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어느 정신과 의사의 여행 이야기다. 이 책의 첫 문장에 적힌 몇 어절이 내 마음에 바로 꽂혔기 때문일까? 보통 책 한권을 펼치면 여러 날에 걸쳐 나눠서 재미를 음미하면서 천천히 읽기 때문에 재미가 있는 책일수록 더 오래 읽는다. 이 책 또한 중간에 한 번 호흡을 고르기 위해 꽤 오래 덮어 두었다가 다시 꺼내 들었는데 나의 규칙을 깨고 그날부터 1박 2일에 걸쳐 다 읽어버린 책이었다.
주인공인 꾸베가 행복을 찾아가는 여행의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중간에 책을 덮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쓴 작가가 정신과 의사로 나중에 생길 책의 파급력을 미리 고려했기 때문인지, 꾸베가 여행 다닌 곳에 대한 실제 지명은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독자는 그의 상황 설명만으로 꾸베가 어디에서 어떤 여행을 하고 있는지, 비록 한번도 특정 국가를 말하거나 도시를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그 나라가 어디인지 충분히 예상이 되었다.
꾸베의 첫 여행지가 높은 건물들 사이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곳인 것으로 보아 지금은 중국인 도시국가 홍콩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노승은 책의 말미에 다시 만나게 되는데 수도승이 거주하는 사찰의 주변 환경에 대한 설명을 보면 도심으로부터 먼 티벳의 조용한 사찰이거나 중국 대륙의 유명한 사찰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대학 친구인 장 미셀을 만나러 간 곳은 검은 사람들이 많다고 나오는 데 첫 문장만 보아도 아프리카임을 알 수 있지만 그 많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난 일인지 알 수는 없다. 그가 제공하는 단서는 마약이 불법으로 거래된다는 것으로 보아 양귀비를 많이 키우는 곳 같은데, 그것까지 독자가 알아내긴 힘들다. 가장 많은 나라로 나오는 미국 역시 플로리다의 풍경을 연상하게 하였지만 영화의 배경은 로스엔젤레스였다고 한다. 꾸베씨의 간략하지만 충분히 상황 파악이 잘 되는 설명 덕분에 책 한 권으로 그를 따라 세계 여러 나라를 같이 여행한 느낌이었다.
꾸베는 이 책에서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를 돕는 정신과 의사로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정신과 의사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없다는 생각으로 그는 진료실을 떠나 행복을 찾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꾸베가 볼 때 사람들은 정말로 아픈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스스로 불행하다고 느낀다는 사실과 모든 것을 갖고 있고 많은 행운을 누리는 사람들 주변에 오히려 정신과 의사는 더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스스로 놀라게 된다.
꾸베는 세상 모든 곳에서 무엇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불행하게 하는가를 발견하고, 만약 행복의 비밀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찾아 내겠다는 각오로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 비즈니스 클래스에 탄 비비엥이 퍼스트 클래스보다 못한 좌석에 대해 불평하는 것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발견한 배움을 하나씩 번호를 매겨 가며 수첩에 적기 시작한다.
그가 비행기 안에서 배움 1칸에 적은 것은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문장을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나는 기내에서 그의 샴페인 잔에 건배를 외치고 싶어졌다. 꾸베가 적은 첫 메모는 너무나 이유타당한 행복의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중국에 도착해서 만난 고등학교 친구 뱅쌍은 은행업에 종사하는데,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자신의 삶이 행복한지조차 질문할 시간도 없이 살고 있었다. 일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친구의 삶에는 돈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고 오히려 일을 그만두기 위해 일을 하는 지경이 되고 있었다. 그의 풍족한 삶에는 고급 와인과 멋진 레스토랑에서의 식사, 그리고 밤마다 아름다운 여인들과의 밀회가 계속되는 화려한 삶으로 힘든 하루를 채워가고 있었다.
그런 친구 덕분에 최고의 대접을 받으면서 아름다운 여인까지 품었지만 여전히 자신이 왜 우울하고 불행한지 고민을 하다가 우연히 수도승을 만나게 된다. 꾸베는 이 수도승을 통해 행복을 목표라고 믿는 사람한테는 진짜 행복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놀랜다. 꾸베는 더 많은 배움을 수도승으로부터 듣고 싶었지만 행복의 비밀에 대해서는 여행을 통해 잘 찾아보고, 여행이 끝나면 다시 오라는 수도승의 말에 여행을 계속한다.
결국 그의 여행은 그렇게 중국을 시작으로 아프리카, 미국까지 이어지고 자신의 고향인 유럽까지 이어지면서 배움 5에 적었던, “행복은 알려지지 않은 아름다운 산속을 걷듯이” 여행을 이어간다.
꾸베가 마지막 배움을 적었던 미국은 대학생 때 자신을 좋아했던 아녜스를 찾아가면서 시작되는데, 그 곳에서 행복을 연구하는 박식한 교수를 만나게 된다. 교수는 행복도 뇌에서 모두 측정할 수 있다며 그의 연구 성과를 요란한 장치가 장착된 의자에 앉혀 놓고 꾸베에게 보여 준다.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들에 대해 서로 즐거운 대화를 나누지만 정작 행복에 관한 전문가라는 그 교수의 행복은 연구조교인 쟈스민의 젊은 남자친구에 대한 질투와 경쟁심으로 행복하지 못한 상황을 연출하고 만다.
배움 21에 적힌 글은 “행복의 가장 큰 적은 경쟁심”이다. 꾸베가 그런 교수를 바라보는 순간 행복이란 뇌 촬영과 이론으로 연구할 과제가 아니라 배움 23에 적은 것처럼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치 과거의 여자친구였던 아녜스가 현재 그녀가 꾸린 가정을 통해 보여준 애정과 자신의 행복한 마음에 대한 고백을 통해 꾸베는 수첩에 마지막 행복의 비밀을 메모하면서 여행은 끝난다.
뱅쌍이 있는 중국으로 돌아와 경지 높은 노승을 다시 만나 총 23가지가 적힌 그의 비밀 노트를 내민다. 그것을 세심하게 본 노승은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미소를 지으며 마음공부를 열심히 잘 했다고 말한다. 꾸베는 기뻤지만 동시에 실망을 하였지만 미소와 함께 침묵을 깬 노승은 꾸베에게 태고적부터 있어 온 영원한 진리 한 가지를 알게 해 주었다.
다시 만난 노승이 새로운 정보나 가르침을 훌륭한 이론과 함께 전해주길 기대했지만 그의 고매한 미소를 통해 꾸베는 진정한 행복은 모든 생각을 멈추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바라볼 시간을 갖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행복에 대한 욕망이나 추구마저 잊어버리고 지금 이 순간과 하나가 되어 존재할 때 저절로 얻어지는 근원적인 행복감인데 노승의 친절한 웃음으로부터 꾸베도 근원적인 행복을 다시 깨닫는다. 찻잔 선물과 함께 노승이 남긴 메모장에는 20-13-23이라는 숫자가 적혀있었다. 꾸베는 노승이 적은 숫자에 해당하는 행복의 배움을 새기며 여행을 마치게 된다.
제자리로 돌아온 꾸베는 여행에서 발견한 배움들을 자신의 환자들과 공유하며 다시 즐겁게 사는 것이 그의 삶이 되었기에 그의 현재는 행복하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이해해야만 하는 직업에 익숙한 여행자가 여행을 통해 풀어내는 행복에 대한 배움들은 삶에 대한 수동적인 자세로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주는 동시에 우리의 삶을 있는 그대로 매력적으로 보게 한다. 꾸베가 다시 진료실 문을 닫고 수첩을 챙겨 여행을 갈지 안 갈지는 모르겠지만 행복은 노승의 말처럼 쟁취해야 할 목적이나 인생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