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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레 May 19. 2024

행운

임윤찬과 얍판 츠베덴을 만나다.










지휘자 얍 판 츠베덴의 서울시향에 취임 연주공연에 가게 되었다.  츠베덴은 작년부터 줄곧 취임을 기다려온 지휘자다. 그런 지휘자를 위해 취임 연주회를 연 서울시향 공연에 티켓을 구할 수가 없었다. 협연자의 인기 덕분이다. 츠베덴이 주인공인데 갈 수가 없어 아쉬웠다. 

그러던 참에 서울시향의 이벤트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서울 시민을 대상으로 100명을 음악회에 초대하는데, 지역구별로 2명을 선발하여 동반1인까지 티켓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보자마자 가족들 이름으로 모두 접수를 시켜놓고는 내심 가능하겠나 싶었다. 이 공연은 모두 매진이었으까. 



훗. *-*


공연 3일전


이벤트 당첨문자가 왔다.


 16,861명의 경쟁을 뚫고 공연에 가게 되었다는 소식이다. 남편에게  카톡을 보내서 대박~ 을 외쳤다. 그는 시큰둥하게 반응했고, 공연의 중요성을 실감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자기도 가겠다며, 일정을 확인한다. 조성진은 아니까 들을 수 있을거라고.


아니 조성진이 아니고 그 정도로 인기 많은 '임윤찬'군이라구~ 



이벤트 당첨 소식을 남편말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꾹 삼켰다. 가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걸 알았기에 행운이 시샘이 되어 바람처럼 날아가 버릴까봐 꾹 잡아두었다. 로또라도 사둬야 하나 싶을 만큼 설레이고 두근거렸다. 



 살짝 아픈 기운을 이벤트 효과로  물리치고 예술의 전당으로 향했다. 남편도 일찌감치 와서 임윤찬이 누군지를 확인했다.


목요일 저녁에 이 많은 사람들이 예술의 전당 로비에 있는 걸 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쌀국수를 먹고 냄새가 너무 날것 같아 내심 신경이 쓰여서 로비에 문쪽으로 다가가 정비하는 중이었다. 새 공기를 마셔서 나를 깨우고 싶었다. 그런데 입구쪽 아래에 추운 날 도열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직원들의 분주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왜 저러지? 누구오나? 문까지 열어두고.'


조금있다 차가 들어서고 어디서 많이 본 분이 예술의 전당에 들어선다. 


작은키 할아버지 왜소한 이 분. 누굴까 싶어서 눈을 다시 뜨고 보니 MB였다.  부부가 함께 이 공연을 보러 온것 같았다. 아마도 서울시에서 초대를 한게 아닌가 싶다. 첨엔 오세훈시장이라도 올 줄 알았더만. 크게 감흥 없이 공연장으로 입장했다.













임윤찬의 연주를 처음들었다. 홍석원 지휘자랑 함께 낸 앨범은 가지고 있지만.


반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후 그가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서 연주할 기회를 얻어가고 있고 많은 팬을 확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아이돌 같다는.


베토벤 <황제>를 협연 프로그램으로 했는데,  나는 젊은 베토벤 보다 농익은 베토벤을 더 좋아한다. 베토벤 음악이 음악취향과는 멀고, <템페스트>나 <월광>을 더 좋아해서 그런지 임윤찬의 해석이  낯설었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청년 임윤찬의 행보를 계속 지켜면서 응원 할 뿐이다. 임윤찬의 공연을 기대했을 팬처럼  열심히 듣고 박수로 화답했다. 

내 관심은 말러의 교향곡 1번  <거인>이다. 서울시향이 올해 말러프로그램을 레코딩한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 프로젝트처럼 츠베덴이 자신의 기량을 보여줄 첫 무대라고 생각했다. 군단장 같은 츠베덴 훈련으로 직조된 그의 요리를 마음껏 기대하며 2부를 들었다. 이 곡을 작곡한 말러는 20대 후반의 젊은 지휘자 였다고 한다. 말러는 1번 교향곡에서 자신의 내면의감정과 자연에 받은 영감, 인간의 삶의 의미에까지 폭넓은 주제를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츠베덴 지휘자의 장악력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생각한다. 얼마있을 발퀴레 공연은 비록 가지 못하지만, 그가 지휘하는 공연은 꾸준히 찾아가고 싶어졌다. 남편도 2부가 더 좋았다고 했다. 아마도 예전에 들어봤던 곡이라고 했는데, 사실 말러 1번은 실제로 공연되는 횟수도 많지 않다. 


전 4악장의 거대한 교향곡 프로그램은 연주하는 자에게도, 애호가들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기 떄문이다.  그럼에도 연말에 <합창>을 빼놓지 않고 듣듯이, 말러도 사랑받을 수 밖에 없는 작곡가임에는 틀림없다. 말러가 장 파울의 소설 <거인>을 읽고 감명을 받아 제목을 붙였다는 이 곡중 3악장을 제일 좋아한다.  



집에 돌아오면서 내게도 이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맘껏 풀어냈다. 누군가에게 갔을 행운이 가끔은 내게도 내게도 찾아올 수 있는 거구나. 


그렇기에 끝까지 지켜보고 기다려봐야 할 것들도 있는 거구나. 



음악의 행운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도 함께 하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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