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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무 Nov 29. 2022

12월은 '갓생'의 달

술 없는 12월, 내가 살아온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해야지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내가 누구인지도 잃어버린 한 해였다.


한 해 시작과 함께 바뀐 나의 직업은 하루하루를 돌아볼 수도 없게 만들었다.

앞서있는 동료를 보면서 멈춰버린 듯한 나의 실력, 그리고 나의 하루를 미워했다.

그런 동시에 오랫동안 묵혀두었던 감정을 내뱉었고 나를 힘들게 하던 인간관계를 끊어냈다.


스스로의 삶을 혼자서 지탱해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돈 문제, 집 문제, 업무 문제 등등

여러 가지 문제를 매일 겪으면서 스트레스는 쌓여갔고

생각만 해도 숨 쉬기가 힘든 날도 있었다.


성장통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술

친구와 함께 인생을 한탄하며 마시기 시작했던 술은 어느덧 루틴이 되었다.

매일 퇴근 후 당연스럽게 편의점에 들러 소주를 사들고 유튜브를 보면서 마셨다.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과 힘들다는 마음의 소리들은 무시한 채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한 순간에 바뀌어버린 나의 루틴은 6개월 동안 지속됐다.


술을 마시기 전 ,

매일 아침 감사일기를 쓰고 퇴근 후 엄마에게 전화해서 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정리하고

주말에는 나를 위한 건강한 요리를 만들고 등산을 가던 나의 루틴이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가고 볼링을 치고 희희낙락 거리며 취한 채로 잠이 들어

다음날이면 출근해서 일을 하다가

조금이라도 화가 나는 상황이 생기면

또 자연스럽게 술을 찾고 노래방에 가고 볼링을 치고

이런 루틴의 반복되었고,

그 속에서 나에 대한 관찰과 그때의 내 감정은 철저하게 배제하였다.


그럼에도 나는 뭐든 다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사람이 어느 순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는 상황을 보면서

이게 정말 행복이 맞는지 생각했다.

술이 주는 그 순간의 즐거움은 나를 계속해서 허망하게 만들 뿐이었다.



허망함을 깨달았으니 이제는

술은 뇌를 망가뜨린다. 제일 경계하는 것.

이렇게라도 깨닫게 되었으니 이제 나는 '갓생'을 위해 한 해를 마무리해보려 한다.

놀랍도록 신비한 나의 6개월의 경험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고 있어서도 안된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술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 주변인에게 베푸는 것들 모두 내면의 단단한 행복감에서 올라온다.

다시 루틴을 찾아가려 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도 차분히 메시지를 던지며

너, 술이 아니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잘할 수 있다고 잘 해낼 거라고 세뇌시킬 것이다.



우리 행복할 수 있어, 술이 없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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