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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옥 Nov 12. 2023

낙엽

작고 작은 정원을 손질했다. 풀 죽은 나뭇가지를 잘라주면서 ‘과연 내년에도 이곳에서 피는 꽃을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생각 안 했던 일인데 웬일인지 가슴까지 두근거렸다. 가을이 되니 생각나는 것이 많다.

“옛날에는 봄여름에 수고했던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내서 태웠어요. 그리고 그 가루는 나무 밑에 묻었죠. 단풍잎과 국화꽃을 창호지 바른 문과 유리문에 붙이고, 노트 사이에 책 사이에 끼우기도 했어요.”

혼자 하는 말인지 들리는 말인지 주절대는 소리에 정원사는 “어쩜 낭만적인 말씀을 하시네요. 요즘엔 마당이 있는 집에서도 낙엽을 태우면 이웃집에서 쏜살같이 경찰에 전화합니다. 모두 쓰레기봉투에 버려야 합니다.”라고 한다.

화학 비료를 쓰는 나무 밑에 나뭇잎을 묻어주면 외롭지 않을 텐데.

우리 말이 자꾸 이상해진다. 카톡에 들어오는 말이며 유튜브에 뜨는 광고며 정말이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인생의 겨울이 이런 것이구나. 온전한 상태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흙으로 돌아가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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