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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Jun 05. 2019

담담히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법

가자, 어디에도 없었던 방법으로 (2019)

 발뮤다라는 이름은 들어봤는데, 정확히 어떤 브랜드 정체성을 갖는지는  몰랐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발뮤다의 창업자 책을 읽었는데, 경영서라기보다 진솔한 에세이에 가깝고 최근 읽은   가장 좋았다는 추천을 받아 문득 이끌려 읽게 되었다. 야심 찬 제목과 달리  책에서 내게 가장 깊게 와 닿은 것은 혁신이나 도전 아니라 '가능성'이었다. 우리는 무엇이든   있다. 동시에 계획했던 무언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저자는 학교에서 무엇이 되고 싶은지  진로계획서를 내야 했을 , 어떤 것도 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저자 키운 어머니는 "  성공해 보면, 다음에도 반드시 성공할 거야!"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고, 저자는 무턱대고 떠난 스페인 여행에서 돌아와 음악을 하기로 한다. 그리고 자신이 천재임에 분명하다는 자신감에 도취돼  년을 음악계에서 보낸다. 그러나 어느 날, 이렇다 할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중간한 자리에서 저자는 자신이 천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시작한다 (...)


  그는 정말  천재였을까? 천재 여부를 따지는  보다 중요한 , 저자 말처럼 가능성 아닐까. 천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그가 음악이 아닌 다른 길로 접어들어 발뮤다를 창업하게 했다. 하지만 천재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그가 십여 년  사랑하는 음악을 이어나간 원동력이었을 것이다. 가능성은 우리를 좌절시키기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나가게도 하는 마법의 재료와도 같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서 마주치는 가능성들을 종종 불확실성으로 받아들인다.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 지향적인 성격일수록  그렇다.  지점에서 나와 남편은 정확히 반대 성향이다. 남편은  "어떤 일이든 일어날  있으나, 통제 불가능한 것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최악을 대비한   생각하지 말자."라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니까 스트레스받지! 통제가 가능하면  처리하고 끝났을 텐데."라고 대꾸한다. 사실 나도 알고 있다. 고민해도 달라질 일이 없을  생각을 멈춰도 된다는 것을. 최악을 가정했을   일이 일어난 경우는 별로 없었다는 것을.


 남편의 스님 같은 가르침(?) 외면하던 내가 테라오 겐의 책을 읽고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이게 책의 힘이라 잘난 척하는 나를 보며 남편은 마음 고쳐 먹은 청개구리 보듯 "그래, 잘됐다."라고 웃어준다.


 앞으로도 내가 불확실성 앞에서  담대한 마음가짐을 유지할  있을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으로 치면 '소심이'가 운전대를 잡고 있는  같은  마음의 기본 상태를 보았을 , 아마  다음 불확실한 상황 앞에서 가장 처음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불안을    다스릴  있도록 '가능성'이라는 도구를 마음에 하나 장착하게 되었다. 마음은 이렇게 신혼집처럼, 살면서 점점 채워 넣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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