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계속되어야 하니까......
"바냐 아저씨, 우린 살아야 해요. 길고도 긴 낮과 밤들을 끝까지 살아가요. 운명이 우리에게 보내주는 시련을 꾹 참아 나가는 거예요. 우리, 남들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해요. 앞으로도 늙어서도, 그러다가 우리의 마지막 순간이 오면 우리의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여요. 그리고 무덤 너머 저 세상으로 가서 말하기로 해요. 그러면 하느님은 우리를 불쌍히 여겨주실 테죠. 아, 그날이 오면, 사랑하는 아저씨, 우리는 밝고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될 거예요. 기쁜 마음으로. 이 세상에서 겪었던 우리의 슬픔을 돌아보며 따스한 미소를 짓게 될 거예요. 그리고 마침내 우린 쉴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믿어요, 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그곳에서 우린 쉴 수 있어요. 평화롭게 쉴 수 있을 거예요. 천사들의 날갯짓 소리를 들으며, 보석처럼 반짝이는 천상의 세계를 바라보면서요. 모든 악과 고통은 온 세상을 감싸는 위대한 자비의 빛 속으로 가라앉게 될 거예요. 그날은 평화롭고 순수하고 따스할 거예요. 난 믿어요. 굳게 믿어요. 불쌍한 바냐 아저씨, 울고 계시군요. 아저씨는 평생 행복이 뭔지 모르고 살아오셨죠. 하지만 기다려요. 바냐 아저씨, 기다려야 해요. 우리는 쉴 수 있을 거예요. 쉴 수 있어요."
타인을 이해하려면, 자기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원래부터 아무런 성취도, 아무런 생산도 없는 인생이다.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고 당연히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하지도 못한다. 행복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인지, 이제 기노는 이렇다 하게 정의 내릴 수 없었다. 고통이나 분노, 실망, 체념, 그런 감각도 뭔가 또렷하게 와닿지 않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렇듯 깊이와 무게를 상실해 버린 자신의 마음이 어딘가로 맥없이 떠내려 가지 않도록 단단히 묶어둘 장소를 마련하는 것 정도였다.
"이 몸은 내가 아니다. 이 몸은 나를 가둘 수 없다. 나는 경계가 없는 '생명'이다.
나는 태어난 적도 죽은 적도 없다.
저 넓은 바다와 하늘, 수많은 우주는 다 '의식'에 의하여 나타난 것이다.
나는 시초부터 '자유 그 자체'였다.
생과 사는 오고 가는 출입문일 뿐.
태어나고 죽는 것은 숨바꼭질의 놀이일 뿐이다.
그리하여 내 손을 잡고 웃으면서 잘 가라고 인사하자. 내일, 어쩌면 그전에.... 다시 만날 것이다.
'근본 자리'에서 항상 다시 만날 것이다.
삶의 수많은 길에서 항상 다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