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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캐런 Oct 16. 2021

사랑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편


어른이 되어서 읽어야 할 동화책이 있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 책은 처음에 출간 되었을 때는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하다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메인 테마 도서로 알려지면서 유명해진 책이라고 한다. 물론 이 책을 드라마 때문에 보게 된 것은 아니다. 코로나로 일상의 흐름이 크게 변화하면서 주변에 여러 권의 책을 쌓아놓고 읽다가 독서조차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던 어느 주말, 두께도 가벼운 동화책이 눈에 들어와서 읽기 시작한 것이다.      


이 책이 나오게 된 동기는 저자가 크리스마스에 잘 차려 입은 토끼 인형을 선물로 받았는데, 며칠 뒤에 그 토끼 인형이 바다 밑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꿈을 꾸고 나서 토끼 인형을 소재한 한 이야기를 책으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실제 작품속의 주인공인 토끼 ‘에드워드 툴레인’은 영국의 부잣집에서 프랑스 인형장인에게 주문을 해서 만든 고상한 인형으로 등장한다. 머리는 도자기로 만들었고 귀와 꼬리는 실제 토끼털이며 눈은 파란색이고 귀를 세워 발끝까지 재면 길이가 1m가 되는 인형이다.    

 

할머니는 손녀 애빌린에게 이 토끼 인형을 처음 선물했다. 그러나 소녀의 사랑을 듬뿍 받던 토끼가 가족들과 함께 배를 타고 가던 중 그만 바다에 떨어지고 만다. 그렇게 사랑스러운 소녀 애빌린과 헤어진 에드워드 툴레인의 인생은 떠돌이처럼 살게 되고 많은 고통과 내적 슬픔을 가지게 된다.      


바다 밑에서 수개월을 파도에 휩쓸려 다니다가 어부에게 건져지고, 어부는 아내 넬리에게 인형을 건넨다. 처음으로 예쁜 원피스를 입은 여자 인형이 된 에드워드의 새 이름은 ‘수잔나’이다. 그러나 집에 놀러온 어부의 딸 롤리에 의해 쓰레기통에 처박힌 채 쓰레기장으로 버려지면서 다시 암흑의 시간이 지나간다.   

   

수개월 후에 루시라는 개가 쓰레기장에서 인형을 발견하고 주인인 불에게 물어다 주면서 에드워드의 두 번째 이름은 ‘말론’이 된다. 말론은 특이한 인형이라 부랑자들 속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다. 어느 날 주인 불이 무임승차로 탄 기차에서 쫓겨나야 할 순간에 차장은 인형을 먼저 창밖으로 던져 버린다. 다시 들판에 버려진 에드워드는 농장의 새를 쫓는 허수아비가 되어 농장 입구의 나무에 매달린 신세가 된다. 농장에서 일하는 소년 브라이스가 허수아비를 보던 그날 밤 소년은 나무에 매달린 인형을 구해 집으로 간다. 초라한 집에는 아픈 여동생이 누워 있는데 소년은 기쁜 마음으로 인형을 동생에게 선물한다. 그래서 소녀가 지어준 에드워드의 세 번째 이름은 ‘쟁글스’이다.      


에드워드는 애빌린에 버금가는 큰 사랑을 소녀로부터 받으면서 둘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큰 병에 걸린 소녀는 오래 살지 못하고 죽는다. 소녀가 죽자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은 소년은 인형만 챙긴 채 집을 나간다. 소녀의 죽음으로 에드워드는 마음이 아프다는 걸 알게 되고 소녀가 준 사랑의 의미를 진심으로 깨닫게 된다.      


소년 브라이스는 집을 나간 뒤 토끼 인형으로 인형극을 하면서 푼돈을 벌어 생활을 시작한다. 수입이 좋았던 어느 날 저녁 소년은 자신 있게 식당에 들어가 맛있게 식사를 한다. 그러나 영수증을 받아들자 그만큼 지불할 돈이 없음을 알고 난처해한다. 그러나 식당주인은 돈이 없는 소년을 대신하여 인형을 던지는 바람에 에드워드는 박살이 나고 만다. 결국 도자기로 된 머리부분이 21조각으로 깨지고 소년은 울면서 인형수리공 루시어스에게 에드워드를 맡긴다. 소년은 인형이 보고 싶어서 가게를 오지만 수리공은 인형을 고친 댓가로 약속대로 소년이 가게를 다시는 찾아오지 못하게 한다.        


작가는 인형이라는 존재를 통해 인형의 마음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에드워드는 우리 자신으로 감정이입하게 하는 완전한 개체다. 그러한 몇 가지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에드워드에게 일어나면서 에드워드는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진 심장처럼 심한 마음의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의 마음에 남겨진 사랑의 아픔 같은 끔찍한 감정들 때문에 에드워드는 일상의 모든 사랑을 거부하고 인정하지 못한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처음에 애빌린의 할머니가 침대에 걸쳐진 에드워드에 한 말은, 실망시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드워드는 그 말을 들을 때까지 사랑이 뭔지 몰랐고, 애빌린의 무한한 사랑을 받아도 받는 사랑에만 익숙한 거만한 존재였다. 작별 인사를 할 틈도 없이 헤어진 소녀 사라루스의 죽음 이후 에드워드의 마음에도 극심한 고통이 자리잡게 된다. 이 때 너무 마음이 아파서 울고 싶을 만큼 슬펐던 에드워드의 내적 상처는 절정에 다다른다.       

한없이 외롭고 마음까지 아픈 에드워드는 달도 없는 깜깜한 밤에 빛나는 별처럼 자신을 사랑해 준 사람들을 기억한다. 긴 한숨과 함께 사랑은 주는 것이 행복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인형의 인생에서 이제 스스로 내적 아픔을 극복하는 수밖에 없다.      


이별이라는 슬픔의 고통도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희망이 되므로 이 동화는 전인격적인 존재의 성장스토리라 할 수 있다. 내면이 차가운 인형의 마음이 어떻게 따듯해지는지 보여주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자기성찰을 하게 한다. 그런 감정의 교차와 감동의 전달은 우리로 하여금 인형보다 못한 감정 소모로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이러한 모든 과정 속에 철저히 혼자가 된 에드워드는 마음을 닫은 채 인형가게에 진열된다. 그런 상태로 어떤 인형들과도 친해지지 못하고 대화도 거부하면서 외톨이로 오랜 시간 지내게 된다. 인형의 역할이란 주인을 잘 만나 사랑받는 것인데 에드워드는 누가 사가든 안 사 가든 관심조차 없이 굳게 닫힌 마음으로 지내다가 백 년도 넘은 여자 인형을 만나면서 조금씩 변하기 시작한다.     


마음을 열어. 누군가 올거야.

누군가 널 위해 올거라고.

하지만 먼저 네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해.     


나이 많은 인형이 매일 에드워드에게 하는 말이다. 에드워드는 여전히 사랑에 대해서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는 사랑을 믿지도 않으며 이별에도 자신감이 떨어져 있다. 이렇게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에 감정이 무뎌진 에드워드도 인형들이 가게에서 하나 둘 팔려 나가자 사랑을 많이 받았던 자신을 떠올리며 다른 인형들처럼 기대와 긍정으로 인형가게의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어느 날, 가게에 들어온 어린 소녀 메기는 에드워드가 가장 사랑했고 가장 오래 그리워했던 애빌린의 딸이었다. 세월이 흘러 애빌린은 어머니가 되어 자신의 딸과 함께 에드워드가 진열된 인형가게에 들어온 것이다. 어린 소녀 애빌린으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받았던 인형의 차가운 가슴이 뜨거워지고 있을 때 인형 앞에 다시 소녀 메기가 나타난 것이다. 그 둘의 만남은 원서의 제목(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처럼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어른들 역시 사랑에 대한 아픔을 겪으면 사랑을 하지 않겠다고 단언하는데 사랑은 실수가 아니다. 사랑이 아플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건 더 큰 사랑의 포용이다. 에드워드를 안아준 사람들과의 추억은 이별이지만 아픔이 아니라 행복이자 축복이었던 시간의 연결인 것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아픈 기억으로 마음도 부정하고 사랑도 거부하는 인형으로 그려지다가 마지막에 소녀 메기를 만난다.      


첫 장면에서 애빌린은 에드워드에게 나이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사랑할거라고 말하곤 했었는데, 그 말은 성인이 된 그녀가 딸 메기와 함께 인형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증명이 된다. 마지막 장면은 에드워드의 인생 역경이 보상받는 순간이자 이 책의 제목 그대로 기적과도 같은 여행의 마지막 지점이었다.     

 

한마디로 이 책은 어른들까지 성찰하게 하는 성장 동화이다. 굳이 글로 풀어내지 않아도 독자들은 에드워드를 통해 자기 성찰의 메시지를 받게 되는 묘한 능력이 작품 전체에 배어있다. 책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모습과 너무나 닮은 에드워드의 이야기는 결국 사랑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자 여정은 오랜 시간 여행자로 살아온 나의 인생까지 투사하고 반추하게 만들었다.      


지금까지 사랑에 대한 나의 정의는 무엇이었고 사람에 대한 나의 태도는 어떠했는지. 사랑이 없는 삶에 희망도 없다는 사실과 함께 아무리 힘든 사랑이라도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진리를 한 번 더 깨닫게 된다. 소녀들의 사랑스러운 등장으로 에드워드는 성장을 완성시킬 수 있었으니, 우리에게 필요한 사랑이란 서로 감정의 교감을 통해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타인과 공감하고 위로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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