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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earl K Apr 30. 2024

안녕, 소중했던 친구야. 안녕..

작고 동그란 새카만 두 눈, 오물조물한 조그만 입, 정갈하게 빗겨진 고급스러운 갈색헤어, 채 1kg가 안 되는 손바닥만 한 크기에도 균형이 잘 잡힌 몸. 이것이 너를 처음 만나서 받았던 첫인상이야. 겉으론 보기엔 한없이 귀엽기만 했지만, 성격만큼은 요키답게 언제나 골목대장이었지.


   너를 처음 만났던 날, 호기심에 네 주위를 맴돌다가 한 소리 들었던 기억이 난다. 너보다 몸무게가 무려 열 배쯤이나 커다란 두 살 차이 나는 오빠에게도 너는 언제나 단호하게 잔소리를 시전 했어. 같이 산책할 때 조금이라도 앞서서 걸어가려고 하면, "내가 먼저 갈 거야" 말하는 듯 앞으로 먼저 걸어가서 우리를 기다렸지.


   때로는 걷다가 잠깐씩 멈추어 서서 내가 잘 오고 있는지, 우리 누나들이 같이 가고 있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곤 했어. 느긋하게 움직이면 빨리 가자는 듯 앙앙대며 걸음을 재촉하곤 했지. 분명 나이로는 네가 여동생인데, 너를 볼 때마다 누나 같다는 생각을 했던 건 그래서가 아니었을까?


   우리는 누나들이 만날 때마다 카페에서 운동장에서 또 누군가의 집에서 만나 많은 시간을 보냈어. 소심하고 겁이 많은 내 성격 탓에 놀라는 일이 자주 있었는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너만은 나를 이해해 주는 것 같았어. 그래서 아마도 다른 애들보다 내게는 네가 제일 편했었던 것 같아.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흘렀어. 사람의 시간으로는 고작 6년이겠지만 우리에게는 40년 가까이 되는 긴 시간이지. 그러고 보니 우리가 못 만난 지도 두 달쯤은 된 것 같아. 그리 오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오늘 누나에게서 너의 소식을 들었어. 2주 전부터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어 괴롭기만 했다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하는 과정에서 며칠 전에는 심정지도 왔었다고. 다행히 회복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는데 이게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


   아까는 이발하고 누나랑 산책을 하는데, 누나가 길가 벤치에 주저앉아 네 이름을 부르며 갑자기 엉엉 울더라. 내가 이발하는 동안 누나는 네가 어제 무지개다리를 건너갔다고 하는 소식을 들었대. 네가 떠났다니 너무 당황스럽고 갑작스러워서 나는 반응하는 법을 잊었어. 그저 누나가 흘리는 눈물을 핥아주었어.


   조그만 발로 탁탁 소리를 내며 당당히 걷던 너, 간식 소리에 잽싸게 반응하던 너, 요구사항이 있으면 소리 내어 말하던 너. 앞으로도 가끔이나마 볼 수 있을 거라고 당연한 듯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당분간은 보기 힘들겠다. 나중에 내가 무지개다리를 건너 강아지별로 가면 그때 또 만나자.


   고마웠어. 그리고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내다가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다리고 있을게. 안녕, 소중했던 친구야. 안녕.


ps: 봉봉이와 어릴 때부터 만나 자주 놀던 강아지 친구, 요크셔테리어 아이(2017.8.27~2024.4.28)가 어제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저 대신 봉봉이의 입을 빌어 그 친구를 애도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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