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ff the Cou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essi Aug 24. 2017

호주 '시드니'에서 만난,
중국인 친구 YANN

Yann from China

전 세계에서 중국인이 없는 나라를 찾는 것은 불가능한 요즘이지만, 

7년 전에도 호주 시드니에는 많은 중국 유학생들이 해외 경험을 쌓기 위해 혹은 영어공부를 하기 위해 거대한 차이나타운을 만들며 살고 있었다. 단순히 중국인을 '머리를 안 감는 사람들' '예의가 없고, 목소리가 크고 시끄러운 사람들'이라는 선입견과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았었다.


Yann,

호주에서 만난 중국 유학생 친구 Yann은 내가 쓰고 있던 두꺼운 색안경을 확 벗어던지게 만들어 준 친구다.

1년의 갭이어를 보내기 위해 호주에서 체류하는 동안 호주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용돈벌이가 필요했다. 

시드니의 메인 거리를 걸으며 손님이 북적거리는 카페를 보았다. 검은색 와이셔츠, 검은색 앞치마를 두르고 까다로운 오지 손님들의 커피 입맛에 맞는 커피를 제조하는 바리스타들의 모습을 보는데, 그 모습이 단순히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커피를 만드는 방법도 모른 채 무턱대고, 카페에서 일하고 싶단 마음으로 이곳저곳 카페의 바리스타 이력서를 넣었다


시드니에 달링하버 브리지 옆에 위치한 쇼핑몰에 있는 카페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들뜬 마음으로, 면접 준비를 하고 카페 의자 틈에 앉아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 앉은 나이 지긋한 호주 할아버지가 카푸치노를 스푼으로 먹다가 스푼을 떨어뜨렸다,

체구가 있는 몸짓에 스푼을 줍기에 힘들어 보여, 대신 주워 카운터로 가져다준 후, 새 스푼을 받아 미소를 건넨 뒤 다시 면접을 볼 채림을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아마, 이 모습이 예뻐 보였나..?  커피도 만들 줄 모르는 나를, 밝은 웃음과 패기 넘치던 에너지를 믿어보겠다며 

카페 사장님께서 바리스타로 뽑아주신 것이다. 날 뽑아주신 카페의 사장님은 호주에 온 워홀러들, 한국인 유학생들에게 데어 한국인 직원을 뽑지 않고,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일한 지 3년이 넘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3년 만에 뽑은 한국인, 나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중국인, 말레이시아, 호주 직원들로 구성된 카페.

출근을 앞두고, "그래, 드디어 내가 꿈꾸던 호주 라이프를 즐기겠구나!!" 부푼 설렘을 안고 잠에 들었다.


첫 출근날, 과반수를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 직원들과 간단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주고받는데

그들에게서 나에게 거리를 두려는 어색함이 느껴졌다.

알고 보니, 오랜만에 뽑은 한국인 직원 때문에 사장님에게 받던 예쁨을 뺏길까 질투를 느낀 한 중국인 친구가 

함께 일하고 있는 친구들 무리에게 선동 아닌 선동을 부린 것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하는 한국 속담이 중국에도 있는 걸까? 아니면 동족 의식이 강한 중국인들의 경계심이었던 걸까?


그렇게 나의 첫 바리스타 직업은 순항하는 배가 아닌, 파도를 맞은 배처럼 꿀렁꿀렁이며 출발하게 되었다.

경계 아닌 경계를 하는 중국인과 나몰라라 하는 호주 직원들 틈바구니에서 업무를 배우며 바쁜 일주일이 지나갔다. 


다음날, 출근을 하니, 깔끔하고 단정한 외모를 지닌 남자아이 한 명이 출근해 있는 것이다

“안녕, Jessie! I’m Yann from China, and student of UTS, How are you?”

옌이 건넨 첫인사! 

하얀 치아가 보이는 밝은 미소에서 다른 중국인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이 느껴졌다. 

옌은 우리가 일하던 카페 근처에 있는 UST대학교를 다니는 중국인 친구였다.

중간고사 기간에 시험을 준비하느라 일주일 일을 쉬었고 시험이 끝나고, 일하러 온 것이었다.


중국 유학생들이 많은 덕분에,  마치 호주에 왔지만 영어 따위 배우지 않겠어 우린 중국말만 할 거야!라는 마인드를 가진 중국인 친구들 때문에 소외 아닌 소외와 영어가 아닌 중국어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닐까 고민 아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옌은 중국인들끼리 모여 중국말을 하는 것은 유학하는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영어를 더 많이 쓰고, 공부를 하고 싶어 하던 학구열이 넘치는 아이였다. 나는 중국어를, 옌은 한국어를 할 줄 몰랐기에 우리는 더 많은 대화를 영어로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다.


대부분의 중국 유학생들은 집이 잘 사는 편에 속한다. 옌 또한 호주로 혼자 유학을 와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학비를 제외하고 드는 용돈과 집세를 부모님께 도움받고 싶지 않다며 공부와 카페 일을 병행하고 있었다. 펑펑 돈을 쓰러 다니는 많은 중국 유학생들과 비교가 되기에, 더욱 옌이 멋진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자 중국인 친구들의 시기 질투에 굴하지 않고, 똑같이 대해주던 옌 덕분에 매일매일 일하러 가는 게 신이 났었다


카페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2개월이 지났을 때쯤, 나를 경계하던 한 중국인 친구 외에 다른 친구들이 조금씩 

하지만 그 친구 몰래, 나에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한다며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옌의 챙김을 받고 영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 친구들도 한국인인 내가 조금은 궁금하지 않았을까? 

21살, 첫 해외여행, 처음으로 하는 타지 생활에서 의지할 수 있고, 말이 통하는 동갑내기 말동무가 되어 준 옌. 

허무맹랑한 미래를 그렸던 21살의 우리는,  

7년이 지나서 너는 정말 멜버른에 있는 대학원에서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있고,

난 멜버른을 갈 비행기 티켓을 끊고 휴가를 떠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직장인이 되어있었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혹은 다른 나라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그 만남을 통해  

나란 사람의 이미지가 그리고 나를 통해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그 사람에게 전달해주게 되는 것 같다.


1990년생, 동갑내기, 중국 유학생 

깔끔한 옷을 입고, 매일 머리를 감고 오던 옌

(중국인은 머리를 안 감는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었다)

중국 친구들에게도 굴하지 않고, 나에게 먼저 다가와줬던 옌


Sydney, Australia.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