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격차를 만드는 사람들
제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제품을 만드는 일을 해왔고 그 제품을 사용자에게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상품과 제품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갑자기 머리가 하얘졌다. 상품, 제품 무엇이 다른지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네이버를 통해 검색을 시작했다. 도대체 두 단어의 근본적 차이는 무엇일까?
네이버 어학사전에서 명시하고 있는 상품은 ‘사고파는 물품', ‘장사로 파는 물건. 또는 매매를 목적으로 한 재화(財貨)라고 적혀있다. 제품은 ‘원료를 써서 물건을 만듦. 또는 그렇게 만들어 낸 물품'이라고 되어있다. 언뜻 보기에는 두 단어의 차이가 커 보이지 않지만 제품은 원료 또는 원재료가 들어가는 것으로 보고 판매 등의 단어가 포함되어있지 않다.
결국 두 단어의 차이는 원료를 가공하여 무언가 만들어 내는 것을 제품이라고 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게 되면 상품이라고 바뀌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쿠팡과 같은 회사에서 쿠팡 앱을 만드는 것은 쿠팡 소속의 개발자들이 개발하는 앱 이므로 쿠팡 입장에서 이 앱은 ‘제품'이다. 그리고 쿠팡 앱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셀러의 입장에서는 유통 채널이자 플랫폼이다.
셀러가 만약 생수를 팔기 원한다면 셀러가 쿠팡에서 판매하는 생수는 ‘상품'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쿠팡앱에서 ‘생수'를 판매하는 회사는 ‘생수’라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그 생산된 제품을 쿠팡이라는 앱에 ‘상품’으로 등록하여 판매하는 것이다.
IT업계에서는 종종 인맥을 쌓을 여러 기회가 생기곤 한다. 이를 네트워킹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PM이나 PO라면 ‘OO님은 어떤 제품을 담당하고 계시나요?’와 같은 질문을 하곤 한다. OO 제품을 담당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정작 제품과 상품에 대해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지 않았던 상황에서 두 가지의 구분을 이해하고 나서 드는 생각은 ‘서비스'는 그럼 뭐지?라는 생각이었다.
내가 소속된 회사에서는 제품이라는 말 보다 유저를 대상으로 하는 광고 문구 등에 주로 ‘서비스'라는 단어를 붙여 말할 때가 많다.
위 이미지와 같이 제품을 소개하는 소개서에 서비스라는 명칭을 붙이곤 한다. 통상적으로 서비스는 용역이 추가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어학 사전은 서비스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서비스 : 명사, 생산된 재화를 운반ㆍ배급하거나 생산ㆍ소비에 필요한 노무를 제공함.”
노무라는 것은 인력이 개입된 무언가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럼 앞서 사례로 보여준 이미지에 서비스라는 단어는 과연 적절할까?
굿닥 접수 서비스보다는 굿닥 접수 제품이라고 표현해야 더 적절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서비스라는 단어를 붙여 사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 정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제품이나 상품 그리고 서비스라는 단어를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 중요하다. 누군가는 내가 상대에게 제공하는 것이 상품인지 제품인지 서비스인지 구분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은 말장난 같은 것으로 여길수도 있다.
그러나 단어와 말은 앞서 이야기했듯이 본질을 깨닫게 하는 무언가의 힘이 있다. 이제 우리는 명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는 OO제품을, 서비스를, 상품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그리고 이 책은 앞으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며, IT비즈니스에서 B2B SaaS와 헬스케어, O2O 도메인에서 경험했던 모바일 앱서비스와 웹 제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며 다사다난했던 개발 과정과 이야기들을 가급적 쉽게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