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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목민의 한끼 식사는 막 잡은 염소 고기국수

3) 고비사막 유목 여행 (저녁 타임)

by 마고캐런
허허벌판 펼쳐진 고비사막에 지어진 텐트 그것이 그들의 삶의 공간인 게르이다



겔? 게르?


그렇게 황당하게 픽업당해 도착한 고비사막의 유목 마을이 가까워지자 한마디로 놀라운 속에 경악함이 나온다. 도착부터 너무 황당해서 이 넓은 고비 사막 하늘 아래 오직 뜨거운 바람만이 부는, 허허벌판 초원에 개미집처럼 지어진 흰 천막 1개. 그 둥근 천막집을 그들은 게르라고 부른다. 흰 집 게르를 바라보며 첫날밤의 시작이 사뭇 궁금해진다. 게르에 들어서자 난로가 중앙에 있고 옷장으로 보이는 가구 2개와 1개의 수납공간 그리고 간이 베드 2개와 부엌살림이 전부다. 이것이 진정한 미니멀 라이프이다.


유목민들은 고기는 이렇게 운반된다 (지금 이 차에 실린 고기를 울란바토르까지 7시간을 더 달려갈 것이다)



- 여기에 몇 년간 살고 계시나요

- 3번의 봄과 2번의 겨울을 보냈지요





시계는 약이 없는지 멈춰 있고 달력은 걸려있지 않으니 그들은 이곳에 언제 왔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었다. 그래도 계절은 세월을 알려주니 봄이 3번 지나갔다고 말하면서 여기에 온지 3년째라고 대답한다. 사계절 중에서 왜 봄을 기준으로 세월을 계산하는지 아버지에게 다시 물었다. 봄이 되어야 동절기 동안 초록의 풀을 먹지 못한 가축들이 뜯어먹을 새싹이 이곳 고비사막에도 돋아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유목민과 가축들의 생활도 다시 바빠지기 시작한단다. 이렇게 고비사막에도 사계절은 존재하기에 그들의 생활은 풀이 있는 곳을 찾아 이동을 하고 물길을 찾아 주거지(게르)를 정한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나랑 똑같이 생긴 사람들이 맞는데 옆동네에서 엄마따라 놀러 온 아이는 내가 외국인(?)처럼 보이는지 자꾸 쳐다본다. 아니 어디 외계에서 온 사람 보듯 경계심마저 보인다. 아가야 너 얼굴이나 내 얼굴이나 똑같거등. 우린 올라가보면 같은 인종이란다. 일단 말이 통하지 않으니 그저 웃음으로 대신한다.



오늘 잡힌 염소는 벌써 태양열에 건조가 되어 쥐포 모양이 되어 있다


밖으로 나가니 염소 한 마리가 뜨거운 태양 아래 붉은 피를 바싹 말린 채 누워있다. 유목민의 아내는 뿔을 칼로 자르고 있고 피는 물병에 담겨 있고 차 트렁크에는 아이스박스도 위생봉지도 없이 그냥 정육점처럼 짐칸이 고기로 채워져 있다. 휴~ 뭐 이런 거 여행하다가 처음 보는 것도 아니지만 21세기 여행시대에 이 곳 몽골의 유목 마을은 이렇게 위생 봉지도 없고 냉장고도 없이 태양 아래에 그대로 죽은 동물의 피를 말리고 고기는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있다.


염소를 잡으면 버리는 부위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이 염소머리는 오늘 말려서 내일 아침 식탁에 올라올 거라고 한다


16시

그 고기의 일부를 칼로 잘라 게르 부엌으로 가져오더니 냄비에 넣고 끓인다 (일명 고기육수 만들기). 이것이 오늘의 점심 메뉴인데 (쌀이 없으니) 쌀국수는 아니고 (염소가 들어간) 고기국수쯤이라고 할까? 그들의 식량은 키우는 가축들이 곧 생계수단이자 먹을거리인데 이렇게 염소 한 마리를 잡으면 가족이 한 달은 먹는다고 한다. 한 달이나 먹어야 하는 고기를 이렇게 관리하다니! 흐르는 피는 태양 아래 그냥 두면 건조가 되고 붉은 고기는 필요할 만큼 잘라서 여러가지로 요리해 먹으면 된다.


비위생적이라 먹으려면 다소 마음의 불편함이 올라올 줄 알았는데 한 젓가락 삼키는데 이런 너무 맛있잖아. 제주도 고기국수보다 나은걸! 순간 나는 자연인이다가 아니라 나는 유목민이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국수에 들어간 염소고기 (잘게 썰어서 요리)

여행기를 쓸 때마다 스스로 <유목 여행자>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정말 여기 고비사막을 와보니 나의 조상이 누구였을까 진정 나는 몽골의 후손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잡은 고기가 냉장고가 아닌 땅바닥에 던져진 채 보관되거나 말거나, 한 시간 전에 막 잡은 고기라 그런지 얼마나 고기 식감이 좋은지. 거기에 소금 간도 내 입에 딱 맞아서 너무 맛있게 먹다가 사진을 찍으려고 보니 솔직히 비주얼은 안되지만 일단 확실히 맛은 끝내준다.



즐겁게 배부르게 먹고 나니 그제야 오늘 쌓인 사막의 먼지를 어디에서 씻어야 할지. 아무리 둘러봐도 씻을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방학이라 고향에 왔다는 두 딸에게 어디에서 씻어야 하냐고 물어보니 마당을 가리키며 웃는다 (그냥 바가지에 물 담아서 혼자 부어가며 씻어야 한단다ㅜㅜ). 차라리 안 씻겠다는 결정을 하고 나니 다음 걱정은 화장실이다. 안 씻어도 며칠 살 수는 있지만 대소변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은 어디에서 이런 볼일을 해결하고 사는지 물어보니 역시 노상방뇨 수준의 장소를 알려준다. 멀리서봐도 내 몸의 일부를 가릴 정도의 오픈된 공간에서 사막에서 올라오는 땅의 지열과 하늘에서 쏟아지는 뜨거운 태양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볼일을 봐야 한다 ㅜㅜ.


사실 좀 아찔하다. 이런 여행 안 해본 건 아니지만 정말 20대도 아니고 이 나이까지 이런 여행을 즐거워하기엔 좀 올드해진 여행자라고나 할까. 마음에서 절로 불편함이 올라온다. 아~ 과연 이곳에서 2박 3일을 잘 보낼수 있을까?


문득 오늘 밤 잠자리는 어떠할지 미리 걱정해본다.


지금 보이는 게 유목민 한가구 모습이고 그들은 게르보다 그냥 땅바닥이나 차에서 자고 있었다


21시

시간이 지나면 절로 알게 되는 것이 여행이지만 여름철이라 해는 너무 길어서 밤 9시가 되어도 아직 주변이 밝다. 태양이 고비사막의 끝없이 펼쳐진 대지로 뜨거운 기운을 비추지만 잠시 구름 속으로 들어가면 어둠이 초저녁처럼 밀려온다. 낮에는 사막이라 그저 덥기만 해서 미쳐 살펴보지 못했던 게르 앞 있는 작은 언덕으로 올라간다. 그래도 이렇게 드넓은 지평선이 펼쳐지니 일몰은 아름다울 거라는 생각 때문이다. 잠시 언덕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카메라에 담을 풍경이 특별히 없다. 태양은 구름에 가려져 일몰이라고 하기엔 이쁘지 않고 지평선은 그냥 황색의 평야일 뿐이다.


순간 고비사막까지 와서 이렇게 앉아있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곳에 왔는가? 내면의 자아가 나를 위해 소리친다.



어느새 시간은 지나 하늘에 별은 반짝이고 저쪽 멀리에서는 다른 기후로 비가 오는지 천둥번개가 지상으로 떨어지고 있다. 우와~ 한자리에서 여러 현상을 그대로 볼 수 있다니! 일몰은 이 방향에서 천둥은 저 방향에서.


일본어를 할 줄 안다는 가이드는 내가 고비사막의 크기를 물어보니, 일본 전체 면적보다는 커다고 대답한다. 내가 일본이 얼마나 큰지 면적을 모르는데 기왕이면 한국 크기와 비교해줘야지 했더니, 처음 만난 한국인 여행자라며 한국은 드라마와 음악을 통해서 알지 사실 아는 게 없단다. 덕분에 일본보다 크다는 고비사막의 하늘을 이 방향에서도 보고 저 방향으로 누워서도 보면서 첫날밤 잠자리를 걱정한다. 오늘 제대로 잠은 잘 수 있을까?


사막에 버려진 버스안은 이곳 유목민의 잠자리이자 그늘은 그들의 파라솔 (멍때리기 좋은 장소)



밤 10시

아무리 주변을 서성거려도 더 할 것도 없고 놀거리도 없어서 결국 게르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오늘 하루 버스 이동 7시간 하고 염소 한 마리 잡아서 저녁에 고기국수 한 그릇 먹은 뒤 일몰이랑 천둥번개를 같이 본거 외 아무 한일이 없지만 몸은 밤의 시간을 기억하는지 고비사막의 첫날밤이 스르륵 나도 모르게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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