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콜세지가 제작에 참여하고 주인공 역할을 맡은 브래들리 쿠퍼가 연출한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이란 영화가 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후보에 올랐었다. 물론 수상에 영광은 누리지 못했지만.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볼 수 있었고, 번스타인의 개인적 면모를 조금은 알 수 있었고, 그의 음악적 열정과 음악도 맛볼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보려면, 우선 '번스타인'이 누구인지 좀 알고 가야 더 재밌다.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은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다.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최전성기를 이끈 지휘자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의 아내 펠리시아와의 관계 그리고 번스타인의 삶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동성애자였던 번스타인은 톰 코스란과 동거를 시작했고, 가족들과 원활한 관계를 갖지 못했다. 그러다 1977년 펠리시아가 암에 걸리고 번스타인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오게 된다. 펠리시아가 죽기 전까지 그녀를 지킨다. 그녀를 위한 헌정 앨범도 낸다. 이런 거 보면 처음부터 그들은 부부라기보다는 동반자에 가까웠던 것 같다.
번스타인은 말러 전곡을 녹음하기도 하였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배경음악으로도 쓰였던 아다지에토는 말러의 명곡 중에 꼽힌다. 둘의 사랑을 표현할 때 쓰이기도 했는데,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곡일지라도 아름다운 선율은 계속 남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유난히 영화감독들이 자주 쓰는 곡인 것도 같다.
https://youtu.be/Bj6KLv7kv2Q?si=POoQtSAK5jE0YSHp
영화에서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지휘하는 장면은 실제 1973년 번스타인이 런던 심포니오케스트라로 영국의 엘리 대성당에서 지휘한 공연을 재현했다고 한다.
야닉 네제 세갱의 이름을 크레딧에서 발견해서 놀랐는데, 이 영화의 지휘법을 브래들리 쿠퍼에게 코칭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조성진과도 함께 협연했던 지휘자로 젊고 유망한 지휘자다.
재미로만 보면 호감도가 좀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클래식 세계에 입문해 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레너드 번스타인의 말러 영상은 꼭 한번 들어보셨으면 한다. 그의 화양연화 같은 삶은 성적 정체성으로 불안정했지만, 그의 음악만큼은 여전히 기록되고 기억되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