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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민 Oct 04. 2019

아내가 서초동에 간 이유

지난 토요일 아내는 서초동에 갔다. 나는 일이 있어 못 갔지만 아마 일이 없었으면 아마 끌려갔을 가능성이 크다..... 아내가 간 이유를 대화를 통해 정리해 봤다. 나는 여기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또 아내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 분노의 내용은 상당히 시사하는 바 크다고 봐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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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에 가는 이유가 뭐냐구? 화가 나서 그래. 검찰 놈들한테 화가 나서. 왜 화가 나느냐고? 이건 검찰들이 너무하는 거야. 해도 너무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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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이라면 대통령 뽑아 놓으면 뭐해. 대통령이 누굴 임명하려 들면 누군가 의혹 제기하고 검찰이 이렇게 탈탈 털어 버리면 도대체 누굴 장관에 앉힐 수 있으며 누가 장관하려고 들겠어. 당신은 뭐 없을 것 같아? 없다고? 여자 문제나 없으려나. 검찰이 당신 뒤집어놓고 탈탈 털어 봐. 아마 쌓이는 거 많을 거야. 검찰 얘긴 좀 이따 다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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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장관이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야. 논문 1저자 그건 웃겼어. 말이 안 되지. 그런데 그건 당시 대입 제도가 너무 엉터리였던 탓도 있어. 이번에 임명된 장관은 책에 인도 대통령이 서문을 써 줬다며. 책을 본인이 썼는지도 솔직히 모르겠지만 뭐 썼다고 해도 웬 인도 대통령이냐고. 엄마 찬스 쓴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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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조국 장관 딸내미가 대학 입학할 즈음에는 그 엄마 아빠 찬스가 너무나 공공연했고 대놓고 쓰여지던 때란 말이야.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 이게 그냥 나온 얘기냐고. 조국 딸도 엄마 찬스 쓴 거야. 외고 엄마 아빠끼리 짝자꿍해서 품앗이하고 스펙 만들어 넣은 거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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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는 그걸 입시 비리라고는 얘기하기 힘들 것 같아. 물론 안했으면 좋았겠지. 그런데 제도가 허락하고 대학이 그걸 조장하는데 그 책임을 조국 가족한테만 묻는 건 불합리하잖아. 누구는 그 때문에 학생 한 명이 떨어져서 피눈물 흘리지 않았겠냐고 하는데 그렇다고 조국 딸이 생판 실력 안되는 걸 어거지로 넣은 것도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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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애들 웃겼어 이번에. 걔들 고대 입학한 걸 무슨 ‘지위’라고 부르더라? 애초 지금 사회가 불공정하네요. 그 지위(?) 딴 자체가 결코 공정한 경쟁의 결과가 아니네요. 그런데 거기엔 일언반구도 없던 놈들이 웬 조국 딸에만 집중포화냐고. 어지간히 자랑스러운갑다 그 지위. 한 마디로 서울대 못가고 연대도 성적 안돼서 고대 간 것들이. 요즘 고대 연대에 갖다 대지도 못해 성적으로는. 왜 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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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는 솔직히 모르겠어. 문제 있으면 부인 처벌받고 장관도 그만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 그런데 뭐 나오는 게 없잖아. 사모펀드 건드리면 불법 아닌게 없다는 당신 친구 말 사실이라 치면 초저녁에 뭐가 나와도 나왔어야지. 조국 장관 부인도 영문과 교수던데 그 양반이 뭐 투자를 알겠어. 오촌조카인가 하는 그 냥반이 ‘조선생’이라고 그쪽에서 유명했다며. 거기다 돈 갖다 맡긴 거 같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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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치고, 어쨌건 핵심은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할 때나 뭐 그 권력 이용해서 이익을 챙겼나 여부 아닌가? 그것만 밝히면 되는 거잖아. 특수부 세 개를 동원해서 탈탈 털었는데 아직까지 소환조차 못하고 있다고? 그게 웃긴다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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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검찰이 핵심 증거를 쥐고 간 보고 있다는 소문도 있다고? 만약 그렇다면 그게 검찰들이 개새끼라는 증거야. 딱 봐서 죄 있으면 조사하고 기소하고 잡아넣으면 되는 거야. 왜 그것들이 간을 봐. 결국 그게 없으니까 딸 표창장이 나오고 아들 인턴 서류가 나오는 거잖아. 칼을 빼긴 뺐는데 자를 게 없으니까 썩은 무 찾아서 청과물 시장 가서 난리치고 썩은 고등어라도 베자고 수산시장 가서 칼춤추고 있는 거 아냐. 그것도 실실 “뭔가 큰 게 있습니다.” 언론에 흘려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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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남자가 흘릴 것은 눈물만이 아니라더니 검찰들은 뭐 요실금이라도 걸렸냐? 뭘 그리 줄줄 흘리고 다녀. 무슨 개도 아니고 오줌 눌 때마다 다리 떡 들어서 오줌 눈다고 시위하고 기자들 그거 찾아다니게 만들고. 그 오줌들은 ‘단독’ 되고. 당신도 그때 열받았지? 무슨 ‘자기소개서가 거짓말이다’는 노컷 뉴스 단독 때문에..... 그게 검찰이 할 일이고 언론들이 할 짓거리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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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었으면 확실히 찍어서 기소하고 책임을 지우라고. 이건 뭐 툭툭 던지면서 아들 부르고 딸 부르고 온 가족을 허수아비로 만들어 바늘로 찌르고 있잖아. 여기 아파? 음 저기 아파? 이러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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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들 이러면 안되는 거야. 이런 개버릇 계속 유지하면 안되는 거야. 보면 언론에 흘리는 것도 걔들은 ‘수사상 기법’이라고 보는 것 같아. 슬쩍 흘려주면 여론이 우루루 몰려가면 그걸 또 빌미로 다른 쪽 치고, 얼라라 이렇대요 나발 불고 또 다른 뒤통수 치고. 그게 정치 검찰이라는 거 아니야. 국회 청문회 전날 장관 마누라 기소하는 건 또 뭐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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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개혁돼야 돼. 난 ‘조국 수호’ 구호는 마음에 안들어. 내가 조국이다? 내가 왜 조국이야. 난 그거 외치지도 않을 거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아. 하지만 검찰이 이런 식으로 사람 잡는 모습은 없어져야 돼. 야금야금 사람 주변 파고 고양이 쥐 어르듯이 톡톡 쳤다가 겁 줬다가 목덜미 물고 던졌다가 하면서 사람 혼 빼고 항복하게 만드는 거 한 두 번 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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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한테 충성하는 개처럼 굴면서 사실은 주인을 집사 취급하는 고양이같은 것들 아니냐고. 나는 그거 못보겠어. 그래서 서초동에 갔어. 이번 주? 뭐 모르지. 검찰 하는 거 봐서. 그리고 검찰이 정말 무슨 증거를 내놓으면 .... 조국 아웃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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