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슴프레 들리는 전화벨에 잠이 깨었고 앞동 홀로 사시는 할머니의 전화임을 알고,"잠깐 와달라"는 부탁에 주섬 주섬 옷을 입고 달려갔습니다.
갑자기 어지럼증이 일어 놀라셨다더군요.
말 그대로 독거노인이 증가한 현실과의 마주침이었습니다.
고령사회 아니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의 현실......
젊은이들은 일찌감치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1인 가구로 살아가고 비혼 주의를 외칩니다.
그리하여 모두 혼자 사는 세상.....
요즘 핫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도 치매를 앓는 남편을 돌보다 살인 누명을 쓸 뻔한 할머니 얘기가 다뤄졌는데요. 노인 여성일수록 싱글 라이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통계도 있다는군요.
71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가츠 감독의 영화 <어느 가족>이 생각납니다.
연금으로 홀로 살아가던 할머니에게 슬금슬금 사회 소외자들이 들어와 함께 살아갑니다. 마치 가족처럼. 수입이 없기에 홀로 살기 힘든 그들은 할머니의 연금에 기댑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는 홀로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럼에도 일본의 국민 배우였던 고 키키 키린이 연기한 그 할머니는 외롭지 않은 시간을 보낸 걸까요?!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 있죠?! "낙관주의자처럼 보이는 현실주의자"
베트남 전쟁이 한창일 때 '하노이 힐턴' 전쟁포로수용소의 미군 최고위 장교였던 짐 스톡데일(Jim Stockdale) 장군의 이름에서 따온 단어.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지만 현실을 직시하며 난관을 타계해 나가면 좋은 결과를 맞이한다는 의미이지요.
그 스톡데일 패러독스처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현실에서 우리를 대비시키기 위한 듯, 일본 여성학자가 쓴 신간이 나왔네요.
우에노 지즈코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이 시대는 혼자 사는 것이 '고립'이 아니고 혼자 죽어도 '고독사'가 아니라는 거죠. 그래서 '재택사'라는 새로운 단어를 만들었답니다.
굳이 마음 통하지 않는 가족의 굴레를 벗어나 신뢰할 수 있는 친구와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1인 가구를 즐기라고 권합니다.
공감 가는 내용입니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이니 이런 맘으로 무장한다면 '외로움'으로 고통받는 부담을 덜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