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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미정 Feb 25. 2022

영화감독 제인 캠피온의 시각 변화.....

영화 <피아노>와 <파워 오브 도그>를 통한 고찰

 1993년도에  개봉되었던 제인 캠피온의 영화 <피아노>를 접하고 오래도록 가슴 저리던, 그리고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나의 오감 모두를 일깨우던 기억을 잊지 못합니다.



 6세 때 세상이 자기를 이해하지 않는 상황에서 스스로 말하기를 거부하고 오로지 피아노를 통해서만 본인의 감정을 드러내던 '에이다'는 어느 작곡가와의 열정적 사랑으로 딸 '플로라'를 얻고 미혼모가 됩니다. 때는 19세기 말 영국이란 보수적인 나라에서 그녀의 존재는 아버지에게 애물단지였겠죠. 그리하여 그녀는 뉴질랜드로,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의 결혼이란 미명 하에, 내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그녀가 세상과 소통하는 대리자 역할을 하는 딸 플로라와 함께. 그리고 그녀의 목소리와 같은 피아노를 가지고.

뱃꾼들이 해변가에 풀어놓은 짐들과 함께 생소한 뉴질랜드라는 땅에 덩그러니 팽개쳐진 모녀는, 하루 뒤에나 마중 나온 '스튜어트'라는 남편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도 피아노를 치며 즐겁게 둘만의 시간을 보냅니다.

처음부터 그녀의 청각 여부에만 관심을 보이던 새신랑은 마오리 일꾼들과 함께 짐을 옮기기 시작하지만, 에이다의 간청을 묵살하고 무겁다는 이유로 피아노를  해변에 남겨둔 채 떠납니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에이다는 딸 플로라와 함께 마오리 짐꾼들을 지휘하던 '베인스'를 찾아가 피아노가 있는 해변으로 본인들을 데려다줄 것을 요구합니다. 처음엔 거절했던 그였지만 단호한 그녀의 요구에 승복하고..... 해변에 버려졌던 피아노를 보곤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으로 연주하는 에이다, 그리고 아름다운 춤으로 엄마의 연주에 화답하는 딸 플로라.

피아노에 진심인 에이다의 모습에 마음을 연 베인스는 그녀의 남편 스튜어트와 협상을 합니다. 본인이 피아노 레슨을 받겠다면서 자기 집으로 그 물건을 옮기겠다고. 그리고 대가로 근처 땅과 교환하자는 조건으로. 그 후 스튜어트는 아내에게 레슨을 시켜주기 위해 베인스 집으로 갈 것을 종용합니다. 피아노 연주에 심취한 에이다에게 성적 충동을 드러내던 베인스는 피아노의 소유권을 두고 에이다와 거래를 하고, 그 둘은 점점 진한 스킨십을 공유합니다. 하나 베인스의 죄책감이 그녀와 함께 피아노를 돌려주기로 결정하고 에이다는 베인스의 진정한 사랑에 눈뜹니다.

베인스에게 본인의 마음을 전달하고픈 에이다는 피아노 건반에 마음을 새겨 딸 플로라에게 전달토록 하나, 플로라는 엄마의 불륜을 새아버지 스튜어트에게 고자질하게 되고.....

화를 참지 못한 스튜어트가 플로라의 손가락 하나를 도끼로 자르고 그것을 베인스에게 가져다주게 합니다. 그러나 에이다의 베인스에 대한 진실한 사랑 앞에 굴복한 남편은 베인스에게 가서 그녀를 데리고 떠나라고 합니다. 그들은 역시 피아노와 함께 작은 뗏목을 타고 바다를 헤쳐가던 중, 심한 파도에 위기를 맞이하고 에이다는 피아노를 버리라는 결단을 내립니다. 밧줄에 묶인 피아노가 바다로 던져지던 순간 에이다는 밧줄에 본인의 발을 넣어 함께 바닷속으로 딸려 내려갑니다. 한참 내려가던 그녀는 본인의 의지로 신발을 벗어던지고 다시 물 밖으로 솟구쳐 올라 삶을 이어갑니다. 베인스는 그녀에게 금속 의수를 만들어주고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도록 배려합니다.  그의 사랑으로 에이다는 세상에 마음의 문을 열고 다시 말을 배우기 시작한다는 레이션이 흐릅니다. 아직 서툴기는 하지만.


 타인의 욕구에 대한 배려, 베인스의 마음씀은 피아노를 본인 집으로 옮겨놓은 후 조율까지 마치고 에이다가 연주할 수 있도록 조처합니다.

대조적으로 스튜어트는 피아노를 그리워하며 식탁에 건반을 새겨 연주하는 에이다를 보고선 누나에게 말합니다.  "말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이 이상한 것 아닐까?!"

에이다는 장애를 가졌지만 주체적인 여성상을 보입니다. 남편 스튜어트와는 성관계를 거부하고 꿈결에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베인스와의 사랑을 그리며 스튜어트의 몸을 애무합니다.

이 모든 섬세한 표현을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제인 캠피온이라는 감독이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녀는 1954년 뉴질랜드에서 출생했다 합니다.

연극과 오페라 연출가인 아버지와 작가이자 연극배우인 어머니를  둔 감독이 풍부한 예술적 감수성을 갖춘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게다가 그녀는 빅토리아 대학에서 심리학과 교육학을 공부하다 인류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대학 졸업 후 영국으로 건너가 미술을 공부하기도 했으며 시드니 예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합니다.

그 후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호주 영화학교에 들어가 공부합니다.  이러한 그녀의 이력이 스스로 인터뷰에서 밝히듯이 "시각적 인간"이게 이끌었던 듯합니다. 그녀의 영화가 대자연과 함께 멋진 미장센을 선사하는 결과로 나타나는.

또한 그녀의 영화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잃어버린 정체성과 자유를 찾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여성들의 삶을 다룬다고 평가되는데, 이러한 묵직한 주제의식을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찬사를 받습니다.

감독은 말합니다.

시(poetry)란 신성한 것에 대한 개방

이라고요.


 내 뇌리에 깊게 각인된 <피아노>의 감독 제인 캠피온의 영화 <파워 오브 도그>가 개봉되었고 극찬과 함께 아카데미상 최다 후보가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과연 그녀의 시각적이면서 시적인 표현력은 탁월한 영상미를 뽐냅니다.


 큰 목장의 상속자인 '필'과 그의 동생 '조지', 그 둘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인물입니다.  형 필은 예일대 출신의 수재이지만 카리스마 강하고 잔인한 면모를 드러내는 인물이고 반면 동생 조지는 목장주임을 강조하듯 양복을 입고 타인을 배려하는 성격이지만 형으로부터 "대학에 입학하지 못할 만큼 돌대가리"란 구박을 듣는 인물입니다.

그러던 조지가 의대 지망생 '피터'를 데리고 식당을 경영하던 미망인 '로즈'와 결혼하고 목장으로 데려옵니다.  그로부터 본인과 상의도 없이 덜컥 결혼한 동생에 대한 불만과 로즈가 아들의 의대 등록금을 위해 조지와의 결혼을 선택했다는 의심으로 필은 로즈를 괴롭히기 시작합니다. 필의 교묘한 학대에 로즈는 서서히 알코올 의존이 심해지고, 방학을 맞이하여 목장을 찾은 아들 피터가 그녀의 고통을 목도합니다. 마르고 연약한 외모와 꽃을 좋아하는 여성적 성격의 피터는 의사였던 아버지가 남겨준 책의 내용과 집요하고 섬세한 계략으로 필을 죽음에 이르게 함으로써 엄마를 구하는 내용인데요.


 감독은 토머스 새비지의 원작 소설을 읽고 그 내용이 도저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는데요.

감독은 이야기합니다.

남은 것은 고통, 사랑...
사람들이 얻고자  노력하는 각기 다른 자질들이고... 저는 그 어떤 장애물도 보이지 않아요. 중요한 건 단 하나. 제대로 만드는 것뿐이죠.

 정말 잘 만든 영화임에 동의합니다.

하나 극한 상황에서도 정체성과 자유를 찾아 투쟁하는 여성을 그려내던 감독이기에 알코올 의존으로 사그라들던 로즈라는 인물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생각?!

 

 그러나 그녀의 옆에는

난 엄마가 행복하기만을 바랬다. 엄마를 돕지 않으면 사내가 아니지.

라고 말하는 아들 피터가 있습니다.

그 아들은 성경 시편 22장에의 내용처럼

내 생명을 칼에서 건지시며 내 유일한 것을 개의 세력에서 구하소서

에 어울리게 개와 같은 필의 세력에서 엄마를 구합니다.

피터가 필의 은밀한 비밀, 당시는 금기와도 같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알고 그에게 접근하며, 그 둘은 또 다른 동질성을 공유합니다. 필의 우상이자 연인 브롱코 헨리가 필에게 알려준 사실.

필과 피터가 개의 형상을 바라보는 장면

  필 : "저 산에서 브롱코가 뭘 봤는지 알아?"

  피터 : "짖어대는 개요." 산 그림자 쪽을  가리키며

              "입을 크게 벌린 개 같잖아요."


 마초처럼 행동하는 필의 내면의 외로움, 그리고 여성스러운 외향을 갖췄지만 잔악한 기질을 가진 피터 그들은 다른 듯 닮은 남성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 극성스러워져 일부 남성들의 입장에서 '페미'라는 단어가 극혐으로 읽히는 현실에서 제인 캠피온 감독의 시각도 조금 달라진 것일까요?! 여성 감독으로서 '서부극'에 도전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강한 여성임을 드러내고 있는 걸까요?!


 아! 그 단서로 <피아노>의 딸 플로라가 엄마의 불륜을 용납하지 않던 모습과 <파워 오브 도그>의 로즈 아들이 엄마를 지키기 위해 살인을 감수하는 대비된 모습이 또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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