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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연쌤 Oct 02. 2023

최악의 추석연휴

20231002 맑음

예전 같았으면 긴 추석연휴가 반가웠을 테지만, 

올해 추석은 스트레스로 몹시도 힘들고 지겹기만 하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긴 연휴를 기회로 부모님을 모시고 먼 고향을 방문할 계획에 마음이 들떴는데, 

지금의 상황에 처하니 참 어이가 없다.


뭔 일인고 하니... 

갑자기 어머니가 척추관협착증으로 수술을 받게 되어 가족여행 겸 고향방문이 무산된 것을 시작으로,

아쉬운 마음에 아내의 시골로 향하던 중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국도를 타고 가다가, 

끼어드는 차선에서 과속해 달려오는 차와 부딪혀 교통사고가 나버렸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견인차도 못 오는 상황에서 부서진 차 범퍼테이프로 칭칭 감고 

간신히 되돌아왔는데, 연휴가 긴 탓에 부서진 차를 수리받을 일도 까마득하다.


더 좋지 않은 사건은, 

수술을 받으신 어머니는 연휴 동안 집에서 회복하실 예정이었지만, 

심한 통증이 며칠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아 결국 긴급 입원을 하시게 된 것아더. 

수술을 한 병원은 연휴라 그런지 전화도 받지 않아서, 응급실이 있는 다른 병원에 119구급차로 겨우 입원을 하셨는데, 재수술이 필요하단다.

안 좋은 일은 연달아 온다더니 정말 그 말을 실감한다.


살다가 이렇게 우울한 명절연휴는 처음인가 싶다. 코로나기간보다 더 하네...

며칠간 어머니 간병한답시고 병원에 앉아있다가, 나의 짧은 연휴는 끝나버리고 

오늘은 탐방지원센터로 근무를 나왔다. 국립공원은 문 닫는 날이 없지...

아직 일반 직장인들은 연휴기간이 남은지라 탐방객이 많다. 

그래도 나들이 나오신 분들이 하나같이 표정이 밝고 즐거워 보여, 나도 이 분들을 대하며 밝은 기운을 얻는다.


당연하고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작은 행복들이 갑자기 도둑맞은 듯 사라져 버리면, 

그 당황스러움과 상실감은 말할 수 없이 크다. 

나도 이번 추석에 당해보고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가뜩이나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언제 닥칠지 모르는 고난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라는 가르침과는 점점 반대로 향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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