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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Kim May 06. 2024

성공한 커뮤니티들이 심어준 환상

 커뮤니티의 매력을 잘 알고 이를 통해 성장하려는 기획 의도를 갖는 사람들은 본인 자신도 커뮤니티 활동이 많거나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성장한 제품들의 성공 신화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잘 운영되는 커뮤니티가 곧 사업의 성공이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누군가 ‘커뮤니티를 개발해 보는 게 어때?’라고 100번을 질문하더라도 ‘커뮤니티는 아니다’라는 것이 되돌아가는 답변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제품 중 커뮤니티를 통해 성공을 이룬 제품들은 대부분은 커뮤니티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커뮤니티의 운영 기간이 최소 10년 정도 된다는 사실을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잘 운영되는 커뮤니티에 공동구매와 같은 쇼핑 기능이 하나씩 등장하면서 이커머스 제품으로 변화한 제품으로 대표적인 M사가 있다.


여기서 다소 아쉬운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커머스의 성공은 커뮤니티가 뒷받침될 때 극대화되는구나'라고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이커머스에 커뮤니티 기능을 추가하기만 하면 갑자기 판매량이 급증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반대로 커뮤니티를 먼저 만들고 쇼핑 기능을 제공하면 M사처럼 무조건 성장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고민이나 생각은 앞서 이야기했던 ‘만보기 사례’와 같이 올바르지 않은 고민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쇼핑몰에 커뮤니티 기능이 생겼다고 갑자기 사람들이 글을 쓰고 소통하지 않는다. 더불어 커뮤니티 기능이 생겼다고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지도 않는다. 이 것은 제품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기능이 “쇼핑”이기 때문이다.


 즉, 제품이 제공하는 본질적인 가치와 목적에서 벗어난 행위를 사용자에게 요구하게 되는 말이다. 이러한 요구를 사용자가 수용하려면 강력한 동기유발 요인이 있어야 한다. 포인트를 지급하거나 혜택을 제공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기반으로 하는 동기 유발은 단기적인 유인책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쇼핑 앱이라면 본질적으로 사용자가 구매하려는 상품의 품질을 높이거나 상품의 가격을 전략적으로 할인하거나 더 빠른 배송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더 우선순위가 높은 선택이지 않을까? 

 커뮤니티를 만들면 사람들이 더 자주 들어올 것이라는 착각을 우리는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커뮤니티는 기본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와 같이 치킨게임으로 밸런스를 잘 갖추는 것이 중요한 제품이다.

 

커뮤니티의 기본 속성은 ‘글을 쓰는 사람’이 먼저다. 좋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콘텐츠 생산자가 계속해서 우리의 커뮤니티에 머무르게 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콘텐츠 소비자가 있어야 한다. 


 글을 쓰게 만드는 원동력은 포인트 지급이나 혜택이 아니라 조회수와 '좋아요(작성된 글에 동의하거나 응원하는 등의 행위)'와 같이 열광하는 콘텐츠 소비자의 반응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에 글을 올려두고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자. 대부분 단순히 조회 수보다는 사람들의 ‘반응'으로 직결되는 ‘Like’ 수를 확인하는 것이 먼저다.

물론 작성된 글에 달리는 댓글도 빠질 수 없다. 대부분의 우리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콘텐츠를 생산해 보았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생산 경험에 긍정적인 반응이 누적되면 지속해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을 하게 된다. 반대로 반응이라는 결과가 좋지 않으면 더 이상 콘텐츠 생산자로 참여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생산자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야 커뮤니티는 성장할 수 있다.


 한 축의 균형이 깨지기 시작하면 빠른 속도로 제품은 균형을 잃고 무너지게 된다. 무너지는 것은 제품만이 아니다. 제품을 만들기 위해 투입된 기간과 그 기간의 엄청난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쉬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 이미 주제별로 잘 구축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어떻게 경쟁에서 승리할 것인지. 월간 사용자 수(MAU)가 2,000만에 가까운 D사 역시도 커뮤니티에 대한 고민이 많은데 이러한 제품 대비 우리가 얼마나 잘 해낼 수 있을지를 말이다.

 

“커뮤니티를 잘 만들면 사용자가 오래 체류할 것이다.”

커뮤니티의 생태계에 대해 이해가 없고 준비되지 않은 팀에게 이러한 가설은 100% 올바르지 않은 결정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만약 조직 내에서 커뮤니티를 쉽게 언급하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자. 우리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목적에 부합되는 것에 집중하는 것과 커뮤니티를 만드는 두 가지 옵션 중에 무엇이 더 우선순위가 높은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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