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고 있는지 잊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이번에 웹 제품을 개선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앱은 각 OS별 스토어에서 사용자가 직접 앱을 검색하고 설치해야 한다는 장벽이 있지만 웹은 검색만으로도 우리 제품에 접근하기 쉽고 더 많은 사용자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노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SEO(검색엔진 최적화)만 잘하면 우리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사용자의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어요.”
웹 제품을 시작하기로 하는 자리에서 SEO를 통해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자는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 확보된 트래픽을 우리의 핵심이벤트(제품이 사용자에게 기대하는 행동)로 전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것은 최대한 우선순위를 낮추어서 후순위로 개발하고, 검색엔진에 최적화되어서 트래픽을 확보하는 단계와 확보된 트래픽을 핵심이벤트로 전환시키는 기능을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것에 집중하시죠.”
위 대화에서 핵심은 웹을 개발하고, 검색엔진에 최적화해서 증가한 트래픽을 핵심이벤트(구매, 신청 등)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업무를 하다 보면 그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잊는 경우가 있다.
웹 제품을 개발하기로 하고 디자이너와 개발팀의 협의가 끝났다. 제품은 총 세 단계를 거쳐 완성도 있게 개발하기로 했고 우선 어떻게 하면 검색 엔진에 최적화된 웹 제품을 만들지에 대해 오랜 기간 논의했다.
프로젝트가 3주 차를 맞아 첫 버전의 제품이 출시되었다. 제품을 출시한다는 기대감과 달리 여기저기에서 작은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문제가 있다고 여기는 구성원들과 어떤 부분 때문에 이번에 출시된 제품에 대해 불만족하는지를 물었다.
“이번에 출시된 제품을 보면 너무 구분(devider)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섹션과 섹션 사이에는 구분이 잘 되면 좋을 것 같은데 그게 안되어있어서 아쉽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바일과는 달리 PC에서는 마우스를 사용하는 특성이 있잖아요? 거기에 맞게 Hover Event 정도는 넣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기본인데..”
디자인 분야에서 오랜 기간 일을 해왔기 때문에 나 역시 같은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는 있었다. 구성원이 전한 이야기처럼 기본을 갖추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가 이야기한 것이 지금 이 순간에 꼭 필요한 것인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작은 노력을 들여서 충분히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작은 노력 하나하나가 뭉치면 엄청난 일감이 된다. 제품을 만들기로 한 초기에 우리가 집중하기로 한 것은 ‘검색 엔진 최적화를 통한 트래픽 확보’였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제품 담당자는 이럴 때에 명확하게 다시 한번 방향을 설명해 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제품을 담당하는 사람이 이러한 상태라면 엄청나게 심각한 상태다. 일의 본질을 거스르고 부가적인 일을 하고 있다면 제품이 잘 만들어지기 어렵다.
대부분의 IT 프로젝트가 이 정도만 돼도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출발한다. 처음 시작 때에는 기획 문서 정도의 수준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획서를 보고 상상하는 이미지는 바라보는 사람마다 제각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것들이 디자인과 개발이라는 과정을 거쳐 구체화되어가면서 조금 더 보완했으면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제품 담당자들이 실패하는 대표적인 케이스는 ‘하기로 한 것'을 하지 않고 ‘다른 일'을 했기 때문이다. 즉, 본질에서 벗어난 일로 시간을 낭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제품 담당자들은 ‘본질’에서 벗어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