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눈을 떠서 학교 갈 준비를 하면서 거울을 보고 물었다. “거울아, 거울아,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생일이 빨라 학교를 일찍 입학해서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나이로는 이제 막, 여덟 살이 된 아이. 소녀는 그렇게 자신의 근원이 늘 궁금했다.
부모님께 “나는 어디서 왔어요?”하고 물으면 “어디서 오긴 어디서 와. 다리 밑에서 주워왔지.”라고 말씀하시는 바람에, 남몰래 눈물도 꽤 많이 훔쳤다. 한참 유행하던 TV 외화 ‘V(브이)’를 보면서 내가 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에 부모님이 파란 피가 흐르는 외계인으로 변해있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운 상상도 했다.
원하지 않던 힘든 일을 겪으며 학창 시절을 보내고 세상에게서, 모두에게서 버려진 기분이 들었다. 가면 갈수록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을 제대로 알아갈 기회를 더더욱 포기할 수 없었다. 스스로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교양으로 개설된 상담 과목은 모조리 신청해서 이수했다. 대학교에 마련된 상담센터에서 처음으로 심리검사를 해 본 후 결심하게 된 거였다.
그 결심의 뒤에는 엄마가 어릴 때부터 반복해서 했던 잔소리가 있었다. “하여튼 너는 좀 특이해. 지나가는 사람 100명을 붙잡고 물어봐라. 너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지.” 그녀가 원했던 건 그저 자신이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찾아야 한다는 거였다. 정말 알고 싶었다. 엄마가 말한 대로 내가 100명 중의 1명인지, 아니면 100명 중의 10명인지 말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일하면서도 풀리지 않던 의문에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답을 얻었다. 그 후부터 그녀는 엄마의 말에 이렇게 반박하기 시작했다. “나 같은 사람이 100명 중에 16.7% 정도 있대. 그러니까 나는 비정상이 아니야.” 엄마는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딸에게도 “그래? 너 같은 사람이 또 있대?”하고 놀렸지만, 엄마의 반응은 더 이상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다.
너무 늦기 전에 자신도 이해하기 힘든 나를 사랑해 주는 한 남자를 만났고 연애하고 결혼했다. 그때 여자에게 또다시 찾아온 삶의 고비는 그녀를 온통 흔들어 놓았다. 생사를 오고 갈 만큼 지독했던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는 퇴색되었다. 다행히도 이제 그녀를 온전히 지지해 주는 새 가족이 있어 아픔을 견뎌내고 건강을 회복할 수 있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엄마가 되고 싶어 아이가 찾아와 주기를 기다리면서, 여자는 자신의 삶을 여러 번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삶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그녀는 자신의 생을 처음부터 인도하셨고, 마지막까지 함께 하실 분이 누구신지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여러 굴곡이 많았던 삶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낼 수 있게 해 주었던 근원은 멀리 있지 않았다. 그녀를 사랑하시고, 그녀를 위한 특별한 계획을 가지고 계셨던 하나님을 발견하고 나니 그 모든 의문과 질문들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분은 항상 그녀의 곁에서 함께 걷고 계셨다. 때로 지쳐서 무너질 것 같은 날에는 그녀를 안고 대신 걸어주시기도 했다. 잠시 주저앉아 있을 때는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주셨다.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시원한 물과 먹을 것들을 채워주셨다. 여자는 이제 안다. 어떤 순간이라도 그분께서 생의 마지막까지 변함없이 함께 하실 것을 말이다.
♬♪
“내 너의 처음을 만들었다 내 너의 마지막도 안단다
내 너의 태어났을 때 봤고 기쁨을 이기지 못했단다
내 사랑하는 아이야 내 품에 자란 아이야
내 너와 함께 있었고 난 너와 함께 있단다
내 너의 삶에 굴곡을 줬고 난 그걸 통해 너를 만났다
내 너의 기도를 맘에 두고 내 나의 응답을 참았단다
내 사랑하는 아이야 내 손에 자란 아이야
내 너와 함께 있었고 난 너와 함께 걷는다.
내 너의 버려진 마음 안다 광야에 길 잃은 양의 마음
하지만 그날에 기억해라 난 너의 영원한 목자란다
내 사랑하는 아이야 내 품에 자란 아이야
나는 너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단다.
_시와 그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