유상입니다.

<사유의 방> 입구에는 장 줄리앙 푸스의 미디어 아트 작품 '순환'과 '등대'가 반가사유상을 만나기 전, 우리의 의식을 일깨웁니다.  

끝없는 물질의 순환과 우주의 확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관람자에게 사물의 너머를 보도록 유도하며 방황하는 영혼들을 위한 희망의 불빛으로서 제시되었습니다.

 건축가 최욱이 디자인한 공간은 추상적이면서도 고요한 느낌으로 관람객에게 사유의 시간을 유도합니다.

종교와 이념을 넘어 깊은 생각에 잠긴 반가사유상이 세상 너머를 바라보는 듯, 고뇌하는 듯, 우주의 이치를 깨달은 듯, 신비로운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반가의 자세는 멈춤과 나아감을 거듭하며 깨달음에 이르는 움직임인 듯 느껴집니다.


 무수히 많은 나의 고뇌의 시간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그리곤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던 권진규 조각가의 세월도 짐작해 봅니다.

사랑하였지만 일본인이라는 당시 한계 때문이었을까요?! 이혼한 상황의 고독과 유서를 보낸 한 사람, 제자였던 '정애'의 이름을 여러 번 반복해서 써 내려갔던 그의 마음을 헤아려봅니다.


그의 자소상은 살짝 위쪽으로 시선을 둔 형상인데....

그리고 종교적 구원의 갈망을 담은 예수상과 불상..... 


  무수히 많은 생각과 감정이 휘몰아치는 연말,

그저 지나가면 그뿐......

 더 깊은 나의 내면을 보도록  유도하는 두 멋진 전시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화가의 삶.....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