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혜리 Jun 20. 2019

한밤중 아이가 아프면?
'주치의'한테 전화하면 돼!

[지구 반대편 브라질 육아] 나와 내 아이를 책임져주는 브라질의 주치의

주치의. 어떤 사람의 병을 맡아서 치료하는 의사. 한국에서도 주치의란 표현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뭐 어찌 보면 맞는 말이다. 내가 아프거나 할 때 자주 찾아가는 의사가 내 의료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주치의일 테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국에서 주치의라는 말을 볼 때 별 거부감이 없었으나 브라질에 오고 나서 그 생각이 조금은 달라졌다.

내가 브라질에서 첫 임신을 하고 브라질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간 날이었다. 의사는 참 친절했다. 이것저것 내 상태를 물어봐 주고 내가 받아야 할 검사들에 대해 알려주고 먹어야 하는 약들 이런 것 등을 알려주었다. 이런 것까지는 한국과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런 게 진정한 주치의가 아닐까 하는 것은 다른 데 있었다.

나는 내 산부인과 의사의 명함을 받았다. 명함에는 의사의 이름, 진료실 주소, 전화번호 등이 적혀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보통의 의사 명함과 다른 게 있었다면 그녀의 개인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옆에는 '긴급 시에 사용하라'는 말이 있긴 했지만 개인 핸드폰 번호가 있다는 건 참 새로운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번호를 사용하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임신 초기. 임신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임신 초기는 태아가 안정된 시기가 아니다. 때문에 내 몸의 조그만 변화에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 나는 임신 초기에, 많은 양의 피는 아니지만 속옷에 피가 조금씩 묻어 나왔다. 첫 임신에 아이가 잘못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서 바로 내 담당 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때는 밤이었다. 하지만 의사는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바로 전화를 받았고, 그 정도 양의 피는 걱정할 정도가 아니라고 했다. 다만 계속 그 현상이 지속되고 피가 너무 많이 날 경우에는 응급실에 가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너무나 불안하면 다음 날 진료소에 오라고도 하였다. 진료 시작 시간 전에 내 상태를 봐주겠다고도 하였다. 그 뒤로도 너무 궁금한 것이나 급한 것들은 자주 그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하였다.


또 한번은 임신 중기쯤 숨을 쉴 때마다 위쪽이 너무 아파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 그때는 새벽 1시가 넘어가던 때였다. 응급실에서는 내 상태를 일단 확인하였고, 그 다음으로 한 행동은 바로 나에게 주치의의 번호를 묻고 그녀에게 전화를 건 거였다. 응급실 의사는 내 주치의와 이러한 약들을 처방해도 되는지 등을 상의하였다.

주치의는 산부인과에만 있는 건 아니었다. 우리 아들에게도 주치의가 있다. 한번은 밤에 아들이 토를 했는데 시뻘건 게 섞여 나왔다. 나는 이게 피인지 낮에 먹은 수박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응급실에 가야 할지 고민하다가 나는 소아과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치의는 토한 흔적을 보더니 피가 아니라며 날 안심시켜주었다. 그리고 그런 경우 피인지 과일인지 구분하는 방법도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그냥 전화도 아니고 영상통화였으나 의사는 불편한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가 밤중에 이렇게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자 이건 자기 일이라며 전혀 미안할 일이 아니라고도 말해주었다.


         (아들을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소아과 주치의 ⓒ황혜리)


한국에서는 친한 지인이 아닌 경우 내 담당의의 개인 연락처를 아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궁금하게 있다면 병원으로 전화하면 되지 않느냐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개인병원의 경우, 전화하면 간호사가 먼저 받고 그 다음 의사가 통화가 가능한 상태인지 확인하며 바쁜 경우 메모를 남긴다. 큰 병원의 경우는 자동응답시스템인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얼마나 답답한지 아는 사람만 안다.

또한 밤에, 주말에, 휴일에 내 담당의가 병원에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급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무조건 응급실에 가야 한다. 응급실에는 나 외에도 응급한 환자가 참 많다. 그다지 큰일이 아닌데 진찰까지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게다가 응급실에서 나도 모르는 내 주치의의 연락처를 아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응급실에서는 내 상태를 알기 위해 또 온갖 검사들을 할 것이다.

브라질에서 나는 진료할 때뿐만이 아니라 밤중, 휴일, 주말을 포함한 평소에도 나와 내 아이의 건강을 책임져주는 주치의를 만났다. 나와 내 아이를, 단순히 돈을 냈으니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주는 대상이 아닌, 진심으로 위해주고 안심시켜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다.

물론 한국에도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걱정해주는 의사들은 많다. 하지만 이건 의사의 성격과는 별개로 문화적인 차원에서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에도 브라질처럼 좀 더 선진화된 주치의 문화가 반영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특히 늘 태아에게 신경 쓰고 조심하는 임산부,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들이 더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www.ibabynews.com)

http://www.ibab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4057


작가의 이전글 "임신했으면 집에나 있지"라는 말, 브라질엔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